<99> 미국의 옻나무 포이즌 아이비 (Poison Ivy)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기자 @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수정 최종수정 2012-03-28 10:56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버지니아 서쪽엔 웨스트 버지니아를 경계로 쉐난도우 국립 공원이 있다. 가수 죤 덴버가 노래하던 Take me home country road의 고장이다. 애팔래치아 산맥이 북쪽 메인 주에서 시작하여 뉴욕, 펜실베니아를 거쳐 버지니아, 테네시, 죠지아 주로 이어 진다. 미동부의 산은 한국 산과 달리 뾰족한 삼각산이 아니고 그냥 산맥, 직사각형 타입이다. 그래서 산정상이 매우 평평하다. 쉐난도우 국립 공원은 이 평평한 산 정상을 따라 도로를 만들어 버지니아에서 테네시까지 산을 따라 차로 달릴 수 있게 해 놓았다.
 

그래서 이 곳에서 한국의 등산 비스무레한 맛을 볼려면 물론 산 밑에서 올라 가는 방법도 있지만 보통은 먼저 차를 정상에 주차한 다음, 가령 폭포까지 내려 간다든지 하고 다시 산 정상으로 올라 오는 방법을 주로 이용한다. 그러므로 한국에서와 같은 정상정복 같은 맛은 즐기기가 쉽지 않다. 산 밑에서 기껏 올라오면 정상에서 자동차가 씽씽 달리니 얼마니 허탈하겠나? 그래서 그럴바엔 그냥 산속을 거니는 하이킹에 만족할 수 밖에 없다. 그 대신 산 정상의 레스토랑에서 산 아래 경치를 바라 보면서 와인을 한 잔 하거나 근처의 평지에서 말을 타고 노니는 색다른 즐거움은 만끽 할 수 있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산에 가면 어디에나 있는 절집이 없다는 것이다. 산 밑에서 올라가다 약간 지칠때면 어김 없이 나타나는 산사, 그리고 그 곳 약수터에서 맛보는 시원한 그 물맛, 대웅전을 둘러 보고 목탁소리를 들으면서 탑을 한 바퀴 돌면 산바람 사이로 들리는 풍경 소리, 그런게 여긴 없다.

그리고 미국의 산은 무지무지 깨끗하다. 산에서 밥을 해 먹을려면 캠핑장소 같은 지정된 장소에서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산 정상에 도로가 있고 곳곳에 산 아래 도시에서와 같은 레스토랑이 있으므로 그냥 맨손으로 훌쩍 떠나 드라이브 하고 밥 사먹고 오면 그만이다. 한국처럼 계곡을 막고 자릿세를 받고 그런 것은 물론 전혀없다. 그래서 무척 깨끗하지만 가끔은 산 아래서 도토리 묵과 막걸리 한 잔이 아쉬울 때가 있다. 깨끗한 것도 좋지만 풍류도 또한 좋지 않은가?  

한국의 야산에 가면 옻나무가 있다. 어렸을 때 개구장이들과 산에 놀러 갔다가 옻에 올른 아이들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것과 똑같이 미국에도 옻나무가 있다. 다만 이름이 다르고 생김새가 다르지만 몸에 닿으면 발적이 일어나고 부어 오르고 가려운 특징이 한국의 옻나무에 의한 증상과 전혀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두 식물은 같은 독성물질 Urushiol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Urushiol이 피부에 닿으면 몸에 심한 발적이 생기고 치료하지 않으면 아주 심한 부종을 보인다.

Urushiol이 번지면 계속 발적을 하므로 깨끗이 닦아내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다른 형제 자매들에게 전염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비누 그리고 Zinc acetate등의 수렴제를 이용해 닦아내어 더 이상의 확산을 막고 발적 등의 증상은 Benadryl이나 Pramoxine등의 항 히스타민제나 외용 진통제 등으로 치료한다. 심하면 경구제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은 산이나 들로 나가야 옻에 옮을 수 있지만 미국에선 집 앞에서 잔디를 깎다가도 쉽게(?) 포이즌 아이비에 노출될 수 있다. 그래서 봄 가을에는 이러한 환자가 꽤 많다. 뻘겋게 발적된 아들의 다리를 보여 주면서 적당한 약을 추천해 달라는 엄마, 아빠들의 약국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포이즌 아이비 뿐 아니라 포이즌 오크 (Poison oak), 수막(Sumac)등도 마찬가지로 조심해야 한다. 이것들도 Urushiol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Urushiol은 벤젠링에 수산기가 두 개 붙은 카테콜에 카본 산소가 15 개 (포이즌 아이비), 17개 (포이즌 오크)가 붙은 매우 리포필릭한 구조를 갖고 있는 물질이다. 그래서 피부세포에 금방 침투하여 임뮤노젠의 역할을 하여 발적을 일으킨다. 미국에선 산이나 들에 다닐 때 뿐 아니라 집에서 잔디밭의 잡초를 뽑을 때도 항상 조심해야 된다.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는게 생각보다 쉬운 일만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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