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 곳에서 한국의 등산 비스무레한 맛을 볼려면 물론 산 밑에서 올라 가는 방법도 있지만 보통은 먼저 차를 정상에 주차한 다음, 가령 폭포까지 내려 간다든지 하고 다시 산 정상으로 올라 오는 방법을 주로 이용한다. 그러므로 한국에서와 같은 정상정복 같은 맛은 즐기기가 쉽지 않다. 산 밑에서 기껏 올라오면 정상에서 자동차가 씽씽 달리니 얼마니 허탈하겠나? 그래서 그럴바엔 그냥 산속을 거니는 하이킹에 만족할 수 밖에 없다. 그 대신 산 정상의 레스토랑에서 산 아래 경치를 바라 보면서 와인을 한 잔 하거나 근처의 평지에서 말을 타고 노니는 색다른 즐거움은 만끽 할 수 있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산에 가면 어디에나 있는 절집이 없다는 것이다. 산 밑에서 올라가다 약간 지칠때면 어김 없이 나타나는 산사, 그리고 그 곳 약수터에서 맛보는 시원한 그 물맛, 대웅전을 둘러 보고 목탁소리를 들으면서 탑을 한 바퀴 돌면 산바람 사이로 들리는 풍경 소리, 그런게 여긴 없다.
그리고 미국의 산은 무지무지 깨끗하다. 산에서 밥을 해 먹을려면 캠핑장소 같은 지정된 장소에서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산 정상에 도로가 있고 곳곳에 산 아래 도시에서와 같은 레스토랑이 있으므로 그냥 맨손으로 훌쩍 떠나 드라이브 하고 밥 사먹고 오면 그만이다. 한국처럼 계곡을 막고 자릿세를 받고 그런 것은 물론 전혀없다. 그래서 무척 깨끗하지만 가끔은 산 아래서 도토리 묵과 막걸리 한 잔이 아쉬울 때가 있다. 깨끗한 것도 좋지만 풍류도 또한 좋지 않은가?
한국의 야산에 가면 옻나무가 있다. 어렸을 때 개구장이들과 산에 놀러 갔다가 옻에 올른 아이들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것과 똑같이 미국에도 옻나무가 있다. 다만 이름이 다르고 생김새가 다르지만 몸에 닿으면 발적이 일어나고 부어 오르고 가려운 특징이 한국의 옻나무에 의한 증상과 전혀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두 식물은 같은 독성물질 Urushiol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Urushiol이 피부에 닿으면 몸에 심한 발적이 생기고 치료하지 않으면 아주 심한 부종을 보인다.
Urushiol이 번지면 계속 발적을 하므로 깨끗이 닦아내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다른 형제 자매들에게 전염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비누 그리고 Zinc acetate등의 수렴제를 이용해 닦아내어 더 이상의 확산을 막고 발적 등의 증상은 Benadryl이나 Pramoxine등의 항 히스타민제나 외용 진통제 등으로 치료한다. 심하면 경구제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은 산이나 들로 나가야 옻에 옮을 수 있지만 미국에선 집 앞에서 잔디를 깎다가도 쉽게(?) 포이즌 아이비에 노출될 수 있다. 그래서 봄 가을에는 이러한 환자가 꽤 많다. 뻘겋게 발적된 아들의 다리를 보여 주면서 적당한 약을 추천해 달라는 엄마, 아빠들의 약국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포이즌 아이비 뿐 아니라 포이즌 오크 (Poison oak), 수막(Sumac)등도 마찬가지로 조심해야 한다. 이것들도 Urushiol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Urushiol은 벤젠링에 수산기가 두 개 붙은 카테콜에 카본 산소가 15 개 (포이즌 아이비), 17개 (포이즌 오크)가 붙은 매우 리포필릭한 구조를 갖고 있는 물질이다. 그래서 피부세포에 금방 침투하여 임뮤노젠의 역할을 하여 발적을 일으킨다. 미국에선 산이나 들에 다닐 때 뿐 아니라 집에서 잔디밭의 잡초를 뽑을 때도 항상 조심해야 된다.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는게 생각보다 쉬운 일만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