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네다공항을 통해 일본의 심장부로 들어가는 길엔 연신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우리 일행을 그렇게 다소 차분하게 맞이해 주었다.
그곳은 이미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있었다.
비 때문에 더욱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겠지만 일행을 안내하는 버스 창 밖으로 스쳐 지나는 무채색의 거리풍경을 보면서 약간의 긴장감과 무덤덤함이 어우러진 미묘한 감정으로 앞으로 카운터파트너가 될 가나가와현 약제사회가 위치한 일본 제2의 도시 요코하마로 조금씩 다가갔다.
그리고, 우리에게 장마는 거기까지였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그때부터 하늘이 맑게 개기 시작했고, 그 후 4일간의 공식일정 내내 우리일행은 열도의 강렬한 햇볕과 함께 다양한 색깔과 모습을 가지고 있는 일본을 보고 즐기고 느끼고 돌아왔다.
인구 약 890만 명의 가나가와현은 지리적인 위치나 규모 그리고 경제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 나라의 경기도와 유사하다. 그래서인지 이미 16년 전부터 경기도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그리고 6월 12일, 경기도약사회는 바로 이 곳 가나가와현 약제사회와의 우호협력을 위한 자매결연을 체결하기 위하여 3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사절단과 함께 방문한 것이다.
이번 자매결연 체결은 박기배 경기도약사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국제교류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회원대상 서비스 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국제위원회를 설치하였고, 이에 따라 국제위원회 담당인 차숙희 부회장이 준비한 로드맵에 의하여 진행한 결과였다.
그전까지 일정 수준의 연결고리를 통해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양국의 약사회가 좀 더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의미의 상호 우애와 협력관계로 발전시키고 회원들에게 시대흐름에 맞춰 변화하는 약업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약사회 정책수립과 약국경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자매결연의 의의가 있을 것이다.
가나가와현 약제사회 사무실에서 열린 자매결연식은 30여명에 이르는 경기도약사회 임원들과 20여명의 가나가와현 약제사회 임원들이 대거 참석하여 성대하게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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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임원들 소개와 양국 약사회 현황브리핑 그리고 회장인사말에 이어서 우호협력을 위한 자매결연협정서에 서명하는 것으로 이 행사는 절정에 이르렀다.
경기도약사회에서는 자매결연을 위하여 이천시약사회 이희상 회장의 도움으로 이천에 있는 도요에서 정성스럽게 빚어낸 분청사기를 준비했다.
일본황실에서도 좋아한다는 작가의 작품을 내놓자 가나가와현 약제사회 측에서는 순간 술렁거림에 이어 환호가 이어졌다.
선물교환이 끝나고 간단한 질의, 응답시간을 통해 상호간의 이해의 폭을 조금 더 넓히고 이어서 사진촬영으로 자매결연식은 막을 내렸다.
이어서 간친회가 열렸다. 이를 위하여 우리 일행을 안내한 곳은 요코하마시의 한 호텔이었다.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 이번에는 우리 일행이 깜짝 놀랐다.
리셉션 행사장을 가득 채운 일본측 인사들 때문이었다. 약제사출신의 정치인부터 고위공무원, 약제사회 임원 등 40여명에 이르는 인원이 도열하여 우리를 뜨겁게 환영해 준 것이었다.
환영사와 인사말에 이어 상견례를 통하여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고 계속 이어진 자유시간에는 약사와 관련된 이야기뿐만 아니라 양국의 정치와 경제 사회문제 등 여러 주제에 대하여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정성스레 준비된 음식과 각종 주류와 함께 환영파티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가나가와현 약제사회 다나카 히데유키 회장은 올해 11월 3일 개최되는 가나가와현 약제사회와 병원약제사회의 1만 회원들이 함께 하는 공동학술대회에 경기도 약사회를 공식초청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행사를 통하여 앞으로 더욱더 활발한 교류의 장이 열리게 되리라 기대한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호텔로 돌아온 일행은 호텔 주위의 한 주점에 자리를 같이 하고 그날의 행사에 대하여 평가하면서 일본에서의 첫날을 아쉬워했다.
이후 일정은 요코하마시의 모범약국 견학이었다.
가나가와현 약제사회측에서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임원들이 총출동하여 우리 일행을 몇 그룹으로 나눠서 직접 약국을 안내하고 에스코트 해주기로 했다.
우리 일행은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치고 가나가와현 약제사회 임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5개조로 나눠서 각 조마다 현지 임원과 통역 한 분이 동행하며 조제위주의 약국, 한방을 위주로 하는 약국, 일반약을 위주로 하는 약국, 대형문전약국 등 여러 형태의 약국을 차례로 견학하였는데 가나가와현 약제사회 측에서 세심하게 계획을 세워서 도움을 준 덕분에 편안하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다.
여러 형태의 약국을 방문하면서 우리 일행은 각자 관심 있는 부분에 대하여 질문하였고 중요한 정보를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하여 연신 메모했다.
처방전 양식, 처방전 접수방법, 조제시스템, 대체조제 시스템 등에서부터 일본의 의약분업 추진 실태, 의약제도, 새롭게 실시되는 일반의약품 판매제도 등에 대하여 하나하나 살펴보고 질문을 통하여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했다.
현재 일본의 약국가는 우리 나라보다 더 복잡하고 급격한 변화의 중심에 서있다고 한다.
종합병원에서 성분명처방이 실시되고 있고, 후발의약품(제네릭의약품)의 대체조제 제도 실시 등 보험재정의 안정과 의약분업의 유지를 위한 여러 가지 제도들이 시행되고 있고, 이미 2006년부터 약대 6년제가 실시되었으며 재택의료제도 도입 등 큰 변화의 흐름 속에 있다.
당장 2009년 4월부터 일반약의 판매규제 완화를 위하여 개정약사법이 시행된다. 즉 일반의약품 '등록판매자 제도'가 실시되는 것이다.
'등록판매자'라는 것은 일반약의 약국외 판매제도를 손질하면서 새롭게 생겨난 직종으로 약제사 없이도 일반약 판매가 가능케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즉 일반약을 3등급으로 구분하고 1등급은 약제사만 2,3 등급은 약제사와 등록판매자가 모두 판매 가능하게 한 것이다.
미국에서처럼 드럭스토어가 성황중인 일본 약업계 상황에서 경제논리에 의하여 '조제'라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분에는 약제사를 고용하고, 일반약의 판매에는 등록판매자를 배치하여 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이는 요즘 우리 나라에서 많이 논란이 되고 있는 약사보조원이나 미국식 테크니션의 개념이 아니라 일반약의 주도권 자체를 약제사에서 일정부분 비 약사에게 이양하게 되는 것이다. 상상만 해도 참 우울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