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제제의 바이러스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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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수정 최종수정 2006-09-22 11:03
▲ 식약청 강혜나 보건연구사
<기획>

최근 에이즈 오염 혈액으로 만든 혈액제제 유통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내 혈액제제 생산관리 시스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대한약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혈액제제 생산과정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혈액제제의 바이러스 검증과정 중 불활화/제거 공정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본지에서는 이날 발표를 맡은 강혜나 보건연구사가 작성한 혈액제제의 바이러스 검증 과정에 대한 원고를 소개한다.

혈장분획 제제란 냉에탄올 분획법 (Cohn-Oncley fractionation) 등을 이용하여 에탄올 농도, pH, 이온강도, 단백농도, 온도를 순차적으로 변화시켜 혈장으로부터 원하는 단백질을 분리하여 얻은 제제를 말한다. 현재 상품화되어 사용되고 있는 제제를 예로 보면 알부민, 면역글로불린, 혈액응고 인자 제제 등이 있다. 이러한 혈장분획 제제는 혈액으로부터 유래하기 때문에 공여자로부터의 바이러스 오염의 가능성을 항상 지니고 있다. 제제의 오염 가능성을 줄여 안전한 혈액제제를 공급하기 위하여 혈액 또는 혈장의 공여시부터 환자의 사용까지 여러 단계의 안전성 보증을 높이기 위한 전략과 원칙이 있다.

공여자 스크리닝과 검사를 통한 공여자의 관리, 제제 생산을 위해 pooling된 원료 혈장에서의 바이러스 검사, 우수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Good Manufacturing Practice; GMP)에 의한 생산 및 품질관리, 제조 공정 중의 검증된 바이러스 불활화/제거 공정, 반제품 혹은 완제품에서의 바이러스 검사, Look-back system 등의 임상적 감시 (clinical surveillance)가 그에 속한다.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혈액제제의 공급을 위하여 제조 공정은 바이러스를 불활화 혹은 제거시킬 수 있는 공정이 포함되어져야 한다. 이 때 불활화 방법은 열처리 (pasteurization, dry heat, vapour heat), 화학적 처리 (solvent/detergent), 낮은 pH 처리, 방사선 처리 등을 통해 바이러스의 감염성을 감소시키는 방법이고, 제거 방법은 바이러스를 원하는 단백질로부터 분리를 하는 과정으로 침전, 크로마토그래피법, 여과 등의 방법이 있다.

각각의 바이러스 불활화 및 제거의 방법은 서로 다른 장점과 특징들을 가지고 있어 제제에 적용 시 그 제제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여야 하고, 좀 더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를 포괄적으로 불활화 혹은 제거할 수 있도록 다른 원리로 바이러스에 작용할 수 있는 두 단계의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하여야 한다.

각 방법의 특징을 살펴보면, 열처리의 경우 외피 (envelope) 바이러스와 비-외피(non-envelope) 바이러스를 모두 불활화시킬 수 있는 반면, 화학적 처리나 pH 처리는 외피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불활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 제거의 방법은 얻고자 하는 혈장 단백질의 정제과정으로서 모든 종류의 바이러스에 적용될 수 있으나 그 효과는 중간 정도이며 사용되어지는 컬럼의 세척이나 재사용 정도에 따라 결과가 크게 좌우된다.

혈장분획 제제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바이러스 불활화 및 제거 공정은 반드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검증되어져야한다. 이러한 바이러스 검증 연구의 목적은 제조공정이 원료물질을 오염시켰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불활화 혹은 제거시킴을 직접 증명하고, 이를 통해 더불어 생산 공정이 미지의 오염 또한 불활화 혹은 제거시킬 것임을 간접 증명하고 이를 문서화 하는데 있다. 검증은 다음의 몇몇 과정을 통해 완성되어진다.

1. 적절한 바이러스의 선택

검증을 위해 사용될 바이러스는 실제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를 선택하거나, 직접 그 바이러스를 실험상의 어려움으로 사용할 수 없을 경우 가장 유사한 모델 바이러스를 선택하여야 한다. 이 때 선택되어진 바이러스들은 다양한 물리ㆍ화학적 성질(크기, 저항성 등)과 다양한 유전자 형태(DNA, RNA, 단일나선, 이중나선 구조 등)를 가지고 있어야하며, 외피와 비-외피 바이러스를 포함하고 있어야한다. 또한 고농도 배양과 적절한 방법을 이용하여 분석이 가능한 바이러스를 선정해야 한다. 혈장분획 제제의 바이러스 검증시 주로 선정되어 사용되고 있는 바이러스의 종류로는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1 (HIV-1), C형 간염바이러스에 대한 모델 바이러스, 비-외피 바이러스 (A형간염바이러스나 파보바이러스 B19), 외피 DNA 바이러스 등이 있다.

2. 바이러스 불활화 혹은 제거 단계 선정

혈장분획 제제의 제조공정에는 다양한 물리ㆍ화학적 특성을 갖는 광범위한 영역의 바이러스에 대하여 효과적인 불활화 및 제거 공정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최초의 바이러스 불활화 혹은 제거 공정에서 살아남아 있을 수 있는 바이러스를 두 번째 공정 단계에서 효과적으로 불활화 혹은 제거할 수 있도록 상호보완적인 두 단계 공정을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비-외피 바이러스에 효과를 나타낼 수 있고, 바이러스를 제거보다는 불활화시킬 수 있는 적어도 한 단계를 반드시 포함하고 있어야한다.

3. 공정의 적절한 scale-down

바이러스의 생산 공정 투입은 GMP 규정에 어긋나고, 생산 규모로 바이러스 검증 실험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검증 연구는 따로 분리된 연구 시설에서 축소 (scale-down)된 형태로 이루어지게 된다. 적절한 배수로의 scale-down과, 실제 생산 공정과 유사하도록 고안된 scale-down 공정의 검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검증은 pH, 온도, 단백질과 다른 성분들의 농도, 반응시간 등의 고정적인 parameter들과 용량, 컬럼의 높이 등의 상대적인 parameter들을 설정하고, 각 단계별 효율을 비교하여 이루어져야한다.

4. 바이러스 spiking

검증 실험을 위해 spiking되는 바이러스는 고농도이어야하나 과도한 농축 등으로 응집(aggregation)되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응집은 바이러스 불활화 효과의 과소평가와 바이러스 제거 효과의 과대평가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보통 공정 출발물질 부피의 10%이내가 되도록 spiking하여야 한다.

5. 공정 시료의 세포독성 (cytotoxicity)과 간섭 (interference) 테스트

바이러스 검증 연구는 제조 공정 각 단계의 출발 물질로 있는 시료에 바이러스를 spiking하고 불활화 혹은 제거 단계를 거치게 한 후, 얻어진 시료를 배양세포에 접종하여 남아있는 감염성 바이러스를 정량하게 된다. 이 때 시료 자체가 배양세포에 세포독성을 나타내게 된다면 정확한 분석이 어렵게 된다. 따라서 본 실험 전에 반드시 예비실험을 통해 검증연구에 사용된 완충액이나 시료가 세포에 미칠 수 있는 세포독성을 분석하여 세포독성을 나타내지 않는 범위로 시료를 희석하여 본 실험에 사용해야한다. 또한 공정 시료가 세포독성을 나타내지 않는 범위로 희석되어 배양세포에 접종되었다 하더라도 공정 시료에 존재하는 성분이 바이러스 배양을 방해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간섭 효과도 본 실험 전에 분석되어져야 한다.

6. 감소값 (reduction factor)의 계산

각 공정에서 불활화 혹은 제거된 바이러스 양의 감소값은, 불활화 혹은 제거 전과 후의 총 바이러스 양 사이 비율의 로그값으로 정의된다. 그리고 전체 제조공정에서의 바이러스 불활화 혹은 제거의 효율은 개별 공정에서의 각 감소값들의 총합으로 표현된다. 보통 4 로그 이상의 감소값을 보이는 바이러스 불활화 혹은 제거의 공정을 효과적인 단계로 보고, 1 로그 이하의 감소값을 보이는 공정은 효과가 없는 단계로 해석한다.

7. 결과 해석시 고려 사항과 검증 연구의 한계

위와 같은 바이러스 검증 연구의 결과는 여러 요소들의 작용으로 그 한계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첫째, 연구에 사용되어진 바이러스는 실험실에서 배양되어진 것으로 실제 혈액 내에 존재하는 바이러스 (native virus)와 그 성질이 다를 수 있다. 둘째, 검증된 scale-down 공정이라 할지라도 실제 제조공정과는 다를 수 있다. 셋째, 측정된 바이러스의 감소값이 4 로그 이상이면 그 단계가 효과적이라고 해석되어지나 이러한 특정 공정에서의 바이러스 감소 효율은 spiking하는 바이러스 양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 넷째, 로그값으로 표현되는 바이러스의 감염력 감소는 아무리 크게 감소되어도 '0' 이하로는 떨어질 수 없는 수학적인 계산 한계를 가지고 있다. 다섯 째, 각각의 바이러스 불활화 혹은 제거 공정으로부터 얻어진 바이러스 감소값의 합으로 표현되는 전체 공정에서의 바이러스 불활화 혹은 제거 효율은 실제 공정에서의 효율을 과장시킬 수도 있다.

혈장분획 제제에서의 바이러스 불활화/제거 공정은 제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하여 반드시 고려되어져야할 중요한 단계이나, 위와 같은 한계 때문에 본문 처음에서 언급했던 여러 단계의 안전성 보증을 높이기 위한 전략과 원칙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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