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타존 계열 당뇨약물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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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수정 최종수정 2006-11-16 16:27


티아졸리딘다이온(Thiazolidinedione) 계열 경구용 혈당강하약으로 최초로 개발된 트로글리타존(Troglitazone)은 1997년 3월 미국에서 시판이 시작되었고 유럽에는 1년 후 소개된 약물이다.

미국 내에서 20억원 이상의 규모로 트로글리타존이 팔리는 동안 적어도 90건의 간 부전증(그 중 70건의 사망 혹은 간 이식)이 발생되었다.

이 결과 2000년 3월 트로글리타존은 시장에서 제외되었다.

같은 계열 약물로 로지글리타존(상품명은 아반디아)과 피오글리타존이 이어서 1999년 판매되었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현재 아반디아가 시판되어 당뇨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2형 당뇨를 치료하기 위한 합리적인 치료법은?

비만형 2형 당뇨의 경우는 에너지 섭취와 소비간에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한다.

나쁜 생활습관으로 인해 비만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당뇨병이 발병한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시도하여 증상의 완화를 꾀할 수 있다.

실제 초기의 당뇨 환자들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정상 혈당을 유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활습관 개선의 노력이 부족하여 종종 혈당조절에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의사들은 바로 약물치료를 선호하게 된다.

2형 당뇨 환자들은 인슐린저항성을 극복하기 위한 충분한 양의 인슐린을 더 이상 분비하지 못한다.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는 실제 적지 않은 양의 인슐린을 분비함에도 불구하고 신체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High output failure” 상태에 놓이는 것이다.

따라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설포닐요소계 약물들은 심부전증에서 심근을 수축시켜 심박출량을 늘려주는 디지털리스 계열 약물과 같은 Positive inotropic agent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다.

반면 간에서 당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알려진 약물인 메트포르민은 간으로부터 혈액 중으로 포도당의 유입속도를 낮추어주어 전부하(preload)를 낮추는 기전이라 말할 수 있다.

티아졸리딘다이온 계열의 약물들은 간에서 당 생성을 줄여주고 또한 근육이나 지방조직으로 포도당이 잘 유입되어 이용되도록 도와주어 결과 베타세포에 대한 후부하(인슐린저항성 개선으로 인한 포도당의 세포유입 촉진)와 전부하(간에서의 당 생성 억제)를 낮추어준다.

이러한 작용은 내인성 인슐린의 작용을 상승시키며 정상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주사로 투여해야 하는 인슐린의 양을 많게는 30% 가까이 줄일 수 있다.
따라서 글리타존 계열 약물들은 이론적으로 2 형 당뇨환자 치료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약물임이 이제까지 주장되어 왔다.

트로글리타존 스토리

트로글리타존은 미국 식품 의약청에 의해 이례적으로 빨리 시판이 허가된 약물이다.

2,510명의 2형 당뇨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48명(1.9%)은 간 독성 지표 효소인 혈액 중 ALT 수치가 정상 최고치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났고 반면 가짜약 그룹에서는 0.6%만이 이러한 간 독성을 나타냈다.

1997년 11월 트로글리타존이 미국 내에서 시판된 지 8개월이 경과한 시점에 135건의 심각한 간 독성이 보고되었으며 6명은 이로 인해 사망하였다.

영국의 경우는 자국 내 트로글리타존이 소개된 지 6주만에 이 약물의 간 독성을 이유로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다.

2000년 3월 트로글리타존을 복용한 환자 중 60명이 간 독성으로 인해 사망하기에 이르렀고 10명은 간 이식을 받았으며 그 중 3명은 결국 사망하였다.

트로글리타존으로 인한 급성 간 부전증의 발병률은 8,000~2만명 환자 중 1명 꼴로 확인되었다.

그러면 트로글리타존 이후에 시판된 로지그리타존이나 피오글리타존은 안전한가? 물론 심각한 간 독성은 트로글리타존에 비해 훨씬 적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부종이나 체중증가의 부작용이 로지글리타존 사용으로 인해 빈발하는 것이 보고되고 있다.

로지글리타존을 65세 이전 환자가 사용할 경우 3.5%가 부종을 경험하고 65세 이후 사람이 심부전증을 동반한 경우에는 부종의 부작용이 7.5% 환자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2년 이상 약물을 사용한 환자에서 메트포르민과 병용한 경우에는 3.7%, 설포닐요소와 병용한 경우에는 6.3%의 체중증가가 나타났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글리타존 계열의 약물이 많은 조직에서 세포분화나 지방생성을 촉진하는 효능제로서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이들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였을 때 나타날 수 있는 long-term effect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다.

새로운 치료제가 기존의 치료제보다 더 약효가 뛰어나다고 하는 전제 하에서만 우리는 허용 가능한 독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로지글리타존(아반디아) 스토리

뉴욕 소재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내과 의사인 Gouda 박사가 `The American Journal of Medicine' 잡지(2001년 11월)에 투고한 로지글리타존의 간 독성에 대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그 동안 로지그리타존에 의한 간 독성에 관한 보고가 두건이 있었으나 두 경우 모두 이 약물이 간 부전증에 직접적인 원인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Gouda 박사는 1년 이상 로지글리타존을 투여 받은 한 환자의 케이스를 보고하고 있다.

82세의 남자 환자로 지난 3주간 피로감, 구역질, 전반적인 허약감을 느껴 내원하였다. 당뇨병, 관상동맥질환, 담낭절제, 호염성 뇌하수체선등의 병력을 가지고 있는 이 환자는 내원하기 전 당뇨치료 목적으로 로지글리타존을 1년 이상 복용하였다. 내원하기 7개월 전 간기능 검사에서는 모든 수치가 정상이었다.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물은 다음과 같다:25년간 levothyroxine과 hydrocortisone, 7년간 aspirin과 metoprolol, 1년간 ranitidine, glimepiride, lisinopril, lansoprazole 그리고 지난 두 달간 testosterone gel을 사용하였다. 신체검사 결과 혈압은 190/90 mmHg, 호흡률은 26, 약간의 황달, 오른쪽 상복부에 뻐근함 등을 호소하였다.

병원에 입원한 후 환자의 상태는 점점 나빠져 간성 혼수(hepatic encephalopathy)가 나타났고 혼수가 일어나면서 6일후에 사망하였다.

성인에서 간 부전증의 대표적인 원인은 간염과 약물로 인한 간 독성이다.

그 외 저혈압, 자가면역 질환 그리고 정맥패쇄성 질환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으나 이 환자에서는 가능성이 없었다.

이 환자가 그 동안 복용하고 있었던 약물들 중 간에 직접적으로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약물은 로지글리타존을 제외하고는 문헌 혹은 경험적으로 없다고 Gouda 박사는 판단하였다.

로지그리타존의 경우 간의 약물대사 효소 중 CYP2C8이나 2C9에 의해 대사가 되는데 같이 복용한 약 중 lansoprazole이 이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어 그 결과 로지그리타존의 대사를 방해하여 혈중 농도를 높일 가능성은 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이 환자에서 발병한 급성 간 부전증은 로지글리타존으로 인해 야기된 간염으로 여겨진다.

현재 로지글리타존의 경우 처음 1년 동안은 2달 간격으로 그 이후에는 6개월 및 1년 간격으로 간 기능을 검사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나 이 케이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로지글리타존을 사용하는 모든 환자에서 (특히 간 기능에 이상이 있는) 좀 더 길게 간 기능을 규칙적으로 점검해 보는 것이 요구된다.

인류의 질병을 퇴치하거나 증상을 완화시켜 우리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보다 좋은 치료제의 개발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연구에 우리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When all else fails, we can always resort to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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