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은 예로부터 마약의 원조로 알려지고 있다. 일명 앵속이라고도 하는 양귀비의 미숙한 과피에 상처를 내어 분비하는 우유 모양의 유액을 모아 자연 건조시켜 굳어진 약한 갈색의 덩어리를 생아편이라 하고, 이를 가공하여 아편을 얻고 분말로 한 것을 아편말이라 하며 의료용으로 이 아편말이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날 단속이 심하지 않았던 시기에 농가에서 양귀비를 몇 포기씩 심어서 가정 상비약으로 사용해왔었다. 복통 설사하는 환자 등에게 다려서 먹이면 잘 들어 농가에서 처마 밑에 매달아 놓은 양귀비의 건초를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때는 무의·무약촌이 많고 의약품도 부족했던 시절이었다.
이 양귀비는 앞에서 말했듯이 일제하에 일본사람들이 전매작물로 재배하게 함으로써 이때부터 아편사용이 확대되었고 중독자가 생기게 되었으며 이들에게 공급할 아편을 얻기 위해 양귀비를 대단위로 밀경작하는 사람이 있는 한편 가정 상비약으로 심는 사람도 있게 된 것이다.
앵속속식물(Poppies)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 가운데 아편을 채취하는 식물은 양귀비(파파베르 솜니페룸 엘)뿐이고, 모르핀 등이 들어있는 파파베르 세티게룸 디씨라는 야생식물이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밖에 마약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앵속속식물이 많은데 이들은 모두 꽃이 매우 고와서 19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관상용으로 가정이나 학교의 화단에 많이 심었었다. 그 중에서 한 예로 파파베르 오리엔탈 엘이라는 앵속식물을 특히 많이 심었는데 양귀비와 비교하여 키가 크고 줄기 잎에 털이 있으며 잎, 줄기, 꽃의 모양이나 색상이 전혀 다른데 다만 그 과실이 양귀비의 것보다 작지만 모양은 비슷하여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에 마약단속요원에게 적발되어 입건된 일이 있었다. 이 당시 필자에게 의뢰된 감정과 유권해석의 결과로 무혐의 처리는 되었지만 그 이후 혼이 나서 다시는 이들 관상용 앵속은 심지 않게 되었다.
아편을 채취하는 양귀비는 흰 꽃이 피는 것인데 이것도 그 변종이 많아 붉은 꽃, 자색 꽃, 붉은 색 겹꽃과 수술로 된 꽃 등이 있는데 이들 변종은 모두 꽃이 아름다웠다. 그래서 미모의 여인에게 양귀비라는 이름이 부쳐진 것 같다. 이들 변종도 꽃이 아름답기 때문에 관상용으로 심은 사례가 있었는데 이 역시 마약이 들어 있는 양귀비이므로 단속의 대상이 되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필자가 앵속속식물의 성분을 조사하기 위해 양귀비와 그의 변종들 그리고 마약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몇 가지 앵속속식물을 심어서 그 성분을 분석해보았는데 양귀비의 변종에도 흰 꽃 피는 양귀비와 똑같은 마약성분이 들어있었으나 아편의 수확량이 적고 모르핀 함량도 낮았다. 아편 생산용으로는 역시 흰 꽃 피는 것이 적합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일제 때부터 심어오던 이 양귀비는 매년 단속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초까지도 깊은 산 속에서 대단위로 밀경작해왔는데 이 식물은 잎에 형광이 있고 꽃이 하얗게 피므로 개화기에 헬리콥터로 공중사찰하여 적발했었다.
아편에는 어떤 성분이 들어있나
아편 중에는 알칼로이드라고 하는 화합물이 20여종 들어있는데 그 중에서 유효한 성분은 모르핀, 코데인, 나르코틴, 파파베린, 데바인 등이며 모르핀, 나르코틴, 파파베린은 진통제로, 코데인은 기침약으로 오랫동안 쓰여져 왔다. 이들 성분 가운데 모르핀, 코데인, 데바인은 마약으로 지정되어 있고 나르코틴과 파파베린은 옛날에는 마약이었으나 이들 약물은 의존성이 없다하여 마약에서 제외되었다.
아편의 주성분인 모르핀은 1805년 독일의 약학자에 의해서 아편에서 추출하여 만들어졌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꿈의 신 모르베우스에서 모르핀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염산모르핀은 생아편보다 10배 이상의 진통작용이 있어서 신경통, 복통, 창상 등의 고통을 덜어주고 특히 전쟁시 전상자의 진통제로 유용하게 쓰여졌으며 합성마약인 페치딘주사액과 함께 암환자의 통증을 덜어주고 있다. 그러나 의존성이 강하여 중독된 환자가 많다.
인산코데인은 1832년에 만들어졌는데 진통작용은 모르핀보다 약하나 독성이 적고 진해작용이 있어서 기침약으로 오랫동안 쓰여지고 있다.
헤로인은 염산디아세틸모르핀이라 하여 모르핀에 무수초산을 반응시켜 만든 것으로 백색 결정성의 분말이다. 헤로인은 1898년 독일의 제약회사 바이엘사가 제조하여 발매했을 때의 제품명이었다. 이 이름은 독어로 "강력하다"는 의미의 헤로이쉬(Heroisch)에서 유래된 것이라 한다. 이름처럼 그 진통효과는 모르핀의 10배 이상이다. 그러나 그 반면 부작용이나 유해성이 다른 마약보다 훨씬 크고, 연용했을 때 쉽게 의존성이 생겨 만성중독에 빠지고 점차 증량하여 수십 배를 사용하지 않으면 듣지 않게 된다. 사용을 중지하면 금단증상을 일으켜 치료가 어렵게 된다. 이 때문에 1940년대 후반부터 국제적으로 그 제조, 수입, 사용이 금지되어 있으나 각국에서 남용되어 중독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중독증상
아편계 마약을 복용하거나 주사했을 때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반드시 기분이 좋아지는 것만은 아니다. 전신이 나른하게 되어 닥친 일이 어떻게 돼도 좋다는 상태가 되고 구역질, 어지러움, 머리가 무거운감 등을 체험하는 일도 있다.
몇 번이고 계속 쓰는 가운데 불안감이 없어지고, 행복한 기분을 맛보게 되어 어떻게 돼도 좋다는 도취감을 체험하게 된다. 옛날에도 도원경(유토피아)에서 노는 기분이라고 표현한 일도 있다. 처음에는 한 번으로 통증을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유효시간이 짧기 때문에 곧바로 의존성이 오고 내성이 생겨서 양을 늘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사용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게 된다. 보통 약용량은 모르핀의 경우 1일 15~30㎎ 정도이지만 중독자의 경우에는 그 몇 배를 사용하고 심한 경우 몇 10배로부터 100배까지 쓸 수도 있다. 보통 마약을 계속 사용했을 때 중독이 되지만 한대의 주사로 곧 바로 중독자가 되고 말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아편은 다른 약과 같이 환각이나 망상이 나타나지는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최초의 행복, 도취감이 잊혀지지 않고 그런 기분을 얻기 위하여 중독자로 전락되고 약을 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신체적으로는 마르고 영양실조, 전신쇠약, 식욕부진, 피부건조, 수족이 떨리고, 동공의 축소, 맥박이 약해지고, 혈압강하, 구갈, 변비, 메스꺼움, 구토, 생식기능부전(월경이 없음), 불면, 낮에 졸림, 언어장해, 피부괴양감 등이 보인다. 노동의욕을 상실하고, 지위, 체면, 책임 등은 어떻게 돼도 좋다고 되어버리고 감정이 둔화된다. 약값이 필요하기 때문에 남에게 돈의 차용, 가재의 반출, 도둑, 사기 등은 물론이고 태연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그 전과는 사람이 달라졌다고 여겨질 정도로 도덕감, 윤리감이 없게 되고, 약을 얻기 위해 심지어 매춘부의 심부름도 서슴치 않는 자가 되어버린다.
마약으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한 이유는 약물이 필요하다는 욕구 외에도 약효가 떨어졌을 때의 육체적인 「금단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증상은 몸이 나른하고 으슬으슬 추우며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하품, 기지개, 재채기, 눈물, 콧물, 발열, 많은 양의 땀, 구갈, 탈수증상, 현기증, 헛소리, 메스꺼움, 구토, 설사, 동공산대, 호흡의 불규칙(숨가쁨), 심장의 고통, 복통, 신경통, 관절통 때로는 전신경련, 신체 각부위의 통증 등이 일어나 환자는 칠전팔도의 고통이 보이며 몸부림치게 된다. 더욱 진행되면 의식이 이상하게 되어 난폭해지고 곧 실신, 전신경련발작을 일으켜 몸이 쇠약해져 허탈상태에서 사망하는 경우도 나오게 된다. 미국에서는 이 증상을 표정의 변화를 보고 칠면조(터기)라고 부른다.
정신증세로는 불안, 초조하고, 고민을 하고, 신경질적이며, 화를 잘 내고 의지력이 약해지고 모든 일에 의욕이 없어진다. 이때 의사나 간호사에게 약을 달라고 애원하는 일도 적지 않다. 이 증상은 3일 동안이 정점이고 약 7일부터 10일간에 소실된다. 그러나 그 후 무기력 상태가 오래 계속되는 수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