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아트기행, K-ART로 풍성한 ‘홍콩미술의 봄’
2024 아트바젤 홍콩이 지난 3월말 성황리에 개최됐다. 중국본토의 영향력이 강해진 홍콩의 분위기는 많은 서구회사의 헤드쿼터들이 퇴거하면서 변화되었지만, 전년 대비 65개 갤러리가 늘어난 40개국 242개의 갤러리가 홍콩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갤러리들을 모집해 새로운 방향성을 낳았다. 특히 미술사의 거장들을 선보이는 ‘카비넷’, 기획과 맥락에 중점을 둔 ‘인카운터스’섹션에 각각 박서보와 양혜규의 작품이 전진 배치되면서 한국작가들의 역량이 강화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작가의 담론을 펼쳐내는 ‘컨버세이션/필름’ 섹션들이 ‘홍콩미술의 봄’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엠플러스 미술관과 주홍콩한국문화원(이하 문화원)의 ‘LAYERS OF K-ART’ 등에서 한국의 주요 작가들을 소개하는 ‘한국미술의 붐 업’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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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바젤 홍콩 VIP 프리뷰 개막 전날인 3월 25일 홍콩 센트럴 H퀸즈 빌딩 1층 로비에는 전세계 컬렉터와 미술계 관계자, 2030대 관람객까지 몰리면서 홍콩의 중심가인 ‘갤러리 스트리트’를 가득 메웠다. 홍콩 동시대 미술을 소개하는 서구룡 문화지구에 위치한 M+ 뮤지엄 역시 전 세계에서 미술계 인사들의 네트워킹 파티가 열렸고,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기간은 전시가 끝난 이후에도, 5월까지 대부분의 미술전시들이 ‘홍콩미술의 봄’을 알리기 위해 문화 홍콩의 위상을 다시금 드높혔다.
그러나 많은 전시가 열리던 센트럴의 패더빌딩에는 해외갤러리들이 짐을 빼고 가고시안 갤러리만이 ‘앤디 워홀의 긴 그림자’(3월25일에서 5월11일)라는 전시를 열었다. 홍콩 센트럴에 위치한 H퀸즈 빌딩에서는 페이스, 데이비드 즈워너, 탕 컨템포러리 등 세계적인 갤러리가 5월까지 단독 개인전을 진행하는데, 탕컨템포러리는 스페인의 현대 미술가 에드가 플랜스 개인전을, 5층과 6층에 위치한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는 볼프강 틸만의 개인전을 진행중이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진 것을 반영하듯 9층에서는 온피니트 아트 파운데이션(Onfinitive Art Foundation)의 중국 컬렉터 클로이 치우(Chloe Chiu)의 소장품 전시가 열렸다.
바젤에 참가한 한국갤러리는 국제, PKM, 학고재, 조현, 리안, 아라리오, 학고재, 바톤, 원엔제이, 우손, 휘슬과 뉴욕의 티나킴과 VSF 같은 한국계 갤러리가 자리를 메웠다. 이젠 프리즈 서울 이후 한국에 상륙해 지점을 낸 페이스, 로팍, 리만머핀, 글래드스톤, 페로탱, 에스더 쉬퍼 등이 자리해 아트바젤홍콩은 한국 컬렉터들에게도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곳이 되었다. 바로 옆에 자리한 위성 페어인 아트센트럴은 컬럼스, 디스위크엔드룸, 띠오 등 한국갤러리의 참여가 상당히 많았는데, 바젤와 아트센트럴은 위상과 규모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주홍콩한국문화원의 K-ART, 김택상-박종규-김근태-김춘수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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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콩한국문화원(이하 문화원)은 홍콩섬 중심에 위치한 유명 문화복합공간 PMQ(Police Married Quarters, 옛 경찰기혼자숙소) 내에 자리하며 한국 미술을 알리는 다양한 특별 전시를 개최하고 있으며, 특히 전시 공모 사업, '한국 젊은 작가전' 시리즈 등을 통해 국제시장 진출에 관심이 있는 유망 작가들을 발굴하고 홍콩 아트신(Art Scene)에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홍콩에서 '미술의 달(Art Month)'인 3월에는 매년 특별 전시를 선보이고 있으며, 올해는 성균관대학교와 협력하여 전시를 진행했다. ‘한국미의 레이어: 도자와 추상’은 전통과 현대를 매칭한 우수사례로 각광 받아 왔고, 이에 문화원은 한류가 K-Art로까지 이어지는 국제적인 추세를 반영해, 세계2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 기간에 ‘한국의 대표작가와 전통 도자’를 매칭한 전시에 주목하였다.
한국 후기 단색화 대표작가 김택상(청자), 박종규(상감청자), 김근태(분청사기), 김춘수(청화백자)의 작품과 한국 전통 도자를 매칭하여 기획된 전시이다. 이들은 아트바젤 홍콩에 리안갤러리(김택상, 김근태, 김춘수)와 학고재 갤러리(박종규)에서 소개되는 작가들이다. 최근 한국미술이 세계의 각광을 받으면서,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연동해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한창인 가운데, 해외 문화원과 한국관들은 과거와 현재를 ‘오늘의 관점’에서 다시 읽는 K-Art의 다층적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미술 나침반, 이젠 서울로 오나?
다양한 한국 작가들의 진출은 고무적이지만, 아트바젤홍콩은 중국 경제 성장세 둔화 등으로 컬렉터·갤러리 모두 소극적이었다는 평이다. 이에 매체들은 “KIAF·프리즈 서울이 덕을 보는 것이 아니냐”는 견해들을 내놓았다. 국제갤러리는 리움에서 전시한 강서경의 작품을 9만달러(약 1억2060만원)에, 줄리안 오피의 작품을 11만파운드(약 1억8600만원)에 판매했고, 부산 조현화랑도 이배 작가의 작품 세 점을 판매했지만, 실적에 대한 반응엔 고개를 저었다는 후문이다. 주목받는 작품을 들고나온 하우저앤드워스 같은 갤러리는 900만달러(약 120억4000만원)의 윌렘 드 쿠닝의 작품과 필립 거스틴의 850만달러(약 114억7900만원)을 팔았지만, 아트바젤홍콩 주최 측에서는 통상 첫날 공개하던 ‘판매 리포트’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중화권 불황과 홍콩증시 하락, 서구 대형컬렉터들의 쇠퇴가 원인이지만, 가장 큰 요인은 ‘홍콩의 중국화’가 아닐까 싶다. 실제 5일간 홍콩에 체류한 결과 이전과 다른 느낌을 받았는데, 지난 19일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통과된 불안감도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행사를 찾은 해외 갤러리스트들은 중국에 대한 반감 때문에 참가를 포기했거나, 불안감 때문에 홍콩행을 접은 컬렉터들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프리즈 서울의 역할론에 힘이 실릴지 모른다는 낙관론을 심어준다. 중국발 리스크보다 떠오르는 ‘한류의 힘’과 다이나믹한 서울의 이미지가 서구 컬렉터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안현정씨는 예술철학전공 철학박사출신의 문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관, 유중재단 이사,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