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팝과 함께 한 시리즈의 종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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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 시리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구성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크게 화제가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Volume 3’ 만큼은 다르다. ‘가오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실관람객들의 평가가 좋다. 제임스 건 감독이 경쟁사라 할 수 있는 D.C 스튜디오로 옮기기 전에 ‘영혼을 갈아넣었다’고 직접 말했을 만큼 공들인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원작에서는 조연에 불과했던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가오갤 Volume 3’도 그 동안 전사(前史)를 알 수 없던 너구리 ‘로켓’의 과거가 등장한다는 것이 다른 시리즈와의 차별점이다.
친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가오갤’ 멤버들의 우정, 실패작이라는 이유로 먼지처럼 사라질 뻔했던 어린 로켓의 슬픈 과거 사이에서 영화의 삽입곡들은 톤 앤 매너를 때로는 만들고, 때로는 전환시키면서 큰 역할을 한다. 1,2편도 올드 팝이 많이 사용되었지만 3편은 음악이 등장인물처럼 전면에 등장해 대사에도 인용되고 서사에도 깨알 같은 영향을 미친다. 가장 인상적인 곡을 꼽으라면 오프닝에 깔리는 라디오헤드의 ‘크립(Creep)’일 것이다. 국내에서는 라디오헤드의 곡중에 가
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이라 귀에 익숙한데, 오리지널 버전에서는 일렉트릭 기타가 사용되었지만 영화에 삽입된 노래는 한국, 호주 등 일부 국가에 한해 발매된 CD 에 수록된 어쿠스틱 버전이다. 멤버들의 무기력하고 우울한 일상이 느린 롱테이크로 펼쳐지는 첫 장면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마지막 장면에 깔리는 곡은 역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플로렌스 앤 더 머신의 ‘도그 데이즈 아 오버(Dog Days Are Over)’다. 몽환적 느낌의 보컬, 기묘한 가사를 그대로 시각화한 것 같은 뮤직 비디오를 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가오갤’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원래 명곡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행복해 보여서 더 눈물이 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의 피날레와 함께 기억될 것 같다.
윤성은의 Pick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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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팰리스’(감독 가성문)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범죄도시 3’(감독 이상용)의 아성에 밀려 스크린을 많이 잡지는 못했어도, 일단 이 영화를 선택한 관객들은 만족감을 느끼며 극장을 나올 것이다. 그 만족감은 사실, 기쁨이나 감동이 아니라 씁쓸함에서 나온다. 산업재해, 부동산 등 우리 사회의 굵직한 이슈들을 촘촘하게 엮어낸 이 영화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사고들로 두 시간의 러닝타임이 휙 지나가 버린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도 중심을 잃고 넘어질 수 있는 순간들과 그 결과 봉착하게 되는 매운맛의 딜레마는 관객들을 적잖이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야말로 독립영화에서나 느낄 수 있는 예술적 감흥의 하나이자 궁극적으로 이만큼 현실과 밀착해 있는 영화를 감상했다는 데 대한 만족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재해로 남편을 잃은 ‘혜정’은 진상규명을 위해 투쟁하다가 합의금을 받고 농성텐트에서 나온다. 얼마 후, 합의금으로 마련한 미분양아파트 ‘드림 팰리스’에서 녹물이 쏟아져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함께 농성하던 친한 동생, ‘수인’도 일련의 사건 끝에 합의금을 받기로 한다. 혜정은 선한 마음으로 수인이 합의금 받는 일부터 드림 팰리스 사는 일까지 도와준다. 그러나 아파트 입주민들은 집을 헐값에 분양하는 건설사에 대한 항의로 집을 싸게 산 사람들이 이사오지 못하도록 아파트 입구를 지킨다. 혜정과 수인 사이에 감춰져 있었던 오해가 불거지고 갈등이 커져가는 사이, 두 사람은 농성텐트 회장의 부고를 듣게 된다.
혜정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죽은 남편이 사고를 내지 않았다고 믿었기 때문에 합의금을 받았고, 수인에 대한 미안함과 애정 때문에 수인의 아이들을 돌봐주었으며, 합의금을 받는데 같이 가주었고, 아파트도 싸게 살 수 있게 마음을 썼다. 그러나 혜정의 선행들은 대개 자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일이었고, 그녀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서툴렀다. 산업 재해로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 앞에서 자기 자식을 감싸거나 농성텐트 회장의 장례식장에 아들과 함께 가는 등의 행동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수인이 그 점을 신랄하게 지적하기 전까지, 혜정은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 이삿짐 트럭을 단지내로 못 들어오게 막는 입주민들도 그 커뮤니티 안에만 있으면 그들의 행동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깨닫지 못할 것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관객들에게 자기 객관화의 기회를 준다는 점이다. 한 발짝 떨어져 스크린 안의 인물들을 바라보면 혜정의 뻔뻔스러움과 입주민들의 웃지 못할 촌극이 입체적으로 떠오른다. 혹시 나도 저런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한 컷 한 컷 의미 있는 작품이다.
윤성은씨는 영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다양한 매체에 영화음악 칼럼과 짧은 영화소개 글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