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송예술상 본선작가 10인의 접전, ‘여름생색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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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부채가 떠오르는 계절이 왔다. 더위를 가시게 하는 부채는 바람을 일으켜 오물과 재앙을 날릴 만큼 청정하여 병귀(邪)를 쫓는다 했다. 실제로 동화약품(대표이사 유준하)의 ‘활명수(살릴活-생명命-물 水)’는 손에 쥐는 접선(摺扇; 손부채)을 로고로 삼아, 생명의 활력을 만드는 캠페인과 예술후원에 힘을 실어 왔다. 여름생색’展 은 신진 작가 발굴과 지원, 전통 문화 계승을 위해 제정된 ‘가송 예술상’ 공모전 본선 진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자리로 꾸몄다. 이 전시를 향한 약업계의 평가는 고무적이다. 예술과 삶을 잇는 ‘새로운 미감’이 기업브랜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고유 접선의 현대적 재해석, 개성화를 향한 새로운 방향성
부채 보낸 뜻을 나도 잠깐 생각하니
가슴에 붙는 불을 끄라고 보내도다
눈물도 못 끄는 불을 부채라서 어이 끄리 - 『고금가곡』, 작자 미상
전해 내려오는 다양한 문헌에는 신부가 초례청(醮禮廳)에서 단장하여 수줍음을 가리는 빨간부채와 신랑이 백마에서 내려 신부집에 들어설 때 안면 하단을 가리는 파란부채 등이 나오는데, 예로부터 부채는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될 규방 문화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6월 1일부터 12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여름생색’展은 신진작가 발굴과 지원, 전통문화 계승을 위해 제정된 ‘가송예술상’ 공모전의 본선진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가송예술상은 예술계의 숨은 인재 발굴과 후원을 통해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2012년 제정됐다. 2023 가송예술상은 만 49세 이하, 3년 이내 개인전 또는 단체전 1회 이상의 경력을 가진 작가를 대상으로 하며, 부채 장인과의 콜라보레이션 부문과 ‘접선(摺扇; 접는 부채)’ 주제 부문으로 접수하여 1차 포트폴리오, 2차 심층면접을 통해 본선 진출 작가를 선발했다. 이후 완성된 작품을 바탕으로 오는 6월 1일 최종 심사를 통해 대상, 우수상, 콜라보레이션상 수상자를 선정, 최종 수상자 3인에게는 상금 및 상패가 수여됐다. 역대 가송예술상 대상 수상자는 최준경(2012년), 정찬부(2013년), 송용원(2014년), 최은정(2016년), 강태환(2018년), 김원진(2021년) 작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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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계리더를 발굴한다는 취지답게, ‘2023 가송 예술상’ 대상으로 릴리 리(Lili Lee) 작가의 <이어질 리邐>'가 선정됐다. 우수상은 최희정, ADHD 작가, 콜라보레이션상은 김다슬 작가가 수상의 영광을 이었다. 전시명 ‘여름생색’은 ‘여름 생색은 부채요, 겨울 생색은 달력이라(鄕中生色 夏扇冬曆)’는 속담에서 유래했다. 고려 시대부터 이어져온 우리나라 고유 전통 예술인 접선(摺扇, 접는 부채)의 예술적 가치 향상과 대중화를 목적으로 2011년에 시작한 부채 전시회는 올해로 8회째 이어오고 있다.
윤현경 상무의 야심찬 기획, 부채작품을 통한 한국미의 동시대성 확보
대상 <이어질 리邐>는 접선을 샤머니즘을 통한 주술적 이동순간으로 해석한 작품으로, 고전의식에서의 퍼포먼스와 무복, 무구 등을 현대의 복잡다단한 시각적 파편요소로 재해석해 ‘네트워크 시대’의 비가시적 요소와 결합한다. 백남준의 다양한 시대해석을 연상시키는 작품들은 부채가 다양한 의미에서 현대화되듯 전통의식과 현대문화를 자연스럽게 잇는 ‘기업철학’과도 잘 어울린다.
전시를 총괄 기획한 윤현경 상무는 “문화를 소재주의로 바라보던 시대는 끝났다. 가송예술상은 자기개성화로 재치를 발휘한 신진작가들을 발굴하여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문화공존의 장을 만들고자 한다.”며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동화약품의 정신이 예술로 새로운 창발을 일으키는 새시대의 에너지와 만나기 바란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로 열지 못했던 가송예술상의 앞날을 보는 본선전시라고 할 수 있다.
가송예술상 운영위원 김노암 예술감독은 “기업과 예술이 만나면 꽃을 피운다”며 “접는 부채인 접선은 하나의 소재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은유적 상징”이라고 평한다. 전통과 현대의 의미에 대한 작가들의 고유한 관점과 정의가 여름생색展을 통해 구체화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의미와 통찰을 통해 우리시대의 생성과 소멸, 관계와 공감을 이끌어 가는 매개체로 본 것이다.
인사아트센터 1층 본전시장과 2층 제2전시장에서 선보인 전시들은 설치, 미디어아트, 회화 등이 구현된 다차원적 시각을 담았다. Lili Lee, ADHD, 서지혜, 문서진, 김민호, 이웅철, 정희정, 최희정 그리고 내 유일 접선장(摺扇匠) 김대석 장인과 협업한 콜라보레이션 부문은 김다슬, 이경민의 작품이 선보였다. 전시는 공식 홈페이지(www.dongwhaart.co.kr)에 공개될 온라인 전시투어 영상과 VR전시관을통해 비대면으로도 전시를 즐길 수 있다.
<필자소개>
안현정씨는 예술철학전공 철학박사출신의 문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관, 유중재단 이사,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