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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각·박물관 공동 개최 , 성균관의 보물, Layers of culture
안현정 기자 news@yakup.co.kr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수정 최종수정 2023-05-12 18:39

박물관 60주년, 위창 오세창 서거70주년 기념해 ‘수장고’ 활짝 열려  
한국미의 레이어를 ‘명품도자-한국 현대추상’과 매칭해 선보여

1964년 개관한 성균관대 박물관(관장 김대식)이 동아시아학술원(원장 김경호)의 존경각(尊經閣)과 손잡고 ‘국가지정유물’ 등 주요 소장품을 선보이는 《성균관의 보물, Layers of culture》(5월 23일~2024년 3월 31일)를 개최한다. 2000년 동아시아학술원의 출범과 함께 개관한 존경각은 동아시아학 연구의 기반 조성과 효율적 지원을 위하여 설립한 동아시아학 전문 자료정보센터로, 본래 명칭은 조선조 성종 6년(1475년) 성균관(成均館)에 설립되어 수백 년 동안 성균관 유생(儒生)들의 학문 연구를 지원하였던 최초의 대학도서관에서 유래한다. 현재 존경각은 고전서적(古典書籍) 8만여책과 동아시아학 관련 학술서적 및 일반자료 1만여권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존경각이 소장한 국가지정보물과 서화, 6m에 달하는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사주당이씨의 태교신기(胎敎新記), 심산선생 친필 간찰 등이 최초 공개된다. 특히 두 기관이 소장한 ‘중요 소장품’들을 어제와 오늘/비교·대조라는 ‘한국문화의 다층구조(Layers of K-culture)’ 속에서 살펴봄으로써 유물을 인식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것이다.

한국문화의 레이어를 열다. 6미터 대동여지도 실견 기회

Layers of Culture(문화의 레이어)라는 부제는 최근 ‘한국 전통문화의 미적 구조’을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되는 말로, 전통건축·복식·배채로 표현된 초상화와 고려불화·도자 및 칠기, 고문서 등 내·외연의 깊이를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미적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존경각은 성균관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수많은 고서적을 보관해 왔으며, 수장고에 잠들어 있던 이들의 가치는 교육적 활용과 전시를 통해 발굴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전시는 크게 1부 존경각의 보물, 2부 박물관의 보물, 3부 한국미의 레이어라는 시각에서 구성한다. 특히 2024년은 박물관설립 60주년, 2023년은 위창 오세창 선생 서거 70주년에 해당되므로 ‘전시 속 전시’로서 다양한 신수 유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한국문화 지킴이’로서의 ‘성균관대학교’의 위상을 제고하고자 한다.  

최초의 태교서 사주당이씨의 태교신기

1부 존경각의 보물에서는 기축년(1589, 선조22) 7월 29일부터 그해 9월 27일까지 승정원(承政院)을 통해 처리된 왕명의 출납행정 사무 등이 기록된 선조기축년사초(宣祖己丑年史草)’가 공개된다. ‘기축일기는 현재 남아 있는 승정원일기보다 앞선 시기의 자료이며현존하지 않는 임진왜란 이전에 작성되었던 승정원일기의 일면을 볼 수 있는 희귀한 사료이다총 5책 50권으로 구성된 춘추경좌씨전구해(春秋經左氏傳句解)는 발문과 간기를 통해 1431(세종 13) 경상도 청도에서 원판본을 번각한 완질이 확인되지 않은 고간본(古刊本)이다주목할 자료는 태교의 중요성을 깨달아 그 이론과 실제를 체계적으로 정립한 최초의 태교법 사주당이씨(師朱堂李氏, 17391821)의 태교신기경서와 의학서에 종합한 저술이다

 

위창 오세창의 근묵 (박물관 소장)

2부 박물관의 보물에서는 보물로서의 가치를 받고 있는 위창 오세창(1864-1953)의 근묵(槿墨)’(1,136, 34관련 유물과 김천리 개국원종공신녹권(金天理 開國原從功臣錄券등이 선보인다위창이 80세가 되던 해인 1943년에 완성한 근묵은 우리나라를 뜻하는 근역(槿域)’과 먹으로 쓴 글씨를 의미하는 묵적(墨蹟)’의 결합어로한국 역대 명사들의 진적을 모은 서첩이다. ‘근역서휘(槿域書彙)’(1911)와 더불어 한국 역대 인물의 친필 진적을 싣고 있는 보물로 평가받는다공신녹권(功臣錄券)은 태조 4(1395)에 이성계의 조선 건국에 공로가 있는 김천리(金天理)에게 공신도감에서 발급한 것이다실제로 최근 근묵은 보물로 지정되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존경각 소장의 대동여지도의 신유본(1861철종 12) 22첩을 입체적으로 세워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1첩은 지도제-방안표-온성부지도-지도표-도성도-경조오부 순서로 구성되어 있어 지도유설과 제2첩의 통계표가 결질되어 있다가채본으로 지도표는 적색주황색과 청회색 물감을 이용하였으며 군현 경계는 황색으로 가채하였다도 경계가 굵은 적색 실선으로 그려져 있는데 소장자가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13첩의 한성부는 별도의 가채를 하지 않았지만 도성 내부는 적색 물감으로 채색되어 있다존경각은 1475(성종 6) 성균관 내에 설립된 도서관으로 시작하였으며 1946년 성균관대학의 부설도서관이 되었다지도에 도서관장 직인이 찍힌 것으로 보아 광복 이후에 구입하였던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 도자와 매칭된 포스트 단색화’, ‘김근태·김택상·김춘수·박종규

 

3부 Layers of K-Art에서는 한국미의 다층구조를 보여주는 '도자와 매칭된 동시대 한국추상미술'을 선보인다최근 글로벌하게 주목받는 후기 단색화의 대표작가인 김택상(청자), 박종규(상감청자), 김근태(분청사기), 김춘수(청화백자)를 매칭해 해외 뮤지엄 한국관 전시에 활용될 만한 수준 높은 전시구성을 선보인다이들 작가들은 서울 프리즈·홍콩 바젤 아트페어 등 세계미술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후기 단색화의 대표작가들로겹침과 스밈의 정제된 변주 속에서 한국 전통미에 근거한 여러 겹의 레이어를 작품의 방법론으로 삼는다서양화의 칼로 그은 듯한 면(중심의 모노크롬과는 완전히 다르며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시대의 조형의식을 평생에 걸쳐 연구한 작가들이다도자기의 유약과 어우러진 한국토양의 바탕을 층으로 쌓듯 겹치고 스미는 현상은 물질시대 속에서 추구해온 한국 전통문화의 깊이라는 측면에서 공통된다이들은 ‘K-Art’의 다이내미즘을 보여주는 글로벌한 시대 속에서 유행과 거리를 둔 차원 높은 전통과 정신주의를 작품의 근간으로 삼는다한국미의 원형을 다채로운 변주 속에서 보여주는 창작활동을 성균관대박물관이 소장한 명품자기와 매칭 해 지속가능한 창작미학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

 

<필자소개

안현정씨는 예술철학전공 철학박사출신의 문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관유중재단 이사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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