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오사마 빈 라덴을 찾아라
백승만교수의 '전쟁과 약'이야기
편집부 기자 news@yakup.co.kr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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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11뉴욕에서 일어난 비행기 테러 사건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어린이들과 함께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일상도 바뀌어야만 했다그는 곧바로 테러범에 대한 보복에 착수했다알 카에다가 주요 타깃이었다알 카에다의 본거지 아프가니스탄도 중점 공략대상이었다알 카에다의 수장오사마 빈 라덴은 최우선 제거대상이 되었다.

미국이 작정하고 공격하는 데 버텨낼 나라가 몇이나 될까직전까지 핵 협상에 집중하며 미국과 아슬아슬한 관계를 유지하던 북한마저도 자중하던 상황이다미국은 2개월도 지나지 않아 공습 체제를 완비하고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을 선포했다승패는 불을 보듯 뻔했다전쟁은 그랬다하지만 전쟁이 이겼다고 해서 전략적 목표를 모두 달성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는 데 실패했다미국이 직접 이역만리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할 수는 없다미국에 우호적인 자국 정치인을 앞세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정도가 최선일텐데 아프가니스탄 국민도 알 건 다 안다결국 장기간에 걸친 저항에 직면하는데 이러면 미국이 이길 수가 없다단기간의 전면전이야 미국이 가장 잘 하는 전쟁이지만장기간 이어지는 전쟁은 완전히 다르다이미 베트남에서 한 번 패배한 경험도 있다장기화된 이 전쟁을 빠르게 종식시키는 방법은전쟁의 명분을 달성해야 한다그러려면 빈 라덴을 체포해야 한다.

그런데 빈 라덴의 행방이 묘연했다전쟁 초반부터 근거지를 옮겨 다니며 미군의 움직임을 피해 다니던 빈 라덴이다특히 그가 활동하던 지역은 정서적으로 미국에 반발하는 지역들이었다가령 파키스탄과의 접경지대 등은 반미정서가 심해 미국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극히 어려운 곳들이다이런 지역에서 민심을 얻은 빈 라덴을 체포하기는 극도로 어려웠다그렇게 빈 라덴은 10년 가까이 도망쳐 다녔다

그러던 2011년 봄 미국 정보부는 빈 라덴의 움직임을 포착했다장소는 아보타바드(Abbottabad)라는 파키스탄과의 접경지대 속 작은 마을나름 부유층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빈 라덴도 있을 법 했다그래도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야 했다빠른 시간 안에 체포하기 위해서인데그러지 못할 경우는 거점을 옮길 가능성이 농후했다그러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전쟁도 그만큼 더 길어진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빈 라덴의 정확한 근거지를 파악하는 데 미국 정보부가 사용한 전략이 백신이다빈 라덴은 아이가 많았고 그중에는 어린아이도 있었으므로 적절한 때에 백신 접종을 받아야 했다특히 소아마비나 B형 간염 백신은 그 지역에서도 활발하게 접종하던 백신이었다따라서 백신을 접종하는 아이의 정보를 통해서 거주지를 확인하면 빈 라덴의 은신처를 정확하게 추적할 수도 있다.

백신을 접종하면 은신처가 나올까백신을 접종해도 누구의 아이인지 알기는 어렵다그래도 유전정보는 얻을 수 있다당시 미국은 빈 라덴 여동생의 유전정보를 확보하고 있었다이를 통해 접종받은 사람이 빈 라덴의 혈족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다어느 아이가 빈 라덴의 아이인지 알고 나면 나머지는 쉽다주소 정보는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은 불법이다유전정보를 미국에 제공해야 하고주소 정보를 열람해야 한다주소를 기입한 이유가 이런 목적은 아니지 않은가유전정보는 더욱 더 귀한 정보다이 정보를 미국 당국에 흘린 사람은 파키스탄 현지 의사 샤킬 아프리디라는 사람이다아프리디가 어떤 이유로 이 정보를 제공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보타바드 내에서도 빌랄 타운이란 부촌으로 근거지를 좁힌 미군은 추가적인 확인 작업을 마치고 근거지를 특정하였다이후 미군 특수부대의 움직임은 거칠 것이 없었다같은 해 5월 2일 빈 라덴의 은신처로 침입해 들어갔고 곧바로 빈 라덴을 사살하였다이 상황은 부대원들의 헬멧에 부착한 장비를 통해 실시간으로 지구 반대편의 백악관으로 생중계되었다.

다만 백신 접종을 활용했다는 <가디언>지의 폭로가 이어지자 미국 당국은 이를 즉각 반박하였다원래 세상 일은 양쪽 다 들어봐야 아는 법이고양쪽 말이 다르면 쉽사리 결론내릴 수 없다딱 거기까지다그래도 파키스탄 사람들의 입장은 다르다그들은 미국이 얄팍한 수를 써서 빈 라덴을 잡았다고 생각하며 소아마비 등의 백신에 대해서 의심하기 시작했다파키스탄은 지금도 소아마비가 창궐하는 전 세계 3개국 중의 하나다이 말썽 많은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 70년 넘게 많은 사람들이 뼈 빠지게 일했는데 그 마지막에 와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니 좀 힘이 빠지긴 한다.

<필자소개>
백승만 교수는 서울대학교 제약학과 졸업후  동 대학원에서 생리활성 천연물의 화학적 합성에 관한 연구로 약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텍사스 사우스웨스턴 의과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11년부터 경상국립대학교 약학과 교수로 부임하여 의약화학을 강의·연구하고 있다.  현재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연구 개발하고 있으며 약의 역사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분자 조각자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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