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에 대해 환자가 알아야 할 사항들
당뇨병 치료제로 많이 쓰이고 있는 알파 글루코시다제 (alpha-glucosidase; 영어로는 알파 글루코시데이스로 읽습니다) 억제제에 대해 환자가 알아야 할 사항에 대하여 문답식으로 정리하였습니다.
1.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는 어떻게 혈당을 떨어뜨리나요?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은 탄수화물이 소장에서 흡수되는 것을 지연시키거나 막아서 혈당을 떨어드립니다.
탄수화물은 포도당, 설탕, 전분 등의 당류를 일컫는 용어입니다. 탄수화물은 당이 몇 개 붙어 있느냐에 따라 단당류, 다당류 등으로 나뉩니다. 즉. 당이 하나만 있으면 단당류, 두 개 이상 붙어 있으면 다당류인 것이지요. 단당류의 대표적인 것은 포도당입니다. 다당류 중 당이 두 개만 붙어 있는 것을 특별히 이당류로 부르고 그 예로는 설탕 (sucrose), 우유에 많은 유당 (lactose) 등이 있습니다.
단당류는 소장에서 바로 흡수될 수 있지만 다당류는 그렇지 못합니다. 대신, 다당류는 소장내에서 단당류로 잘게 짤려야만 흡수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소장내에서 다당류를 단당류로 잘게 부수어 다당류의 흡수를 도와주는 효소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글루코아밀라제 (glucoamylase), 설탕을 분해하는 수크라제 (sucrase), 락토스를 분해하는 락타제 (lactase) 등이 그것입니다. 즉, 다당류의 종류에 따라 분해하는 효소가 여러 가지 있는 것입니다. 이와같이 소장내에서 다당류를 단당류로 분해하여 흡수를 돕는 여러 종류의 효소들을 통칭하여 알파 글루코시다제라고 부릅니다. 다시 말하면, 알파 글루코시다제는 다당류를 단당류로 분해시키는 여러가지 효소들인 것이지요.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는 이 효소들을 억제하여 다당류가 단당류로 분해되지 못하도록 만듦으로써 다당류의 흡수를 줄입니다. 이 약들은 모두 구조적으로 탄수화물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즉, 가짜 탄수화물인 셈이지요. 그런데, 알파 글루코시다제는 진짜 탄수화물보다 이 가짜 탄수화물들을 훨씬 더 좋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파 글루코시다제는 이 가짜 탄수화물들을 분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진짜와 가짜 탄수화물이 함께 있으면 알파 글루코시다제는 자신이 분해할 수 없는 가짜 탄수화물에 더 많이 붙습니다. 이렇게 되면, 알파 글루코시다제가 분해하는 진짜 탄수화물의 양이 줄어들어 흡수되는 단당류의 양이 줄어들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는 (진짜) 탄수화물이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도록 하여 혈당을 낮추는 것입니다.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는 섭취한 음식에서 탄수화물이 흡수되는 것을 줄이기 때문에 식후 고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2.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는 혈중 당화 헤모글로빈 수치 (hemoglobin A1c)를 얼마나 떨어뜨리나요?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는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나 다른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와 함께 투여했을 때 혈중 당화 헤모글로빈 수치를 평균 0.5% 정도 떨어뜨립니다. 따라서,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는 일반적으로 다른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민 (metformin)이나 설포닐우레아 (sulfonylurea; 설폰요소) 계열보다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약하지만 DPP-4 억제제나 SGLT-2 억제제와는 비슷한 정도로 혈당을 떨어뜨립니다.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가 혈중 당화 헤모글로빈 수치를 떨어뜨리는 정도는 탄수화물의 섭취량과 관계있습니다. 즉, 이 약들은 평소에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는 환자의 혈중 당화 헤모글로빈 수치를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더 많이 떨어뜨립니다. 왜냐하면, 이 약들은 탄수화물의 흡수를 억제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인도인, 베트남인 등은 탄수화물의 섭취가 서양사람들보다 많기 때문에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에 의한 혈중 당화 헤모글로빈 수치의 감소 정도가 큰 것 (1-1.5%)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종류가 많이 사용됩니다.
표.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
영문명 | 한글명 | 상품명 (예) | 하루 총 용량 (mg) | 하루 복용 횟수 |
Acarbose | 아카보즈 | 글루코바이정; 종근당아카보즈정 | 25-300 | 한 번- 세 번 |
Miglitol | 미글리톨 | 미그보스필름코팅정 | 25-300 | 한 번- 세 번 |
Voglibose | 보글리보스 | 베이슨정; 베이보스정; 보글리코스정 | 0.2-0.9 | 한 번- 세 번 |
이 약들은 식사할 때 같이 복용해야 혈당 강하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하루 세 번 복용합니다.
아카보즈는 이당류를 포함한 다당류의 흡수를 억제하지만 미글리톨과 보글리보스는 이당류의 흡수만을 억제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는 임상적인 효과의 차이로 나타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세 가지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의 혈당 강하 효과는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앞서 설명한 대로, 이들은 모두 음식, 특히 탄수화물을 섭취할 때 복용해야만 혈당 강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 이들은 부작용 (다음달 컬럼 참조)이 서로 비슷합니다.
이 세 약들은 약 자체의 흡수량과 대사 과정이 약간 다릅니다. 아카보즈와 보글리보스는 흡수량이 전체 투여량의 2-6%미만에 불과한 반면 미글리톨은 50-100%가 흡수됩니다. 흡수된 아카보즈의 약 30%와 흡수된 미글리톨의 95%는 신장으로 배설되기 때문에 신장 기능이 아주 좋지 않은 환자들 – 사구체 여과 속도가 25 ml/min 미만 - 은 이 약을 피해야 합니다 (사구체 여과 속도는 신장의 기능을 알려주는 지표로 숫자가 낮을 수록 신장 기능이 떨어진 것입니다). 반면, 흡수된 보글리보스는 신장으로 극히 일부만 배설됩니다. 하지만, 이 약이 신장 기능이 아주 안 좋은 환자에게 안전한 지는 잘 연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 환자들은 보글리보스의 사용을 되도록이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이 세 약들은 아주 드물지만 간독성을 일으킬 수 있고, 간기능이 아주 안 좋은 환자들에 대한 안전성이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으므로 간경변 등 간이 안 좋은 환자들도 이 약들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4.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는 당뇨병 환자의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을 줄여주나요?
당뇨병 자체가 심근경색, 뇌경색 등 심각한 심순환기 질환이 발생할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당뇨병약이 혈당 강하 효과와 함께 이런 심각한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을 낮추어 준다면 당뇨병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세 가지 알파 글루시다제 억제제들은 모두 당뇨병 환자에게 심각한 심순환기 질환이 발생할 위험을 낮추어 주는 지를 임상시험을 통하여 검증받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이 약들은 단지 혈당을 낮추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5.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은 어떤 당뇨병 환자들에게 사용되나요?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는 주로 메트포민과 다른 경구용 혈당 강하제의 복합요법으로도 혈중 당화 헤모글로빈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환자들에게 사용됩니다. 이처럼 이 약들이 널리 사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이 혈중 당화 헤모글로빈을 크게 낮추지 못하고 심각한 심순환기 질환의 발생 위험을 줄이는지에 대해 검증받지 못했으며 하루에 세 번 복용해야 하는 등 복용의 편의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또, 위장관 부작용이 비교적 흔해 생활을 좀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사용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는 공복혈당을 낮추는 것보다 식사후 혈당을 낮추는 데 효과가 더 큽니다. 왜냐하면, 이 약들은 음식을 먹을 때에만 혈당 강하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약들은 식사 후 혈당 조절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환자들에게 유용합니다.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는 음식을 섭취할 때에만 혈당 강하 효과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저혈당의 위험이 낮습니다. 따라서, 이 약들은 저혈당의 위험이 높은 환자들 – 저혈당 병력이 있거나 노인 – 에게 괜찮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가 인슐린, 설포닐우레아, 글리니드 (glinide) 등과 함께 쓰이면 저혈당의 위험이 높아집니다.
6.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의 부작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은 다음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 부작용의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를 빨리 만나시기를 권합니다.
1) 가스, 방귀, 묽은 변, 설사 등 위장관 부작용
앞서 설명했듯이,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는 소장이 탄수화물을 흡수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이 때 흡수되지 못한 탄수화물은 대장내 세균에 의해 발효됩니다. 이렇게 되면 대장 내 가스가 많이 생기게 되고 방귀도 자주 나옵니다. 또, 대장내 탄수화물의 양이 증가하게 되면 대장내 물의 양도 늘게 됩니다. 따라서, 변이 묽어지고 심하면 설사를 할 수 있습니다.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의 위장관 부작용은 비교적 흔해서 이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의 10-50%가 이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부작용은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의 용량이 높을수록 더 자주 일어납니다. 다행히,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를 오래 복용하면 위장관 부작용의 빈도는 줄어듭니다. 따라서, 위장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는 가장 낮은 용량에서 시작하여 4-8 주 동안 천천히 용량을 증가시켜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카보즈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바로 하루 세 번 복용하기 보다는 허가 받은 용량 중 가장 낮은 25 mg을 저녁식사와 함께 하루 한 번씩 2-3일 동안 복용합니다. 위장관 부작용이 없거나 지낼 만한 정도이면 하루 복용 횟수를 하나 더 늘립니다 (예를 들어, 아침식사와 함께 복용). 이와 같이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의 위장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복용 횟수와 용량을 천천히 증가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저혈당
앞서 기술했듯이,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 단독요법으로는 저혈당의 위험이 아주 낮습니다. 하지만,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를 글리피지드 (glipizide), 글리부리드 (glyburide), 글리메피리드 (glimepride)와 같은 설포닐우레아, 라파글리니드 (repaglinide)와 같은 글리니드, 또는 인슐린과 같이 사용하면 저혈당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저혈당의 증상은 심한 배고픔 (허기), 기운 없음, 빈맥, 식은 땀, 정신 혼미 등입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사탕, 설탕과 같은 당분을 섭취하셔야 합니다.
3) 간독성
일반적으로 간기능 상태를 알려주는 지표로 혈액 속의 GOT와 GPT의 양을 측정하여 사용합니다. GOT와 GPT는 서로 다른 효소로 주로 간 세포내에 분포합니다 (정확히는 GPT가 간에 좀 더 많이 분포합니다). 그런데, 간 세포가 죽게 되면 간 세포속에 있던 이 효소들이 혈액으로 빠져 나오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혈액 속에 있는 이 효소들의 양이 늘게 되겠지요. 따라서, 혈액 속의 이 효소들의 양이 많을수록 간 세포가 더 많이 죽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는 아주 드물지만 혈중 GOP, GPT의 수치를 올립니다. 하지만, 이 증가된 수치가 반드시 간기능 저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일부 간 세포가 죽어 있더라도 살아있는 세포들이 많이 있으면 간기능은 정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간세포는 재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한 약물 사용을 위해 혈중 GOP, GPT의 수치가 정상 범위보다 높으면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를 중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가 어떻게 혈중 GOP와 GPT의 수치를 올리는 지는 아직 잘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7.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을 시작하기 전과 후에 어떤 검사들을 받아야 할까요?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을 복용하시는 분들은 혈중 당화 헤모글로빈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혈중 당화 헤모글로빈 수치는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의 혈당 강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을 시작하기 전에, 그리고 시작하고 나서 3개월 뒤에 다시 측정합니다.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는 신장기능이 아주 안 좋은 환자 – 사구체 여과 속도가 25 ml/min 미만 – 에게 사용하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으므로 특히 평소에 신장기능이 안 좋았던 환자들은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를 시작하기 전에 신장기능 검사를 받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 부종, 소변량 감소, 피곤함, 메스꺼움, 식욕부진 등의 신장기능이 악화되는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도 신장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신장 기능은 보통 혈중 크레아티닌 (creatinine)의 양을 측정하여 사구체 여과 속도를 계산함으로써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는 간기능이 아주 안 좋은 환자에 대한 안전성이 잘 확보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평소에 간기능이 안 좋았던 환자들이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를 시작해야 한다면 혈중 GOT, GPT와 같은 간기능 검사를 받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 간기능이 악화되는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도 간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간기능이 악화되면 황달, 복부통증, 복수, 메스꺼움, 혼미한 정신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8.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을 얼마나 오래 복용해야 할까요?
당뇨병은 만성 질환이므로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한, 계속 복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는 인슐린을 사용하는 환자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슐린을 맞기 시작하면 그 자체가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복용할 약의 갯수를 줄여주기 위해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9.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을 하루 중 언제 복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는 소장내에 탄수화물이 있을 때에만 혈당 강하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식사할 때 복용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식사를 거르시게 되면 그 때는 복용하지 마십시요.
10. 함께 복용할때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에 의한 효과를 줄이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을 높이는 약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앞서 설명했듯이,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를 설포닐우레아, 글리니드, 또는 인슐린과 함께 사용하는 경우 저혈당의 위험이 증가합니다.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