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벨서스(Rybelsus)정, 어떻게 복용해야 할까?
“오래간만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T는 내가 2년전까지 당뇨병 치료를 도와주던 50대의 여성 환자이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된 T는 재진 약속에 나타나지 않았다. 내 클리닉은 환자가 연속으로 두 번이상 재진 약속에 나타나지 않으면 더 이상 재진 약속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난 2년동안 나는 그를 잊고 있었는데 T의 1차의료제공자의 협진의뢰로 오늘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복용하는 약을 모두 가져오셨나요?”
“네.”
T가 내게 약이 든 가방을 건내준다. 가방을 열어보니 약병들과 함께 메디세트 (mediset)가 들어 있다. 메디세트는 환자가 약을 아침, 점심, 저녁 등 복용시간에 맞춰 복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이다. 보통 일주일치 약을 환자가 넣도록 되어 있어서 총 21개의 플라스틱 박스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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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메디세트를 가지고 오면 나는 메디세트 박스들을 모두 열어 본다. 환자들이 제대로 복용시간에 맞춰 약을 넣어 두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특히 T처럼 영어를 읽을 수 없으면서 많은 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메디세트에 약을 넣을 때 실수하기 쉽다. 약병의 라벨은 복약지시 사항이 영어로 쓰여져 있고 복용하는 약의 가지 수가 많으면 헷갈리기 쉽기 때문이다(나도 가끔 혼동된다). 또, 메디세트의 박스를 확인하면 환자들의 복약순응도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월요일마다 메디세트에 약을 넣어 두는 환자가 금요일에 내클리닉을 방문했는데 수요일 박스에 약이 아직도 있으면 그날 약복용을 잊어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나는 약병들과 함께 메디세트도 꼭 확인해 본다.
T의 메디세트를 살펴보니 복용하는 약들이 모두 처방대로 넣어져 있었다. 그리고, 적어도 이번주에는 약 복용을 잊은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한개 약이 눈에 띄였다.
“아침 박스에 들어 있는 리벨서스에 대해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 이 약을 아침박스에 같이 들어 있는 다른 약들, 즉, 메트포민(metformin), 엠파글리플로진(empagliflozin), 글리피지드(glipizide), 베나제프릴(benazepril), 레보티록신(levothyroxine)과 함께 복용하시나요?”
“네. 아침 먹기 전에 모두 함께 복용합니다.”
“아, 그렇시군요. 그런데, 이 약은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하면 안 됩니다.”
리벨서스(Rybelsus)는 일반명이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인 약을 경구용으로 복용할 수 있도록 만든 약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펩디드 (peptide)이다. 일반적으로 펩티드를 경구로 복용하면 위에서 위산과 펩신 (pepsin)이라는 효소의 작용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에 흡수되지 않는다. 그래서 세마글루타이드는 원래 피하주사제로 개발되었다 (상품명; 오젬픽, 위고비). 세마글루타이드 피하주사제는 1주일에 한 번만 주사하면 되지만 경구용보다 복용 및 보관 편의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흡수촉진제를 이용하여 세마글루타이드를 경구로 복용할 수 있도록 만든 약이 리벨서스인 것이다.
리벨서스에는 세마글루타이드와 스낵(SNAC; sodium N-(8-(2-hydroxybenzoyl)amino) caprylate)라 불리는 흡수촉진제가 함께 들어있다. 이 흡수촉진제는 위에서 국소적으로 pH를 높여 세마글루타이드가 위산과 펩신에 의해 분해되지 않도록 보호해 준다. 또, 여러개로 뭉쳐 있는 세마글루타이드 분자들을 하나씩 떨어지도록 도와주고 이들이 위세포막을 쉽게 통과할 수 있도록 하여 세마글루타이드의 흡수를 촉진시킨다. 즉, 스낵은 세마글루타이드를 보호하면서 빨리 흡수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런데, 스낵의 도움에 의해 흡수되는 세마글루타이드는 극소량에 불과하다. 주사 투여와 비교할 때 고작 약 1%만이 흡수될 뿐이다. 이처럼 흡수되는 양이 아주 적기 때문에 리벨서스는 흡수량을 최대화시킬 수 있도록 복용해야 한다.
리벨서스를 음식이나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할 경우 흡수되는 양이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리벨서스는 아침 식사 적어도 30분전에 복용해야 한다. 만약 다른 약들을 아침 식사전에 복용한다면 이들보다 적어도 30분전에 복용해야 한다.
리벨서스는 일부 약의 흡수를 촉진시킬 수 있다. 갑상선 호르몬제인 레보티록신이 대표적이다. 즉, 리벨서스는 레보티록신이 흡수되는 정도를 33% 높일 수 있다. 레보티록신은 음식에 의해 흡수가 저하될 수 있으므로 아침 식사 적어도 30분전에 복용한다. T처럼 리벨서스와 레보티록신를 처방받은 환자는 리벨서스 복용 후 적어도 30분이 지난 다음 레보티록신을 복용해야 하며 아침식사는 레보티록신 복용 후 적어도 30분이 지나야 할 수 있다. 즉, 리벨서스를 아침식사 적어도 한 시간전에 복용해야 하는 것이다.
리벨서스의 흡수량은 복용할 때 마시는 물의 양에도 영향을 받는다. 한 연구에 의하면, 50ml의 물과 함께 복용할 때 240ml에 비해 리벨서스의 흡수정도가 66% 더 높았다. 즉, 물의 양이 적을수록 흡수가 더 많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FDA는 리벨서스를 복용할 때 물의 양이 120 ml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50ml이 아닌 120ml이 된 이유는 뚜렷하지 않다. 하지만, 일반적인 계량컵 한 컵 분량이 240 ml이므로 쉽게 기억하기 위해 반 컵인 120 ml를 쓴 것으로 보인다).
“Ms. T, 리벨서스를 적어도 아침식사 한 시간 전에 반 컵의 물과 함께 복용하십시요. 그리고, 리벨서스를 복용하고 30분이 지난 다음, 아침에 복용하는 다른 약들을 복용하세요. 아침식사는 이 약들을 복용하고 30분이 지난 뒤 하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리벨서스는 아예 메디세트에서 빼 내야겠네요.”
“저도 동의합니다. 병에 두고 꺼내 복용하시는 것이 덜 혼동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내일 아침부터 30분 더 일찍 일어나야겠어요!”
<필자소개>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