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피지컬 AI의 시대와 수술실: 로봇과 공존하는 미래 의료
한상훈 기자 @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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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훈 레알성형외과 대표원장. © 레알성형외과

최근 개최된 CES 2026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기술 중 하나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를 비롯한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과거의 로봇이 사전에 입력된 명령에 따라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존재였다면, 오늘날의 로봇은 ‘피지컬 AI(Physical AI)’를 탑재해 스스로 환경을 인지·학습하고, 물리적 신체를 통해 인간과 유사한 유연한 상호작용을 구현하고 있다.

의료인의 시선에서 이러한 기술적 도약은 단순한 ‘미래 기술의 시연’을 넘어선다. 이는 수술실과 병동의 풍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전환점이며,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에 가깝다. 과연 로봇은 어디까지 인간 의료진의 역할을 보완하거나 대체하게 될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이를 어떤 자세로 받아들여야 할까.

1. 로봇 수술의 현재|정밀함의 한계를 넘어
이미 로봇 수술은 일부 진료과에서 ‘선택적 치료’를 넘어 ‘표준 치료’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로봇 수술 시스템인 ‘다빈치(Da Vinci)’는 비뇨의학과(전립선암), 산부인과(자궁근종), 외과(대장암·위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로봇 수술의 가장 큰 강점은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보완하는 정밀함에 있다. 10~15배 확대된 고해상도 3D 입체 영상은 육안으로는 구별하기 어려운 미세 혈관과 신경 구조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집도의의 손 떨림을 자동으로 보정하고, 540도까지 회전 가능한 다관절 로봇 팔을 통해 좁고 깊은 수술 공간에서도 자유로운 조작이 가능하다. 그 결과 주변 혈관이나 신경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출혈 감소와 합병증 위험 완화, 빠른 회복이라는 장점으로 이어진다.

반면 한계도 분명하다. 수술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촉각 피드백’, 즉 손으로 직접 조직을 느끼는 감각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여전히 단점으로 남아 있다. 또한 로봇 수술은 아직 모든 의료 현장에서 보편화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며 고가의 장비 도입과 유지 비용으로 인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클 수 있다.

2. 내시경 수술과 로봇 수술의 차이|‘관절’의 혁신
로봇 수술은 종종 내시경(복강경) 수술과 혼동되지만, 기술적 접근 방식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내시경 수술은 관절이 없는 직선형 기구를 사용해 집도의가 직접 기구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각도의 제한 속에서 마치 ‘젓가락질’을 하듯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반면 로봇 수술은 의사의 손목 움직임을 그대로 구현하는 관절형 로봇 팔을 사용한다. 집도의는 콘솔에 앉아 직관적으로 조작하며, 이는 마치 모니터 속 로봇이나 우주선을 조종하는 것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수술의 정교함과 안정성에서 결정적인 격차를 만들어낸다.

3. 성형외과와 미래 의료로의 확장 가능성
피지컬 AI가 탑재된 차세대 로봇은 향후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 초미세 재건 수술
1mm 이하의 혈관과 신경을 연결하는 미세수술에서 로봇은 인간보다 훨씬 안정적인 문합을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절단된 손가락의 재접합이나 유리피판을 이용한 재건술에서는 혈관 문합이 필수적인데, 로봇은 피로 누적 없이 일정한 정확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 안면 윤곽 및 절골 수술
AI가 사전에 시뮬레이션한 수치를 바탕으로 0.1mm 단위의 오차도 최소화한 절골이 가능해진다. 이는 의사의 감각에만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한 단계 진화한, 데이터 기반 수술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 지능형 피부 시술
환자마다 다른 피부 두께, 탄력, 조직 상태를 로봇이 실시간으로 분석해 레이저 에너지의 종류와 강도를 자동 조절하는 맞춤형 시술도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자동차의 자율주행이나 항공기의 자동운항 시스템과 유사하다. 인간이 설계하고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되, 실제 실행 과정은 기계가 더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이다.

의료인과 로봇의 공존|인간의 역할은 무엇인가
로봇 기술과 피지컬 AI의 발전이 의료 인력의 역할을 상당 부분 보완하거나 일부 영역에서는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수술의 정교함과 체력적 한계를 로봇이 담당한다고 해서, 의료의 본질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윤리적 판단을 내리며,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전신 상태를 고려해 즉각적인 결정을 내리는 일은 여전히 인간 의사의 고유한 영역이다. 수술 중에도 가장 중요한 가치는 ‘기술의 완성도’가 아니라 ‘환자의 안전’이며, 이는 반드시 의료진이 총괄하고 책임져야 한다.

미래의 병원은 ‘메스를 든 로봇’과 ‘그 로봇을 지휘하는 의사’가 공존하며, 환자의 안전과 삶의 질, 나아가 아름다움까지 함께 추구하는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언젠가는 “예전에는 사람이 직접 수술을 했대”라는 말이 낯설게 들리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피지컬 AI의 시대, 인간에게 남는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이제 의료계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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