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나는 왜 닮고 싶은가” – 성형, 모방, 그리고 나다움에 대하여
한상훈 기자 @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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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훈 레알성형외과 대표원장. © 레알성형외과

닮고 싶은 얼굴, 따라 하고 싶은 몸
사람들은 왜 셀럽을 닮고 싶어할까? 단지 예뻐서만은 아니다. 단순히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회적 수용'을 원한다. 많은 이들이 선호하고 부러워하는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할 때, 자신 또한 인정받고 주목받으며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한다.

이제는 얼굴뿐 아니라 몸매, 옷차림, 운동선수의 근육, 인플루언서의 가방까지 모든 것을 모방하려 한다. 인터넷으로 쉽게 외부 세계를 접하면서, 사소한 일상부터 심지어 범죄에 이르기까지 모방이 발생한다. 이는 자신이 그 대단한 존재가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성형수술 또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눈, 코, 가슴, 턱선 등 특정 이상적인 이미지와 연결된다. 이는 마치 컨셉트카를 먼저 디자인하고 미래에 그 형태를 구현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그 과정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고, 경제적 또는 상식적 기준을 넘어서는 특별한 선택을 하게 된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성형 수술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인구 대비로 보면 미국, 일본, 유럽 주요국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20대 인구의 약 30%가 성형수술의 경험이 있다고 하니 매우 높은 비율이다. 많은 사람이 하다보니 수술하는 것이 특별함이 아니라 평범함으로 생각된다.  

이는 단순히 '미의 기준' 때문이 아니다. 집단 내 기준을 맞추려는 경향과 외모로 평가되는 사회 구조가 크게 작용한다. 또한, 인터넷을 통한 쉬운 교류, 아파트와 같은 밀집된 주거 환경, 한류의 영향, 타인에 대한 높은 관심, 활발한 소통을 중시하는 민족적 특성 등도 이러한 현상에 영향을 미친다.

서구적 외모를 추구하는 이유 – 문화인가, 본능인가
높은 콧대, 큰 눈, 좁은 턱선, 풍만한 가슴, 날씬한 허리 등 특정 신체적 특징은 보편적으로 아름답다고 인식된다. 그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 현대 문화는 서구에서 들어온 것이며 그 중에 많은 것, 좋은 것은 서구적으로 표현되어 왔다. 세상은 모두 평등하다고 하나 피부의 색, 눈코의 모양, 원주민이라는 의미, 미개한 족속 등 가만히 보면 뭔가 차별이 있는 듯한 의미는 겉으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에도 한 번 언급했지만 오지의 민족도 몸치장이나 이상한 시술을 하는 것을 보면 그 뿌리는 본능에도 닿아 있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신체적 특징은 높은 생존력과 번식력을 상징한다. 이는 흔히 '우월한 유전자'로 인식되는 형질을 추구하는 본능과 연결된다. 즉, 생물학적으로 유리한 특성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결국 문화와 본능이 서로 물고 늘어지며 지금의 ‘글로벌 미의 기준’을 만들어왔다. 이는 서구만의 기준도 아니고, 동양에도 오래전부터 나름의 미적 코드가 존재해왔다. 동양적인 미인이 존재하기 마련이며 그것은 전 세계에 어느 대륙의 출신에도 존재한다. 다만 현대 사회는 정보와 이미지가 빠르게 퍼지기 때문에 특정 미적 기준이 마치 ‘정답’처럼 느껴지는 것뿐이다.

만약 어느 날 외계에서 키가 3미터이고 눈이 세 개인 지성체 문명이 나타나고, 인류가 그들을 우월한 존재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인간은 그들처럼 되고 싶어 하지 않을까? IQ가 발달해서 머리는 너무 커지고 팔다리는 가느다란 그런 모습이 가장 발달된 인체의 모습이 될까? 인간의 닮고 싶어 하는 마음’의 원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엉뚱한 상상인 것 같다.

‘누구처럼’이 아닌, ‘나’답게
상상 속의 외계인을 포함한 ‘누구처럼’이라는 기준에는 항상 내가 없어진다. 지나친 모방은 결국 나를 지워버리며 처음엔 단순한 선망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게 된다. 나의 진정한 모습은 사라지고 나의 속 마음도 잊게 된다. 스스로를 잊고 타인의 껍데기만 뒤쫓다가 평생을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우리는 성형중독이라고 한다. 어떻게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은 저렇게도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한다.

특히 Z세대, MZ 세대에서는 핸드폰이 손에 붙어다니며 침대에서도 바깥을 접하고 있는 것인다. SNS 속 완벽해 보이는 인플루언서를 보며 나의 부족함만 비교하게 되고, 결국 불안과 결핍이 커진다. 소비를 반복하고, 유행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친다 닮기위한 성형을 하게 된다. 그런 행위들이 만족을 주며 어느 선에서 그치면 다행이지만 현실을 넘어서 뜬구름처럼 끝없이, 목적없이 공허함 속에 방황할 수도 있다

© 레알성형외과

나다움을 지키는 일은 아마도 외적 모습보다는 내적 충만함에 있다고 하겠다. 그것은 온라인에서 얻는 지식이라기 보다 삶을 근본적으로 이해해야하는 지혜에 속한다. 내가 스스로 태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나”를 알기는 어렵지만 많은 배움을 통해 (이를 공부라고 한다) 혹은 종교적 가치관을 통해 “나자신"을 이루어 가는 것이다.

성형은 그 선택의 중심에도 ‘나’가 있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과 더 잘 지내기 위해서가 좋겠다. 누구라도 자신의 어떤 모습이 싫거나 개선되기를 원할 수 있다. 비슷한 상황이라도 어떤 사람은 전혀 개의치 않을 수도 있다. 그 상태로 자신을 잘 이루어가고 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수술을 원할 때 남의 기준에 맞추어 “이런 모습이 되어야 한다” 보다는 나의 상태에 맞추어 “이렇게 되는 게 좋다” 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누구를 좇다보면 거기엔 끝이 없고 계속 좇아야만 되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만족이라는 것은 자기 내면이 평온하게 되는 것이니 욕심만으로는 안되고 여러가지 요소와 가치관이 통합하여 이루어진다.

나다움은 타인과 다르고 특별하다는 것이 아니라, 타인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태도다.

그 아름다움은 얼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살아가는 삶 자체에 있다. 성형수술도 인생이라는 큰 틀에서 이롭고 건강하고 보기에도 좋은 그런 선택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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