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인간은 왜 몸을 바꾸는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미적 욕망
한상훈 기자 @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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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훈 레알성형외과 대표원장. © 레알성형외과

어느 문화든, 어느 시대든 인간은 자기 몸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과거 아프리카나 남미의 부족에서는 커다란 원판을 입술이나 귓불에 삽입하여 신체를 극단적으로 변형시키는 풍습이 있었다. 어떤 부족은 온몸에 상처를 내어 독특한 문양의 흉터를 남기기도 했다. 이국적인 전통이라 여겨졌던 이러한 행위들이 지금은 그리 낯설지 않다. 현대의 도시 거리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단지 표현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화장은 이제 거의 모든 사회에서 일상이다. 헤어스타일은 시시때때로 바뀌고, 머리색은 자연색에서 벗어나 온갖 색으로 변주된다. 흔히 펌, 즉 오래가는 머리카락의 형태(permanent wave)를 하기 위해 몇 시간 앉아 있는 것은 일반 남성의 경우 참기 어려운 시간일 수도 있다. 길거리나 방송에서 많이 보이는 귀걸이, 코 피어싱, 혀와 입술에까지 뚫은 고리들, 몸 곳곳에 새겨지는 문신. 이 모든 것은 단지 유행의 일환일까, 아니면 인간 내면의 본성일까.

놀랍게도 이런 신체 변형의 기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미적 욕망만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동물에게 표식을 남기는 일은 인간이 그 동물을 소유하거나 관리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노예나 범죄자에게 낙인을 찍던 과거의 방식도 마찬가지이다. '소속'과 '구별'이라는 기호적 의미가 담겨 있다. 문신이나 피어싱 역시 초기에는 계급, 부족, 용맹함 등을 나타내는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 행위들이 현대 사회에서 재등장한 이유는 단순한 복고가 아니다. 인간이 '자신을 정의하고 싶다'는 갈망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아를 드러내고, 남과 다름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사회가 균질해지고, 개성이 강조될수록 이 욕망은 더 커진다. 젊은이들의 우상이 된 세계 최고의 운동선수들은 문신한 모습을 나타내며 강함과 승리의 포효를 쏟아낸다. 피어싱과 문신은 이제 더 이상 반항의 상징만은 아니다. 어떤 이에게는 자기표현의 방식이고, 어떤 이에게는 스토리를 새기는 수단이며, 또 다른 이에게는 삶의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성형수술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예뻐지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내가 원하는 나'에 가까워지고 싶다는 욕망이 더 깊숙이 작동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욕망은 인간만이 가진 특성이다. 동물은 본능에 따라 살아가지만, 인간은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간다. 몸에 변형을 가하는 행위는 곧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몸이라는 캔버스 위에 직접 그려 넣는 작업이다.

© 레알성형외과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문신과 성형, 염색과 피어싱은 일종의 '인간성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동물처럼 주어진 외형으로만 살아가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창조하고, 재정의하려 한다. 그 과정은 때로 과장되고, 때로 파격적이며, 때로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표현은 결국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복잡한 내면의 반영이다. 마치 잘 이해할 수 없는 예술적 표현처럼 보인다.

결국 우리는 본능 그 이상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동물은 하지 않는 일을 인간은 한다. 단지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몸은 말보다 솔직하고, 때로는 말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름다움이든지 불만이든지 자기의 뜻을 나타냄이며 혹은 자기의 강함을 보이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 격투기 하는 사람의 몸에 그려진 문신은 매우 무섭게 보이지만 그것으로는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강한 체력과 힘 그리고 정신력이 있어야만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 사람에게 있어서도 그 정도가 너무 심하거나 혐오감을 일으키지 않으면 다행이다. 되돌이킬 수 있으면 더욱 다행이다. 하여튼 우리가 왜 자꾸만 몸을 바꾸려 하는지에 대한 질문의 답은 어쩌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우리가 몸에 새기는 모든 흔적과 변화는 단순한 치장이 아니라, 내면의 목소리를 외부에 드러내는 행위이다. 이는 사회적 시선이나 유행을 따르는 것을 넘어,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세상에 선언하는 자기 선언과 같다. 때로는 타인에게 이해받기 어렵거나 불편함을 줄 수도 있지만, 그 행위 자체는 인간이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찾고 표현하려는 깊은 욕구에서 비롯된다. 결국 몸의 변형은 인간이 끊임없이 자신을 탐구하고 재창조하려는 여정의 한 단면이며, 이는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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