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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이 노화를 늦추는 열쇠일지도 모른다. 이를 시사하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아직 정식으로 출판된 논문은 아니고 2025년 6월 2일(현지시간) 미국영양학회 연례학술대회 Nutrition 2025에서 공개된 연구 결과이다.
하버드 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 사라 마다비 박사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에서는 '간호사 건강 연구(Nurses’ Health Study)'에 참여한 여성 간호사 47,513명을 30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45~60세일 때의 카페인 섭취량을 조사하고, 2016년 그들이 70세 이상이 되었을 때의 건강 상태를 평가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건강한 노화를 정의했다. 70세 이상까지 생존하면서 암, 2형 당뇨병, 심장병, 신부전, 파킨슨병 등 11가지 주요 만성질환이 없고, 신체 및 정신 건강이 양호하고 인지 장애, 기억력 장애가 없는 상태를 모두 충족한 경우에만 건강한 노화로 간주했다. 이를 만족한 여성은 3,706명에 불과했다.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가장 많은 카페인을 섭취한 그룹(하루 약 7잔의 커피, 한 잔은 240ml)은 가장 적게 섭취한 그룹(하루 1잔 미만)보다 건강한 노화를 경험할 확률이 13% 높았다. 커피 한 잔을 추가로 마실 때마다 건강한 노화 가능성이 약 2%씩 증가했다.
하지만 일반 커피만이 건강한 노화와 연관성을 보였으며, 디카페인 커피나 차에는 그런 연관성이 없었다. 참가자들이 전반적으로 디카페인 커피나 차 섭취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연관성을 파악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한편 콜라 섭취는 오히려 건강한 노화 확률을 2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가 건강한 노화에 도움이 되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몇 가지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동물 실험에서 카페인은 기억력을 개선하고 뇌세포를 손상으로부터 보호하는 효과를 보였다. 또한 커피에는 수백 가지의 생리활성 화합물이 들어있으며 이들 중 다수는 염증을 줄이고 세포 손상을 방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른 여러 연구들에서도 커피 섭취는 심장병, 당뇨병, 파킨슨병, 간질환, 골다공증, 일부 암의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는 상관성을 제시할 뿐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커피 소비가 건강에 유익하다는 결과가 다수의 연구에서 일관성 있게 나타나는 데다가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흡연이나 운동 부족 같은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차이를 반영하고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은 커피 자체가 실제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힘을 실어준다. 커피가 건강에 해롭다는 오래된 통념은 최근 연구들에 의해 점점 힘을 잃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를 모두가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이번 연구에서 디카페인 커피는 건강한 노화와 상관성이 없었지만 다른 연구들에서는 디카페인 커피도 2형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 위험 감소와 연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인 대사는 개인차가 크다. CYP1A2 유전자 변이로 인해 카페인 대사가 느린 사람은 커피를 마셔도 건강상 유익을 얻지 못할 수 있고, 오히려 부작용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번 연구는 주로 백인 여성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다른 인종이나 남성에게도 같은 결과가 적용될지에 대해서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커피가 수면을 방해하거나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고, 일부 약물과 상호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만성질환 치료 중인 사람들은 주의가 필요하다. 사실 커피를 마음놓고 마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건강한 사람이란 뜻이므로 커피와 건강에 대한 연구 결과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커피를 마시지 않던 사람이 이번 연구 결과만 보고 새로 마시기 시작할 필요는 없다. 균형 잡힌 식단,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활발한 사회생활 등 건강한 삶을 위한 확실한 방법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블랙 커피를 마시는 나 같은 사람이라면, 이번 연구 결과 덕분에 아침 커피 한 잔을 더 즐겁게 마실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