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 ‘얼굴’이라는 스토리
레알성형외과 대표원장 김수신 기자 news@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수정 최종수정 2019-04-17 11:20
레알성형외과 대표원장 김수신▲ 레알성형외과 대표원장 김수신
나는 신체적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재건성형으로 새 인생을 찾아주는 것을 목표로 성형외과 전문의를 선택했다. 재건성형에서 미용성형으로 전향하면서 한때는 쌍꺼풀수술이나 코를 높여주는 수술로 돈을 번다는 사실에 자존심을 상해 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젠 사람들에게 아름다움과 자존감을 갖게 해주는 것에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

미용성형을 하는 나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한 여성이 찾아왔다. 표정이 어둡다는 것 외에는 그다지 손댈 데가 없었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로 수술을 요구했다. 결국 “어떻게 해 드릴까요?”하고 물으니 “예쁘게만 해 주세요.”라고 떼를 쓴다. 예쁘게? 이럴 때 “수술하면 예뻐지시겠습니다”고 말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편할 것인가.

대신 나는 “표정을 조금만 바꿔보세요. 사진을 찍을 때처럼 ‘김치~’하고 거울을 보세요.”라고 권했다. 그녀는 금세 자신이 원하는 예쁘고 건강한 얼굴로 바뀌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항상 이렇게 웃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성형의 목표는 자연스러운 얼굴이다. 자연스러움을 벗어난 성형은 성공한 수술이라 보기 힘들다. 얼굴 모양이나 이목구비는 예뻐진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뭔가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자연스러움이 부족한 것이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만큼 성형은 어렵다.

비교적 간단한 시술인 보톡스 역시 그렇다. 표정근을 마비시켜 주름살을 방지한다는 보톡스도 잘못 사용하면 표정 없는 ‘데드 마스크’를 만들 수 있다. 

사실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들의 얼굴엔 수심과 불만이 가득하다. 자신의 얼굴을 자책하며 거울 보기를 두려워하고, 심지어 카메라를 들면 기겁을 한다. 자신은 쌍꺼풀 없는 눈이나 낮은 코 때문에 못생겼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것이 이유가 아닌 경우가 많다.

얼굴은 스토리다. 얼굴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여러 자취가 아로새겨져 있다. 수심과 불만이 가득한 얼굴은 수심과 불만이 가득한 삶을 의미한다. 성형수술은 새로운 스펙을 갖추게 만드는 게 아니라 새로운 스토리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성형외과계에는 ‘상담을 하는 동안 웃지 않는 사람에겐 수술을 하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웃음이 없는 사람은 성형을 아무리 잘해도 예뻐지질 않는다. 사람의 인상은 결코 부분적인 이목구비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관심을 갖지 않는 뺨이나 눈가•입가 등 ‘여백’의 영향이 더 크다.

이 여백을 연출하는 것이 표정근육이다. 30여 개의 미세한 근육이 서로 밀고 당기며 다양한 감정을 연출한다. 쌍꺼풀과 오똑한 콧날과 갸름한 턱선이 있다고 해도 그것들을 생기 있게 만들어줄 표정과 웃음이 없다면 예뻐 보이지 않는다. 표정이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이목구비조차 사막 위에 세워진 단조로운 조형물일 뿐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얼굴의 색감이다. 밝은 표정을 지으면 얼굴의 온도가 올라간다. 표정근육이 움직이면서 혈액순환이 활발해져 발그레한 혈색이 돈다. 밝은 표정 하나로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얼굴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표정근육과 얼굴의 색감을 만드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 몫이다. 눈꺼풀이나 코의 모양을 바꿔주고, 턱이나 광대뼈를 깎아 얼굴의 틀을 교정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성형을 해서 완벽해지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자신의 얼굴을 사랑하도록 계기를 부여해주는 일이다.

얼굴에서 결핍이나 장애를 찾는 게 아니라 사랑을 가지기. 물론 그 결핍이나 장애가 개인과 사회라는 두 축 모두에서 만들어질 수 있음을 모르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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