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알성형외과 김수신 박사 (성형외과 전문의 / 의학박사)성형의들은 재수술을 꺼린다. 엄밀히 말하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까다로운 재수술을 꺼린다. 얼마 전, 쌍꺼풀 수술 부작용으로 눈을 뜨지 못하는 환자가 찾아왔다. 처음 쌍꺼풀 수술을 받은 병원에서 무려 7시간에 걸쳐 수술을 했다고 한다.
이틀에 걸쳐 두 차례의 재수술을 했지만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았다. 다른 병원을 찾아갔지만 그곳에서도 거절당하고, 대학병원을 찾아가려고 했지만 예약이 많아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환자는 수소문한 끝에 나를 찾아왔다.
아마도 수술 중 눈꺼풀을 들어올리는 근육인 안검거근에 문제가 생긴 듯 했다. 정말로 위험부담이 컸다. 계속 눈을 제대로 못 뜨고 살아야 할지, 눈을 뜨고만 생활해야 할지 양자택일의 상황이 될 수 도 있는 수술이었다. 심지어 수술 후 발생할 문제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내가 짊어져야 할지도 모를 그런 상황이었다.
그러나 나는 다시 수술하자고 했다. 환자가 너무 안쓰러웠다. 그리고 성형외과 의사의 잘못을 책임질 사람은 또 다른 성형외과 의사인 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이 씁쓸했던 것도 사실이다.
젊은 의사들이 인기가 많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젊기 때문에 유행에 민감하고, 그래서 유행에 맞는 수술을 해줄 거라 믿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도처에 변수와 돌발 상황이 기다리고 있는 수술에는 수십 년의 임상경험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젊은 의사들을 평가절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러나 자신 없는 수술은 집도하지 말았으면 한다. 수술은 용기로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의사는 실패를 통해 배운다. 그러나 그 실패는 책임질 수 있는 실패여야 한다. 그래서 나는 책임을 강조한다. 나는 책임지지 못하는 수술은 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책임질 수 없는 것은 시간이다. 낫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재수술을 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쌍꺼풀수술이 보편화되기 이전부터 나는 쌍꺼풀 재수술을 많이 했다. 어떤 경우 쌍꺼풀 수술은 난이도가 매우 높다. 두세 번에 걸쳐 수술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지방이 한곳에 몰린 사람도 있고 곳곳에 퍼져 있는 경우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같아 보여도 그 속에는 엄청난 다름을 간직하고 있다.
두세 번 해야 하는 수술을 한번에 끝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병원에서 두세 번 하는 수술을 내가 한 번에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피곤하면 환자가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걸려도 이 세상 어느 병원보다 잘해주고 싶은 것이 내 마음이다. 물론 나도 두세 번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를 만든 건 환자에 대한 정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의사란 내가 필요한 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진 기술을 베푸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필요한 것을 생각하고 그 사람이 조금 덜 아프고 그 사람에게 조금 더 효과적이고 조금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내고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그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 그 마음으로 메스를 드는 것, 그래서 최고가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의사가 되고 싶은 것, 그것이 나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