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원로 약사 공장장 10인의 회고
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심창구 기자 @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수정 최종수정 2025-08-27 09:10

대한약학회 약학사분과학회는 지난 2025년 5월 30일 오후 1:20부터 5:30까지 원로 약사공장장 10분을 모시고 좌담회를 하였다. 장소는 서울대 약대 21동 2층 소회의실이었고, 좌담회의 주제는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 제약공장들의 초기 상황과 그 후의 발전과정에 대한 회고였다. 이 좌담회는 약학사분과학회의 연례 행사인 ‘약학사 사랑방 모임’의 세번째 행사였다. 좌담회의 녹취록(錄取錄)은 금년 말에 발간될 ‘약학사회지’ 제8권에 실을 예정이다. 
 

이 좌담회에는 백우현, 이남복, 유한용, 홍우일, 문영일, 김태성, 김재환, 윤병호, 차봉진, 이삼수 등 10인의 원로 공장장들과 김진웅(약학사분과학회장), 주승재(약학사회지 편집부위원장) 및 필자 (심창구, 분과학회 명예회장)가 참석하였다. 나는 이 좌담회의 기획에 이어 진행을 담당하였다. 
좌담회에 참석하신 분들은 오랫동안 청계약품, 동화약품, 유유산업, 일동제약, 유한양행, 영진약품, 한독약품, 대웅제약, 일양약품, 동아제약, LG 생명과학, CJ, 셀트리온, 태준제약, 보령제약 등 주요 제약회사의 공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신 원로들이다. 만 89~64세이신 이 분들로부터 196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제약기술의 발전 과정에 대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1960년 대 중반의 우리나라의 제약기술은 연탄불로 과립을 건조하는 회사가 있을 정도로 시설이나 수준이 전근대적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50여년만인 2010년대 이후에는 GMP 규정에 따라, 또 일부 회사는 스마트 팩토리라는 첨단 시설을 이용하여, 우수한 품질의 의약품을 생산할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였다. 이는 의약품 생산기술 및 관리 제도의 발전, 제약 설비의 강화 및 공장의 신축, 외국 제약기업과의 합작, 기술제휴 등에 힘입은 바 크다. 이 모든 과정을 앞장서 견인한 사람들이 바로 약사 기술자들이었다. 이분들의 수고의 덕분으로 우리 국민이 한국전쟁 이후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양질의 국산 의약품을 사용하여 건강을 지킬 수 있었다. 
 

이 녹취록에는 이 분들이 국산 의약품의 생산 및 개발 과정, 특히 생산 현장에서 기술 발전을 위해 고군분투(孤軍奮鬪)해 온 과정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녹취록을 통해 당시 (여)약사의 취직, 승진 및 이직(離職), 기술직에 대한 회사 내 인식, 약사의 공장 기피 현상 등 제약산업을 둘러싼 사회상(社會相)도 단편적으로 엿볼 수 있다.
 

이 좌담회를 마치면서 나는 우선, 우리나라의 제약산업 기술이 50여년 사이에 정말로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을 실감했다. 즉, 1977년 보건복지부 고시(告示)를 통해 GMP 기준을 제정하였고, 2014년 PIC/S(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에 가입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GMP 기준서를 유럽 GMP 수준으로 정비하였다. 이를 통해 원료의약품의 GMP를 강화하고, 밸리데이션(공정 검증) 요건 등을 신설 또는 강화했으며, 또 스마트 공장의 건설, 생산라인의 자동화, 밸리데이션 전문가 확보, 품질 보증(QA) 및 문서 관리의 강화 등을 통해 제약공장의 설비 및 품질관리 레벨을 한 층 높였던 것이다.  
    

둘째, 좌담회에 참석하신 바로 이 분들이 이 변화의 주역(主役)임을 새삼 깨닫고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품게 되었다.  셋째, 이 분들의 선구자적 경륜을 본받아 국산 의약품의 품질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향상시켜야 되겠다는 사명감을 느꼈다. 넷째, 이 좌담회의 녹취록을 통해 우리나라의 제약기술의 발전 과정을 한국약업사(韓國藥業史)라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기게 됨에 큰 보람을 느낀다. 
 

끝으로, 고령자와 재택 환자가 엄청나게 늘어나 돌봄 환자에 대한 의약품의 안전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오늘날, ‘약은 약사에게’라는 광고를 재개(再開)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약은 약사가 다루는 것’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를 다시 한번 간결 명확하게 국민들 뇌리(腦裏)에 심어 주어야 할 적기(適期)가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심창구 교수(서울대 명예교수)는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와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으로 대한약학회 약학사분과학회 명예회장과 서울대 약학박물관 명예관장을 맡고 있다.  심 교수의 약창춘추 칼럼은 2007년 처음 게재된 이후 현재까지 약 400여 회 이상 집필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3권(약창춘추, 약창춘추2, 약창춘추3) 책으로 묶여 순차적으로 발간된 바 있다. 가장 최근에 발간된 약창춘추3은 현재 교보문고를 비롯한 시중 인터넷 서점과 약업닷컴 북몰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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