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2> 약학의 특성-7. 외부 전문가 활용의 필요성
심창구 기자 @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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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구 교수. 

응용과학, 특히 신약개발, 바이오의약품, 개인맞춤약학, 노인약학 등 최신의 화두가 넘쳐나는 약학에 있어서는 그 교육에 외부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신약개발만 예로 들더라도 연구와 개발의 단계가 얼마나 길고 복잡합니까? 이 모든 단계에 대한 교육을 전임교수만으로 감당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더구나 학생수가 적은 약대로서는 전임교수 채용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전문가를 비전임으로라도 모셔서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

눈을 학교 밖으로 돌려보면 벤처나 제약회사 등에 신약개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이 계세요. 그분들 중 약대 출신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분들의 경륜이 약학 교육에 피드백되는 경로가 사실상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을 초빙교수 등으로 모셔서 강의도 듣고 학생들이 현장에 가서 실무 훈련도 받게 하고, 또 전임교수들이 그분들과 공동으로 대학원생 지도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처럼 외부 전문가가 합류하면 전임교수들과 학생들이 신약개발 현장의 치열함, 박진감을 피부로 느끼게 되어 교육과 연구가 한층 효과적이 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약대가 신약개발의 메카다, 약대 안에 신약개발 관련 전문가가 망라되어 있다’라는 평판을 듣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서울대의 경우, 전임 학장 때 신약개발 최고 전문가인 K 박사님을 초빙교수로 모신 일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자주 학교에 나와 학생들을 가르치고 논문의 지도도 함께 할 의향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학교에서 세미나 한두 번 부탁한 다음에는 부르지 않는 거예요.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초빙교수로 발령을 받은 분들도 원래 이러는 건가하고 적극적으로 학생 교육에 나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은 학교의 교수회의나 무슨 토론회 등을 할 때 매번 전임 교수들끼리만 모이는데, 그건 현명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임교수나 초빙교수나 학생을 교육한다는 측면에서 동질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인데, 초빙교수를 배제하고 전임교수들끼리만 교육을 논(論)하다니요?

초빙교수는 학교측에서 필요해서 어렵게 모셔온 분들인데, 임명 후 방임하는 것 같은 대접은 예의에도 어긋나는 일입니다. 그 결과이겠지요? 초빙교수들도 본인이 약대 초빙교수임을 잘 밝히지 않습니다. 누가 물어보면 ‘이름만 걸어 놓은 거지 뭐’라고 시큰둥하게 대답합니다. 어느 분에게 왜 초빙교수임을 밝히지 않고 지내냐고 물었더니 ‘뭐 학교에서 하는 일도 없는데 초빙교수라고 말하고 다니기가 쑥스럽다’는 겁니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이래서는 약대에 훌륭한 외부 전문가들을 모실 수 없습니다. 이분들의 고견을 약대 학생 교육에 반영함으로써 학생 교육에 참여하게 된 것을 매우 보람 있게 생각하도록 만들어 드려야 합니다.

전임교수가 초빙교수에게 소홀한 이유는 우선 전임교수들이 너무 바빠서 초빙교수를 활용할 정신적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신 대학 당국이 나서서 전임교수와 초빙교수 간의 협조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회식이나 무슨 토론회 또는 종강파티 같은 것이 있을 때마다 꼭 초빙교수들을 모시는 것도 협조 분위기를 만드는 첫 단추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는 전임교수들이 현장 전문가의 필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데에도 원인이 있다고 생긱합니다. 나는 1974년도부터 약 3년간 제약회사에 다닌 경험이 있는데, 회사 현장에서 어려운 일이 발생해도 학교에 달려가 자문을 구할 교수님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어요. 교수님들께 현장 감각이 없다는 사실을 제가 느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전임교수님들도 수시로 현장 견학을 다녀 보시면, 약학교육에 있어서 현장 전문가를 초빙교수로 모셔 도움을 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상에서 1) 다양한 현장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초빙하여 그들의 경륜을 교육과 연구에 반영하고, 2)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약학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한 공감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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