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8> 요나고 여행과 사무라이
심창구 기자 @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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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구 교수.

지난 5월 17-19일 친구 세 부부가 2박 3일의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코로나 사태로 오랫동안 해외 여행을 못한 데다가 내가 작년 11월에 무릎 수술을 받아 잘 못 다닌 한(恨을 풀 겸 간 패키지 여행이었다.

인천에서 출발하여 돗토리현(鳥取縣) 요나고(米子) 공항, 사카이 미나토시 (요괴거리), 미사사(三朝) 온천, 모래 미술관, 모래언덕, 구라요시시(倉吉市) 신마치 온천, 아다치(足立) 현립 미술관, 마츠에성(松江城), 유시엔(由志園) 정원을 둘러 오는 일정이었다. 일정도 느슨하고 비용(1인당 100만원 정도)도 큰 부담이 되지 않아 우리 팀에게 적합하였다. 돗토리현 중 우리가 다닌 곳은 일본의 서부 산악지대로 동해를 사이에 두고 우리나라 울진과 마주보고 있는 지방이다.

우리 팀 20여명을 안내한 사람은 마치 강의를 하고 싶어 가이드가 된 사람 같았다. 사실 나는 여행 가이드가 말이 많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차창 밖 풍경을 조용히 즐기거나, 피곤할 때 졸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가이드의 설명은 유익한 내용이 많았다.

건강의 중요성 외에 그가 강조한 것은 일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본에 대해 잘못된 정보가 입력된 한국 사람이 많다고 하면서 그 오류를 바로잡아 주는데 열심이었다. 예컨대 ‘1) 일본 사람들은 생선회를 좋아하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육류 고기를 좋아한다. 2) 일본인들은 조금 먹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 상황이 좋으면 엄청 먹는다. 3) 일본인들은 남을 두려워해서 마트에 가서도 자판기를 통해 물건을 사기를 좋아하며,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 등을 힘주어 강조하였다. 마지막 대목은 ‘사람을 두려워하는 일본인’이라는 내 지론(持論)과 같아서 특히 흥미로웠다.

마지막 날에는 최근 일본 국보(國寶)로 지정된 마츠에 성을 구경하였는데, 나무로 지은 천수각(天守閣)이 특히 예뻤다. 조그만 배를 타고 성 주위의 해자(垓子)를 유람한 것도 재미있었다.

그러나 가장 흥미 있었던 것은 그 성을 구경할 때 가이드가 사무라이(侍)에 관해 설명을 해준 내용이었다.

그에 의하면 ‘사무라이는 각 성의 성주(城主)가 성을 지키기 위해 고용한 사람들이다. 누가 외부에서 성을 뺏으러 공격해 오면 이에 맞서 싸우는 무사들이라는 말이다. 나중에 사무라이 일부가 성 주변에 천막을 치고 큰 힘을 휘두르는 바람에 막부(幕府)라는 말도 생겼다고 한다.

성을 둘러싼 전투는 사무라이가 전담하는 일이었다. 일반 농민들은 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래서 농민의 입장에서는 성 뺏기 전투가 크게 공포스러울 것도 없었다. 성주가 바뀌면 세금을 새 성주에 바치면 그만인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농민들이 의병(義兵)을 일으켜 침입자와 싸우는 일 따위는 전혀 없었다.’  

의병과 관련하여 우리나라는 상황이 매우 달랐다. 임진왜란 때 조선을 침략한 왜군이 첫번째로 놀란 것은 도처에서 의병이 일어나 관군(官軍)과 함께 왜군과 싸운 일이었다고 한다. 두번째로 놀란 것은 한양을 함락시키고 보니 성주인 임금(선조)이 의주로 피난을 가 한양성이 비어 있는 일이었다.

봉건국가였던 일본에서는 전투에 진 성주는 자결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다른 성으로 도망가 봤자 거기 성주가 살려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선은 상황이 달랐다. 중앙집권국가라 전국이 다 임금의 영토여서 임금은 아무데라도 피난 갈 수가 있었다.

조선성에 성주인 임금이 도망가고 없다? 왜군은 이런 상황이 매우 당황스러웠다. 임금이 있었으면 임금의 항복을 받아 전쟁을 완벽하게 끝내려고 했는데, 임금이 없어졌으니 누구의 항복을 받아야 하나 혼란스러웠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선조의 도망은 역설적으로 신(神)의 한 수였을지도 모르겠다.

가이드에게 그럼 닌자(忍者)는 뭐냐고 물어봤더니 닌자는 사무라이의 정보원 정도로 크게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했다. 아, 그렇구나! 아무튼 이번 여행은 이모저모 재미도 있고 배운 것도 많은 여행이었다. 다만 제대로 배운 것인지는 차차 검증을 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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