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9> 노년을 사는 지혜
심창구 기자 @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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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 동안 단편적으로 언급해 해 온 ‘노년을 사는 지혜’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마침 이 주제로 교회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 것이 계기가 되었다. 결론은 ‘노인이 빠지기 쉬운 위험’에 빠지지 않는 것이 지혜라는 것인데, 그 위험을 열거하면 아래와 같다.

1. 자기 중심 사고의 위험성 
사자와 소가 결혼해서, 소는 사자에게 가장 부드러운 풀을, 사자는 소에게 가장 맛있는 토끼 고기를 갖다 바쳤지만, 서로 이것들을 먹지 않았다. 각자 최선을 다해 상대방을 섬겼지만 이런 반응에 결국 이혼하게 되었다고 한다 (약춘 177). 내 생각에 최선이 상대방에게는 최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2. 선입견의 위험성 
스포츠카로 시골길을 달리던 사람이 자기 차를 추월하는 닭을 발견하고, 닭주인에게 가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그 닭을 팔라고 했다. 그러나 닭 주인은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팔 수 없다고 했다. 차 주인은 닭 주인이 지나친 욕심쟁이라고 생각하며 ‘왜 못 파냐’고 따졌다. 닭 주인은, ‘너무 빨라 잡을 수가 있어야 팔지요’ 했단다 (약춘 359). 다 사정이 있는 것이다. 선입견으로 정죄하지 마라.

3. 확신의 위험성
산아제한이 진리이던 시절이 있었다. 확신에 찬 주장은 때로는 교만이다. 확신과 주장에 앞서 겸손할 일이다 (약춘 201).

4. 솔직함의 위험성
결혼해서 60년을 해로(偕老)하는 비결을 묻는 젊은이에게 영감님이 대답했다. 둘이 멕시코로 신혼 여행을 떠났었지. 각자 당나귀를 타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아내를 태운 당나귀가 우습게 봤는지 아내를 떨어뜨리는 거야. 떨어진 아내는 그냥 ‘하나’한 다음 다시 당나귀를 타더군. 그런데 당나귀가 다시 아내를 떨어뜨리는 거야. 이번에도 아내는 그냥 ‘둘’하고는 다시 당나귀를 탔어. 그런데 이놈이 세번째로 아내를 떨어뜨리는 거야. 그러자 아내는 조용히 가방에서 권총을 꺼내더니 그 당나귀를 쏴 죽이는 거야. 그래서 내가 놀라서 여보, 그렇다고 쏴 죽이는 건 너무 한 것 아니오? 했지. 그랬더니 아내는 나를 보고 조용히 ‘하나’ 하는 게 아닌가? 그 때부터 나는 아내가 하는 일에 내 의견을 말하지 않게 되었지. 그게 비결이지 뭐 (약춘 61).  

부부간에 솔직할 필요가 없다. “여보, 다시 태어나도 나와 결혼하겠어요? 라고 묻는 아내의 질문에 솔직하게 말하면 끝장이다 (약춘 269).

한 영감님이 자신의 차에 아내를 태우고 신호등을 건너다 저쪽에서 오는 차와 충돌 사고를 낼 뻔했다. 상대방 운전자가 창문을 열고 “이 바보 쪼다야, 운전 좀 제대로 해” 외쳤다. 이 말을 들은 아내가 “당신 잘 아는 사람이예요? 어쩜 그렇게 당신을 정확하게 알지?” 라고 솔직하게 물었다. 영감님은 속으로 울었단다 (약춘 213).

5. 신속한 반응의 위험성 
한 아주머니가 약국에 아이를 업고 들어왔다. 아이의 머리를 짚어 본 약사는 “애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뭐하셨어요?” 질책했다. 아주머니는 의아한 얼굴로 “아픈 애는 집에 있는데요” 했다 (약춘 275). 성급하게 입을 연 약사는 그만 머쓱해졌다.  
나이 먹어 눈과 귀가 어두워지는 것은 이제 좀 덜 보고 덜 들으라는 의미란다. 장모님 말씀이다. 노인의 입도 좀 느려지면 어떨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입으로 실황 중계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6. 비교양(非敎養)의 위험성
하나님의 섭리는 내리사랑이다. 자식과 손주는 예쁘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 살기도 바쁘다. 치사랑은 없다. 그래서 노인은 혼자 노는 기술을 터득해야 한다. 그 기술을 교양이라고 한다 (약춘 123).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그 교양을 가르치는 학교가 있으면 좋겠다 (약춘 281).

7. ‘우리’를 좁히는 위험성
남을 왕따 시키면 결국 나도 왕따를 당하게 된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우리’ 밖으로 밀어내다 보면 어느 날 나만 좁아진 ‘우리’ 속에 고립된다. 사람은, 특히 노인은 사랑의 언행으로 남을 포용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우리 모두가 넓어진 ‘우리’ 안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노년을 사는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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