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세월호 사고에 분노하고 있다.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의 비인간적이고 어이없는 대처, 생존자 구출에서 보인 정부의 우왕좌왕함, 그리고 배 회사 오너의 비리 등 때문이다. 한편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고 희생자들의 빈소를 찾아 애도하고 있다. 우리는 역시 남의 불행에 함께 울고 함께 분개하기를 잘 하는 감성이 넘치는 민족인가 보다.
대통령은 사고 발생 후 20일도 지나지 않아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정부기관이 없어서 사고가 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발표 역시 우리 나라 사람들의 감성적 대처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큰 사고를 맞아 함께 울고 분노하는 것 같은 감성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사람으로서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무쪼록 이를 통해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좌절에 빠져 있는 유족들과 국민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싸매지고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앞으로 이러한 사고는 절대로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 그런데 사고의 재발은 이러한 감성적인 대응만 가지고는 막을 수 없다. 재발 방지 대책은 감성이 아니라 냉철한 이성으로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와 같은 대참사를 겪고도, 합리적 대책을 수립하지 못 하였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어떤 사안에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데에 좀 서툰 민족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自愧感)마저 든다. 우리가 만약 이성적 대처에 서툰 민족이라면, 이를 부끄럽다고 감추려 들지 말고, 오히려 솔직히 드러내 놓고 각고(刻苦)의 노력으로 극복하는 것이 마땅한 자세가 아닐까 한다.
그럼 이 순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이성적 대처는 무엇일까? 나는 약창춘추 149를 통하여,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1) 각종 매뉴얼의 내실화와 (2) 매뉴얼 준수의 강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안한 바 있다. 오늘은 ‘안전 사고 위험을 발견한 사람이 사전에 신고하는 제도(사전신고제, 事前申告制)’의 도입을 추가로 제안해 보고자 한다.
사실 우리들 대부분은, 며칠 전 모 일간지에 쓴 기자의 말처럼, 각종 매뉴얼을 무시하고 살고 있는 안전불감증 환자 들이다. 그러면서도 “설마 재수없게 내가 탄 배가 침몰하겠어?” 와 같은 안일 (安逸)함으로 오늘을 아슬아슬하게 살고 있다. 그러다가 국가적인 큰 사고가 발생하면 모두 일어나 사고를 일으킨 사람에게 돌을 던지곤 한다.
그러므로 이번 사고로부터 우리가 얻어야 할 첫 번째 교훈은, 남에 앞서 내 자신의 안전불감증부터 고치는 것이다. 한번 우리 집, 학교, 배, 버스, 전철, 병원 등 내 주변을 둘러 보자. 장담컨대 안전 사고 측면에서 보완하거나 고쳐야 할 곳이 도처에서 발견될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미국의 학교 교실 문은 안에서 바깥쪽으로 아무데나 밀면 열리게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실 문은 반드시 손잡이를 찾아 돌려야 열리기 때문에, 불이 나 앞이 잘 안 보일 경우에는 사실상 문을 열기 어렵다. 내가 다니는 교회의 지하에 있는 유아부는 출입구가 너무 비좁다. 수많은 가구가 몰려 살고 있는 아파트에 소화기가 설치되어 있는 집이 얼마나 되는지도 의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평소에 이런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도 못하고 지낸다.
그래서 안전 사고 위험이 있어 보이는 시설이나 상황을 신고할 수 있는 ‘사전신고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사고가 났을 때 거는 전화 번호가 119 이니, 사고가 나기 전의 사전신고 번호는 911로 정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 신고를 생활화 하기 위해서 신고자에 대해 보상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신고를 받은 당국은 즉시 전문가를 파견하여 위험도를 평가한 다음, 개인이나 기업, 공공기관, 지자체 또는 국가로 하여금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고를 마지막 기회로 삼아 각고의 노력으로 완벽한 사고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이에는 정부가 앞장을 서는 것이 좋겠지만, 국민들도 혼연일체가 되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