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부분 제약바이오기업 주총이 마무리됐다. 몇몇 주요 기업의 합병 또는 지배구조 변동 관련 이슈가 부각되는 바람에 정작 중요하게 점검하고 확인돼야 할 중요 사안들이 묻혀 지나간 아쉬움이 크다. 그중에서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최장기 불황으로 어려운 보릿고개를 넘어가고 있는 바이오업계의 애로와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에 대한 관심과 언급이 부족했던 점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주총을 전후해 바이오기업들은 CEO를 교체하는 등 기존 연구개발 중심에서 매출실현 쪽으로 사업전략을 변경, 최종목표인 상업화를 달성하기 위한 내부점검과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 모두가 결국은 장기침체로 인한 현재의 경영난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생존을 위한 의지의 표명으로 보여진다.
상장 바이오기업의 경우 최근 10년 사이 수천억대 개발비용을 투입했지만 한 해 매출 100억이 채 안되고 경상연구개발비를 포함한 영업비용은 거의 두 세배에 달하고 이와 비슷한 규모의 손실(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을 기록한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이들 기업들은 결국 수익은 커녕 손실 지속으로 인해 상장유지 조건조차 맞추기 어려워 조만간 퇴출수순을 밟게 될 위험한 지경이다. 대안은 바이오산업 특성을 반영한 상장유지 지표 개발이 필요하고 법차손 계산시 1년간 지출한 연구개발비를 차감해 주는식의 긴급수혈 등 기술특례상장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 이유는 걸음마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아이에게 달릴것을 요구하는 건 형평성 차원의 문제가 아닌 제대로 된 성장을 막는 가혹한 허들인만큼 하루빨리 제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바이오업계 입장에서는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뉴스도 있다. 최근 대통령실은 내년 R&D 예산을 역대 최고수준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혀 올해 초 R&D 예산 삭감 이후 관련학계를 중심으로 맹렬하게 불거졌던 우려와 반대여론에 대해 응답했다. 골자는 내년 R&D 예산규모를 역대 최대규모로 늘려 제 때 신속지원하는 등 연구자를 믿되 지출내역은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것.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감안한 정치적 노림수 혹은 과학기술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에 'R&D다운 R&D' 구현을 위한 차원이라고 에둘러 답변했다. 뒤이어 열린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회의에서는 복지부 등 11개 정부 부처 올해 바이오헬스 R&D예산은 총 2조2000억원 규모로 국가 전체 주요 R&D 예산의 약 10% 수준이며, 정밀의료 헬스케어 관련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에 집중투자 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바이오테크 기업 입장에서 올해 예산편성 과정에서 전년 대비 큰폭으로 삭감된 국가 R&D 관련 예산이 내년 대폭 증액으로 변경된 건 정부의 정책기조가 바뀐다는 긍정적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울러 신약개발과 기술개발이라는 한 우물을 팔 수밖에 없는 R&D기업 특성상 족쇄가 되는 상장유지 조건 완화 등 제도적 보완도 망설이지 말고 속전속결 해결방안을 찾아줄것을 요청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을 포함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획일화된 규제에 집착하지 말고 우리 기업특성에 맞는 보완적 제도 운영을 찾는 일 또한 대한민국 금융당국과 규제당국이 해야 할 공공의 책무이기도 하다. 이 또한 선진국 사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혁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