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조제 불가"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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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수정 2008-02-20 09:14
▲ 이광민<부천시약사회 총무위원장>

상품명처방이 제도화 되어 있는 현 의약분업 하에서 동일 성분의 의약품이 수많은 제약사에서 생산이 되고 병, 의원마다 다양하게 선택이 되어 처방이 되는 관계로 오늘도 약국가는 끊임없이 쌓여가는 불용재고의약품에 시름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약국의 경영적 부담을 떠나 국가적 보건의료재정 낭비의 한 원인이 되고 있고 처방전을 받아든 건강소비자들의 문전쏠림현상을 유도하여 의약분업의 도입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중대한 이유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아직 지역의 구석구석을 지키고 있는 동네약국들은 단골환자들의 처방전에 따른 조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약국 개설 동선의 흐름이 환자 중심이 아닌 병, 의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 상황은 분명 현 의약분업 설계의 오류이다.)

이러한 노력은 다수의 처방을 수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처방조제가 이익이 되기보다는 단골고객과의 약속, 의리에서 발현하는 행위이며, 이 과정에서 정부가 보장하는 생동의약품을 바탕으로 환자와 약사와의 동의하에 이루어지는 대체조제는 행위당사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처방전의 의약품명 옆으로 무차별하게 찍혀 있는 일부 의료기관의 "대체조제불가" 표시를 보면 처음에는 당황스럽다가도 시간이 지나 조금 익숙해지면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정부가 인정하는 생동의약품의 범주 하에 환자와 약사 간 신뢰를 바탕으로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 대체조제를 이마저도 의사가 근본적으로 무분별하게 제한하는 이러한 권한남용은 도대체가 어떠한 원칙에서 이루어지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

본인이 진료한 환자가 처방조제에 있어 불편함을 느낄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리 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고 대다수의 약국이 그 절차가 매우 번거로워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면 가능한 대체조제를 하지 않으려하는 것 또한 예상할 수 있다면 굳이 자신의 처방전을 "대체조제불가"로 온통 장식할 필요가 무엇이 있을까 의문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법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일부 안전역이 좁거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자를 케어함에 있어 익숙한 주요 의약품에 대하여 "대체조제 불가"를 제한적으로 표시하는 것은  일선 약사로서도 일면 이해하지만 일괄적으로 예외 없이 기본형식처럼 처방양식에 자리 잡고 있는 "대체조제불가" 표시는 그 대체조제 된 의약품이 인근 동료의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의약품임을 고려한다면 아니, 바로 얼마 전까지 바로 자신이 사용하던 의약품임을 상기한다면 이를 어떻게 이해할 수가 있단 말인가?

환자에게 발행되는 처방전은 수십 년 간의 학습과 경험을 바탕으로 의사만이 발행할 수 있는 고유의 권한이라는 점에서 바로 그 처방의의 얼굴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회사의 동일의약품으로 조제해 주셔도 되는데 왜 안 되지요? 다시 처방받은 병원 앞까지 가려면 오늘은 약을 못 먹을 것 같은데..." 울상을 하며 안타깝게 묻는 단골환자의 질문에 궁색한 대답을 흘려보내며 때로 내 낯빛이 다 화끈거림을 느끼게 된다.

"죄송합니다, 주변 약국에서도 약을 구하기가 어렵네요" 하고 양해를 구하자 "괜찮아요, 다음에 뵐께요"하며 쓴웃음을 흘리며 쓸쓸히 돌아 서는 단골환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왜 처방의는 지울 수도 없는 자신의 얼굴에 스스로 욕을 보이는 행위를 할까하며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게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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