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북한은 1990년대 중후반에 거듭된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 구소련의 붕괴와 러시아로부터의 석유공급 급감 및 에너지 부족, 노후화된 산업인프라, 사회구조적 문제 등으로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 이후 남한과 국제사회로부터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자생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990년 8월 정부는 '남북교류ㆍ협력에관한법률'을 제정하여 남북간 교류ㆍ협력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남북 교류ㆍ협력사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위해 '남북협력기금법'을 제정하였다.
이후 1999년 2월 정부가 대북 지원 창구의 다원화 조치를 취하면서 민간단체들이 독자적으로 대북 지원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에 힘입어 보건의료부문의 대북 지원사업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2000년 발표된 '6ㆍ15남북공동선언'은 보건의료분야의 대북지원사업을 획기적으로 확대시키는 또 한번의 계기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보건의료 대북 지원사업은 그동안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첫째, 지금까지의 남북간 보건의료 지원ㆍ협력사업은 주로 의약품, 의료장비, 시설개선 등 물자 지원과 단발성 구호사업에 치중되어 있다. 북한 보건의료체계 복구를 위한 장기적 비전이나 목표 등에 따라 지원사업이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사업 우선순위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북한 당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둘째, 대북 지원물량이 북한의 수요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북한의 모든 보건문제를 남한과 국제사회의 지원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지만 극심한 경제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고려하면 북한 당국의 문제해결 능력에 기대를 걸 수도 없다.
특히 북한 당국이 지원물자 분배의 투명성을 전제조건으로 하는 'UN 합동지원절차'를 거부함에 따라 2005년부터 국제기구들이 지원을 중단하는 추세에 있어서 남한 당국과 민간단체를 통한 직접적인 지원의 확대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셋째, 북한의 보건의료 자원 개발 및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지원이 미흡하다. 보건의료 인력ㆍ시설ㆍ장비 등의 자원개발을 위한 지원은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는 북한의 자체적인 역량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북한 보건의료체계의 복구를 위한 핵심적 요소의 하 나이지만 현재 그러한 지원이 미흡한 실정이다.
넷째, 남북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보건산업 분야의 경제협력이 부재하다. 남한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의료 소모품 및 위생용품을 북한에서 직접 생산하여 사용할 경우 남북 모두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여지가 크다. 현재 대동강 주사기 공장 및 평양 제약공장 시설 복구, 원료 지원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남북 상호간 경제적 이익 실현을 위한 투자라기보다는 북한 내수용 물자 생산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지원이다.
현재 북한이 당면하고 있는 복합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사회개발 차원에서의 지원과 북한의 자구능력 회복을 위한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중장기에 걸쳐 북한의 보건의료 인프라 재건을 위한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보건의료 인프라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복구되기까지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구호성 지원사업을 병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