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스리톨, 심혈관계 위험성 도리어 높일 수도..
美 클리블랜드 클리닉팀 “혈소판 활성 증가 혈전 생성 위험 ↑”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4-08-09 16:59   수정 2024.08.09 17:00


 

인공감미료의 일종인 에리스리톨(erythritol)은 제빵류와 음료, 껌, 캔디 등에 빈도높게 사용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 이처럼 인공감미료가 사용된 식품을 섭취할 경우 오히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의 심혈관계 제 증상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요지의 연구결과가 공개되어 주의가 필요함을 일깨우고 있다.

시험에 자원했던 건강한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에리스리톨을 섭취토록 한 결과 혈소판의 활성이 증가하면서 혈전 생성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반면 설탕(즉, 포도당)의 경우에는 그 같은 영향이 수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소재한 클리블랜드 클리닉 부속 러너연구소의 스탠리 L. 헤이젠 박사 연구팀은 미국 심장협회(AHA)와 미국 혈액학회(ASH)가 발간하는 학술지 ‘죽상경화증, 혈전증 및 혈관 생물학’誌(Arteriosclerosis, Thrombosis and Vascular Biology)에 8일 게재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포도당과 달리 비 영양성 감미료 에리스리톨을 섭취한 건강한 피험자들에게서 나타난 혈소판 재활성 및 잠재적 혈전증 위험성의 증가”이다.

이 같은 보고서의 내용은 현재 식품규제기관들이 안전한 것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과 달리 에리스리톨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연구팀은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은 가운데 인공감미료가 체내에 미치는 생리학적인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을 진행했다.

헤이젠 박사는 “다수의 전문 학술단체들과 의사들이 비만, 당뇨병 또는 대사증후군 등의 심혈관계 위험요인들을 나타내는 사람들에게 설탕보다 인공감미료가 첨가된 식품을 섭취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이번 연구결과를 보면 비단 에리스리톨 뿐 아니라 기타 각종 인공감미료들의 심혈관계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장기(長期) 임상시험이 추가로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에리스리톨을 포함한 각종 인공감미료는 일반설탕을 대체하는 용도로 빈도높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칼로리가 낮은 데다 탄수화물 함량 또한 낮게 나타나는 등 여러모로 장점이 눈에 띄기 때문.

에리스리톨의 경우 설탕에 비해 당도가 70% 정도를 나타내는데, 옥수수 발효를 통해 제조되고 있다.

에리스리톨은 섭취한 후 체내에서 대사(代謝)가 잘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대신 혈류 속으로 유입되고 주로 소변을 통해 배출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람의 몸 속에서는 소량의 에리스리톨이 자연적으로 생성되는데, 이로 인해 에리스리톨을 추가로 섭취할 경우 체내에 축적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FDA와 유럽 식품안전국(EFSA)은 에리스리톨을 일반적으로 안전한(GRAS: generally recognized as safe) 성분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에리스리톨은 별다른 제한없이 각종 식품에 사용되고 있다.

에리스리톨이 과일이나 채소류에 포함되어 있는 당 알코올의 일종인 데다 체내의 조직에서 포도당 대사의 부산물로 소량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에 헤이젠 박사 연구팀이 공개한 결과를 보면 통상적으로 섭취되고 있는 분량의 에리스리톨조차 심혈관계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번 연구는 앞서 ‘네이처 메디슨’誌에 지난해 게재된 연구결과와도 궤를 같이하는 것이어서 주목할 만해 보인다.

체내 에리스리톨 수치가 높은 심장병 환자들의 경우 3년 후 주요 심혈관계 제 증상 발생률이 체내의 에리스리톨 수치가 낮은 대조그룹에 비해 2배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 ‘네이처 메디슨’에 게재되었던 연구결과의 요지이다.

이 같은 결과는 전임상 단계의 연구에서 확인되었던 것이다.

헤이젠 박사 연구팀은 통상적으로 무가당 탄산음료 또는 컵 케이크의 일종인 머핀에 포함되고 있는 수준의 에리스리톨을 섭취토록 한 후 혈소판에 직접적으로 미친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20명의 건강한 피험자들의 평균 체내 에리스리톨 수치를 착수시점과 비교했을 때 에리스리톨 수치가 1,00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피험자들이 에리스리톨을 섭취한 후 혈액응고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관찰됐다.

반면 이 같은 변화는 포도당을 섭취한 후에는 관찰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 동참한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W.H. 윌슨 탱 박사(심부전‧심장 이식의학)는 “이번 연구가 일반적으로 식‧음료에 첨가되고 있는 수준의 에리스리톨이 혈전 생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감을 높이는 내용”이라면서 “인공감미료로 다빈도 섭취되고 있는 에리스리톨과 기타 당 알코올이 장기적으로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해 보인다”고 피력했다.

이 같은 잠재적 위험성은 포도당에서는 관찰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탱 박사는 또 “이번 연구결과가 또 다른 인공감미료의 일종인 자일리톨에 관한 연구결과가 나온 직후 공개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일리톨 또한 같은 방식으로 건강한 피험자들에게서 혈소판 응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아울러 자일리톨의 체내 수치가 높게 나타나면 심근경색, 뇌졸중 또는 심인성 사망이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헤이젠 박사는 “에리스리톨이 장기적으로 심혈관계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추가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심장병이 주요한 사망원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현실에서 식품이 보이지 않는 원인 제공자(hidden contributors)가 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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