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손가락'만 한 심장에 생긴 복잡 기형, 생후 8일 만에 치료 성공
서울아산병원, 체중 1.5kg 이른둥이 선천성심장병 환아 고난도 수술 성공
산소포화도 저하·무산소 발작 속 "재수술 없이 한 번에 정상화" 선택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1-15 10:42   
서울아산병원은 심장 크기가 엄지손가락만한 저체중아의 복잡한 선천성심장병을 생후 8일 만에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은 수술을 집도한 윤태진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외과 교수(왼쪽)와 퇴원을 앞둔 이준이 어머니와 이준이의 모습. ©서울아산병원

심장의 복잡 기형을 치료하는 가장 이상적인 수술법인 ‘완전 교정술’은 일반적으로 체중이 충분히 증가한 생후 4개월 이후에 시행된다. 그러나 환아의 산소포화도가 점점 저하되고 무산소 발작까지 더해지면서 치료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외과 윤태진 교수팀은 체중 1.5kg에 불과한 이른둥이 홍이준 군의 복잡 선천성심장병을 단 한 번의 수술로 교정하는 완전 교정술로 치료하는 데 최근 성공했다. 생후 8일 만에 시행된 고난도 수술이었지만, 이준이는 수술 후 49일간의 집중치료를 거쳐 1월 5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이준이는 어머니 나이 45세에 1년 넘는 시험관 시술 끝에 찾아온 첫째 아들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임신 중 정밀검사에서 태아의 크기가 임신 주수보다 약 3주가량 작고 심장기형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지난해 8월, 서울아산병원 원혜성 태아치료센터소장(산부인과 교수)은 이준이에게 ‘활로 4징’이라는 복잡 선천성심장병이 있다는 산전 진단을 내렸다.

활로 4징은 1만 명당 3~4명꼴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심장의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전신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청색증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복합 심장기형이다. 출산 예정일보다 한 달 이른 임신 35주차에 태어난 이준이는 이른둥이이자 1.5kg 저체중아로, 산전 진단과 동일한 활로 4징을 안고 세상에 나왔다.

활로 4징의 표준 치료인 완전 교정술은 가슴을 열어 심장박동을 멈춘 뒤 심실중격 결손을 막고 판막을 성형하는 고난도 수술로, 대개 체중이 충분히 증가한 이후에 시행된다. 이 때문에 이른둥이나 저체중아에게는 단락술이나 스텐트 시술 등 증상을 완화하는 임시적 치료가 우선 고려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단락술은 추후 2차 수술이 필요하고 최소 3kg 이상의 체중이 권장되며, 저체중아에게 시행할 경우 수술 후 사망 위험이 높다는 한계가 있다. 우심실 유출로에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 역시 저체중아에게는 기술적 난이도가 매우 높고, 폐동맥 판막을 영구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준이에게 가장 이상적인 치료는 체중 증가를 기다린 뒤 완전 교정술을 시행하는 것이었지만, 출생 직후 비교적 안정적이던 산소포화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저하되고 무산소 발작까지 반복되면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윤태진 교수는 아이의 장기적인 예후를 고려해 임시방편이 아닌 ‘한 번의 수술로 완전한 교정’을 선택했다. 11월 18일, 이준이는 생후 8일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성인 엄지손가락만 한 심장을 열어 심실중격 결손을 막고 우심실 유출로 협착을 제거했으며, 폐동맥 판막은 최대한 보존해 심장 혈류가 정상적으로 흐르도록 교정했다.

혈관이 바늘보다 얇을 정도로 작고 생리적으로도 미성숙한 상태였지만, 의료진은 다년간 축적된 활로 4징 수술 경험을 바탕으로 약 4시간 만에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수술 후 이준이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호흡기와 혈압 조절 등 집중치료를 받았으며, 빠른 회복을 보여 수술 11일째부터 수유를 시작했다. 이후 시행한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도 심실중격 결손은 완전히 복원됐고, 폐동맥 판막의 협착이나 역류 소견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게 이준이는 체중 2.2kg으로 성장한 뒤 퇴원했다.

이준이의 어머니는 “임신 기간 내내 걱정이 컸지만, 아이는 잘 치료할 수 있으니 출산에만 집중하라는 의료진의 말에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며 “기적처럼 아이를 살려주신 만큼 건강하게 키우겠다”고 말했다.

윤태진 교수는 “1.5kg 저체중 신생아에게 완전 교정술을 시행하는 것은 의료진에게도 큰 도전이었다”며 “재수술의 부담 없이 한 번에 심장을 정상화하는 것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선천성심장병센터는 연간 1만 건 이상의 심장초음파 검사와 750여 건의 심장 수술을 시행하고 있으며, 산부인과·신생아과·소아중환자과 등과의 다학제 협진을 통해 산전 진단부터 출생 후 치료까지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또한 보호자가 환아의 상태를 직접 입력하고 의료진이 모니터링하는 ‘홈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운영해 응급 상황을 조기에 발견하고 최적의 치료 시기를 결정하고 있다.

유정진 센터장(소아청소년심장과 교수)은 “초저출산 시대에 태어난 아이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하다”며 “이른둥이라도 전문적인 의료 시스템을 통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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