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당뇨병은 만성적인 고혈당으로 인해 우리 체내의 여러 혈관에 문제를 일으키는 만성 대사 질환이며, 혈관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경우 환자들이 이러한 혈관 합병증이 많이 진행되어 있기 전까지는, 심지어는 상당히 진행된 경우에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치료 및 관리에 소홀해 지기 쉬운 질환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완치가 쉽지 않고 평생 치료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환자뿐만 아니라 치료하는 의료인(의사를 포함한 당뇨병 교육자)의 역할이 매우 큰 질환이다. 물론 최근에는 당뇨병 관해의 개념이 도입되고 초기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 있어 완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최근에 개발되어 사용되어지는 여러 당뇨병 치료제는 단순히 혈당을 조절하는 수준을 넘어서 약제가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 덕분에 일부 계열의 약제는 혈당 조절과 독립적인 기전으로 당뇨병 혈관 합병증 자체를 예방하거나 지연시켜 줄 수 있게 되고, 당뇨병의 진행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인 비만(특히 복부 비만)을 개선시켜 줄 수 있는 약제가 개발되어 국내에서의 상용화가 곧 눈앞에 있다. 본 글에서는 당뇨병 중 특히 우리나라 당뇨병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2형 당뇨병의 관리 및 치료를 위한 약제가 무엇이 있으며, 현재 당뇨병 진료 지침에서는 이러한 약제를 어떻게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당뇨병 약제 선택 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2가지: ‘고혈당 증상 유무’와 ‘심혈관 및 신장 질환 동반 유무’
약제 선택 시 현재 여러 진료 지침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첫째로 현재 환자가 고혈당으로 인한 증상(목마름, 잦은 소변, 체중 감소 등)을 동반하고 있는 지 여부이다. 물론 최근의 혈당 조절 정도를 반영하는 당화혈색소(HbA1c)의 수치도 중요하지만 이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며, 당화혈색소가 9~10%를 넘는다 하더라도 이러한 고혈당 증상이 동반되어 있지 않으면 반드시 인슐린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환자가 앞서 언급한 증상이 동반되어 있다면 단기간 인슐린 치료를 시작하고 높은 혈당으로 인해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이 저하되어 있는 당독성(glucotoxicity)상태에서 췌장이 좀 쉬도록 해 줄 수 있는 기간을 제공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유리하고 안전하다. 이러한 급성기를 인슐린 치료로 안정화 시킨 이후에는 초기 2형 당뇨병의 경우 인슐린 중단 및 경구혈당강하제로 조절이 가능한 경우가 임상적으로 매우 흔하다.
이러한 고혈당으로 인한 증상이 없다면, 다음으로 고려할 사항은 현재 많은 진료 지침에서 환자의 동반질환 유무인데, 이러한 동반질환에는 다음 3가지, 즉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심근경색, 협심증, 허혈성 뇌졸중 등의 병력), 심부전, 만성콩팥병 혹은 고위험군(단백뇨 동반)이 되겠다. 그 이유는 Sodium-glucose transporter 2 inhibitor (SGLT2 inhibitor)라는 경구혈당강하제 계열과, glucagon-like peptide-1 receptor agonist (GLP-1 RA) 라는 피하 주사 계열의 비 인슐린 주사 요법이 그 동안 많은 임상 연구를 통해서 혈당 강하 효과와는 독립적으로 이러한 3가지 질환의 발생 및 재발을 줄여주는 효과를 꾸준히 입증하였기 때문이다. SGLT2 inhibitor는 심부전에 특화되어 있고,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과 만성콩팥병에는 SGLT2i inhibitor와 GLP-1 RA가 다 효과적인 것으로 되어 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약간의 차이점이 있지만 본 원고에서는 그렇게까지 자세히 그 내용을 언급하진 않겠다. 하지만 이러한 약제가 만성콩팥병 측면에서 보면 그 질환을 호전시키는 효과까지는 증명되어 있진 않으며, 약제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와 비교 시 그 질환의 진행을 늦춰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니 환자분들에게 신장을 좋아지게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진행을 늦춰주는 효과가 있다라는것이 정답이다.
앞선 2가지에 해당하는 사항이 없는 경우 약물 치료
고혈당으로 인한 증상도 없고, 현재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 심부전, 만성콩팥병의 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이제는 혈당을 낮추는 것이 1차 목적이 되는 상황이며, 대부분의 2형 당뇨병 환자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 경우에는 현재 사용이 가능한 여러 경구혈당강하제를 국내 보험 급여 기준에 맞춰서, 또 약제의 기전이 겹치지 않는 조합을 이용해서 현재의 당화혈색소 정도에 맞추어 약제를 단독 혹은 병합하여 사용하여 사용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금기 사항이나 부작용이 없었다면 metformin 을 기반으로 단독 치료하거나, 병합이 필요할 때는 주로는 metformin에 다른 여러 약제들을 조합하여 2제, 3제 요법 (최근에는 급여 인정되진 않으나 4제 요법도 일부 시도되고 있다)으로 사용하고 있다.
어떤 약제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는 매우 복잡한 문제로 자세히 다루진 않겠으나, 현재 환자의 혈당조절 상태, 저혈당 위험도, 체중, 식사 패턴 등 다양한 인자들을 고려해서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약제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라 정답은 없는 분야가 되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최근에는 좀 더 조기에 약제 병합 요법을 시도하여 추후에 혈당조절이 되지 않아 다른 약제가 자꾸만 추가되는 상황을 막는 쪽으로 치료 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 되겠다. 심지어 당화혈색소가 일반적으로 병합 요법을 권고하지 않는 수준인 6.5~7.5%에서도 조기 병합 요법이 추후 치료 실패를 늦춰줄 수 있다 라는 대규모 연구(VERIFY study)가 발표되면서, 이러한 조기 병합 요법이 더 근거를 갖추게 되었다.
경구혈당강하제 조합으로 혈당 조절이 되지 않을 경우 : 인슐린 vs. 비인슐린 주사제
인슐린 치료는 그 역사가 100년이 넘었고, 이 긴 시간 동안 가장 많은 발전을 해 온 분야이기도 하다. 또한 일반인들의 많은 오해와 달리 그 효과와 안전성이 잘 입증이 되어 있어서 교육을 잘 받고 사용한다면 매우 안전하게 그리고 매우 효과적으로 당뇨병 치료를 할 수 있는 약제이다. 하지만 하루 1~4회 주사를 해야 한다는 불편감때문에 실제 임상에서는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시기임에도 제때 그 치료가 시작되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며, 인슐린 치료가 시작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러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의사들도 인슐린 치료 시작 시 예상되는 환자 불편감이나 교육의 어려움 때문에 환자분들이 강경하게 거부하면 쉽게 포기해 버리고 마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 지연은 결국 혈관합병증으로 그 대가를 치르는 경우가 매우 흔하기 때문에 바꿔야하는 치료 패턴이 되겠다.
최근에는 인슐린이 갖고 있는 불편함이나 부작용(저혈당 및 체중증가)을 최소화하기 위해 GLP-1 RA가 기저 인슐린(하루 1회 주사하여 24 시간 지속되는 인슐린)을 대체할 정도로 그 우수한 효과가 밝혀져, 과거 경구혈당강하제 조합으로 혈당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에 무조건적으로 인슐린 치료를 권고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주 1회 GLP-1 RA 주사제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따라서 인슐린 치료 대신 GLP-1 RA 주 1회 주사를 먼저 권고하는 지침이 현재 대세를 이루고 있다. 또한 기존에 기저 인슐린 혹은 주 1회 GLP-1 RA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라고 한다면 추가적인 혈당 강하를 위해서 기존에 사용하지 않았던 주사제를 서로 병합하여 사용하거나, 최근에는 이 두 가지 제제가 하나의 주사제로 개발되어 사용이 가능하다 (IDegLira, IGlarLixi). 이러한 주사제를 어떻게 사용할 지는 GLP-1 RA에 대한 내약성(저혈당이나 체중 증가는 없지만 오심, 구토, 설사와 같은 소화기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이나 잔존 인슐린 분비능, 환자의 생활패턴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하는 문제이다. 물론 인슐린이나 주 1회 GLP-1 RA 치료를 단독 혹은 병합하여 사용 중이라 하더라도 작용 기전이 겹치지 않는 경구혈당강하제의 병용 사용은 언제든지 가능하겠다.
당뇨병 진행의 근본 원인 중 하나인 비만 치료 강조
과거 한국인 2형 당뇨병의 특징을 인슐린 저항성보다는 인슐린 분비능의 저하로 주된 병태생리로 설명하였는데, 최근에 발생하는 2형 당뇨병 환자의 특징을 보면 서구의 패턴과 매우 유사해지고 있다. 즉, 2형 당뇨병 환자의 대다수가 과체중 이상의 비만도를 보이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과거 중요하다고 여겨진 인슐린 분비능의 저하보다는 인슐린 저항성이 좀 더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그동안 근본적으로 비만을 치료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최근에 개발되어 해외에서 사용되는 당뇨병 약제들은 혈당강하효과 뿐만 아니라 강력한 체중감소 효과를 보여주고 있어서 여러 지침에서 2형 당뇨병 환자의 비만 치료가 강조되고 있다. 우선 경구혈당강하제에서는 앞서 언급한 SGLT2 inhibitor가 약 2~3kg 정도 체중을 감소시켜 주어서 비만도가 심한 환자에서는 큰 감소는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과체중 및 비만을 동반한 2형 당뇨병 환자분이 만족해하는 경우가 많다.
비만도가 심한 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는 본인 체중의 10%를 넘는 체중 감량이 여러 대사 지표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데 그 동안 10% 이상의 체중 감량을 유발할 수 있는 약제가 없다가 GLP-1 RA중에 주 1회 semaglutide 2.4mg과 GLP-1에 GIP라는 다른 장 호르몬을 결합하여 재조합한 주 1회 tirzepatide 15mg, 현재 3상연구가 진행중인 GLP-1/GIP/Glucagon 3중 작용제인 주 1회 retatrutide 주사 (모두 피하 주사 형태) 등이 10~20%까지 체중 감량 효과를 보여주면서 향후에는 비만한 2형 당뇨병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사용이 권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당뇨병 치료의 화두: Holistic Person-Centered Approach
앞선 언급한 어려 요소들을 정리하면, 특정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특정 약제를 권고하는 Cardiorenal Protection, 이러한 질환이 없다면 Medication for Glycemic Management, 이와는 독립적으로 항상 강조되어야 하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금연 등에 대한 Cardiovascular Risk Factor Management, 마지막으로 강력한 항비만 효과를 보이는 약제들이 사용 가능해 지면서(물론 국내에는 수급 문제로 아직은 사용이 가능하지 않지만) Weight Management 등 4가지 큰 축이 당뇨병 치료의 핵심이 되고, 이러한 4가지를 통틀어서 미국당뇨병학회에서는 ‘Holistic Person-Centered Approach’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림 1), 굳이 우리말고 바꾸자면 “환자 중심적 전인적 치료”라는 말로 해석될 수 있겠다. 이 4가지 요소를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은 기본이며, 매일 보는 혈액 검사 수치 뿐만 아니라 진료받는 환자 입장에서 당뇨병 치료를 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맺음말
당뇨병 치료에 지름길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정도(正道)는 분명히 있다. 잘못된 정보와 치료로 당뇨병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는데 이 글을 통해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되길 희망한다. 의학이 날로 발전하고 있고, 그 발전 속도가 가장 빠른 분야 중 하나가 내분비 대사, 특히 당뇨병 분야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약제는 수많은 임상 연구를 통해서 그 효과와 안전성 및 부작용 프로파일이 대부분 잘 밝혀진 약제이다. 최근 2형 당뇨병 치료의 큰 흐름을 이해하고 환자에게 제대로 된 치료를 제공하는 데 본 원고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정창희 교수(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과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임상조교수와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부교수, Visiting Scholar, University of Virginia, VA, USA 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로 재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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