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유효성에 대해 논란이 많은 가운데, 이번 연구 결과가 마이크로바이옴이 치료제로서 개발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줄 전망이다.
이현희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연구원은 지난 15일 '유전독소를 분비하는 장내 미생물'을 제목으로 하는 보고서(BioNwatch)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장내 미생물이 분비하는 대사물질이 숙주의 DNA에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대장암까지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담겼다.
이 연구원은 “최근 미국 예일 의대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장내 우점균이 생산하는 인돌리민(Indolimines)이 대장암을 유발하는 것이 확인됐다”며 “장내 미생물 제어를 통해 대장암의 예방과 치료에 단초를 제시한 연구 결과”라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조기 발병 대장암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로, 발암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내도 대장암은 암 발생률 2위를 차지하고 있고, 암 사망률 4위에 해당한다.
△Commensal microbiota from patients with inflammatory bowel disease produce genotoxic metabolites, Science, 2022.10.28
예일대 의대 면역학 연구팀(Department of Immunobiology, Yale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은 신규 유전독소를 생산하는 미생물을 발굴하기 위해 대장암 전구 질환인 염증성 장질환(IBD, Inflammatory bowel disease) 환자로부터 100종 이상의 장내 미생물을 분리·분석했다. 그 결과, 염증성장질환 환자의 장내 우점균인 모르가넬라 모르가니균(Morganella morganii)이 생산하는 인돌리민이 신규한 유전독소라는 것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모르가넬라 모르가니균을 마우스에 이식했을 때, 대장암이 유발되는 것을 확인했고, 마우스 모델에서 인돌리민에 의한 발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야생형 모르가넬라 모르가니균이 이식된 마우스는 대장암이 유발됐지만, 인돌리민을 생산하지 못하는 돌연변이주가 이식된 마우스는 대장암이 발병하지 않은 것이다.
연구팀은 미생물군(마이크로바이옴, Microbiome)과 미생물군에서부터 유래한 소분자 및 유전독소(Small-molecule Genotoxins)가 숙주의 건강과 질병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 연구원은 “유전독소를 생산하는 장내 미생물을 제어할 수 있다면, 대장암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전독소를 분비하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통해 대장암 사전 진단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지난달 28일 국제 저명한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지에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유전독성 대사산물을 생성한다(Commensal microbiota from patients with inflammatory bowel disease produce genotoxic metabolites) 제목으로 게재됐으며, 예일대 의대 면역학 연구원 YIYUNCAO 외 11명이 연구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