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CEO 전격교체 배경은?
1위 등극 견인차役 불구, 최근 부진에 한계 노정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6-08-01 17:42   수정 2006.08.07 20:18
▲ 행크 A. 맥키넬 회장
지난달 28일 화이자社의 행크 A. 맥키넬 회장이 당초 예정보다 2년 가까이 빠르게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서 전격적으로 물러나고, 제프리 B. 킨들러 회장이 바통을 승계함에 따라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맥키넬 회장이 올해 연봉만도 227만 달러에 달하는 데다 지난 3월 2005년 실적에 따른 보너스로 370만 달러를 지급받는 등 제약업계에서 가장 후한 대우를 받는 CEO로 자리매김되어 왔던 만큼 안팎의 이목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런 이치인 셈이다.

그는 두차례의 빅딜을 거쳐 오늘날과 같은 세계 최대의 제약기업을 일궈낸 장본인으로 평가받는 경영자.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州 밴쿠버 출신의 맥키넬 회장은 브리티시 컬럼비아大 경영학과와 스탠퍼드大 경영대학원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물이다.

지난 1971년 화이자의 일본 도쿄지사에 입사한 이래 아시아 시장을 총괄하는 책임자, 최고 업무진행책임자(COO), 최고 재무책임자(CFO)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지난 1999년 회장 자리에 오른 직후 총 1,140억 달러에 워너램버트社를 인수하는 절차를 진두지휘해 회사를 일약 세계 5위의 거대 제약기업으로 발돋움시켰다. 워너램버트 인수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와 블록버스터 콜레스테롤 저하제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의 확보를 통해 화이자는 본격적인 고속질주 가도에 들어서면서 경쟁사들로부터 부러움의 눈길을 한몸에 받기에 이른다.

마침내 2001년 1월 CEO로 승진한 맥키넬 회장은 2년 뒤 파마시아社까지 60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회사를 세계 제약업계의 꼭짓점에 올려놓았다. 이를 통해 화이자는 관절염 치료제 '쎄레브렉스'(셀레콕시브)를 확보한 것은 물론이고 한해 450억 달러를 넘어서는 매출액을 창출하고, R&D에만 한해 70억 달러를 투자하는 제약업계의 지존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화이자측이 이미 수 개월 전 맥키넬 회장에서 총 8,300만 달러의 퇴직위로금(?)을 지급했던 것도 그 같은 공로를 인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맥키넬 회장은 지난 4월 열렸던 연례 주주총회 석상에서 주주들로부터 쓴소리 세례를 받아야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령 미국 최대의 노동조합이자 화이자의 대주주 가운데 한 당사자인 AFL-CIO는 주총 당시 강한 반대의 뜻을 전하고자 목소리를 한껏 높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최근들어 주가(株價)의 침체와 이익성장세의 급감, 후속신약 개발의 부진, 빅딜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의 시효만료 등으로 인해 화이자가 시련기에 접어들었는 평가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현실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의 재임기간 동안 화이자의 주가가 41%나 뒷걸음질쳤을 정도라는 것.

실제로 화이자는 값싼 제네릭 제형들의 도전과 '쎄레브렉스'의 안전성 문제 돌출, 한해 14억 달러대 매출을 올렸던 또 다른 관절염 치료제 '벡스트라'(발데콕시브)의 리콜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이익과 매출이 상당정도 뒷걸음질친 바 있다.

급기야 지난해 10월 3/4분기 이익이 52%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2006·2007 회계연도 이익전망치를 하향조정하자 주가가 최근 8년來 최저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화이자의 분기별 이익이 감소한 것은 4년만의 일. 결국 화이자는 지난해 이익이 29% 감소했다.

오는 2008년까지 40억 달러 정도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화이자측이 지난해 4월 내놓았던 구조조정案에 대해서도 목표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제기되어 왔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 맥키넬 회장이 언론과 월街에서 제기하는 위기론에 줄곧 "잘못된 진단"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신뢰감을 잃었다는 평가가 고개를 들기에 이르렀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일까? 월街의 애널리스트들은 맥키넬 회장의 전격교체 소식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리 B. 킨들러 회장이 내놓은 새로운 청사진의 내용을 기대감 속에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킨들러 회장이 화이자가 그 동안의 폐쇄적 분위기(closed culture)를 바꿔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킨들러 회장이 맥도널드社가 경영다각화를 추진할 당시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점도 기대를 걸게 할만한 대목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의 한 내부 소식통은 "킨들러 회장은 맥키넬 회장에 비해 상대방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끔 해 주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킨들러 회장이 빠른 시일 내에 화이자를 다시금 고속성장 가도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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