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여성용 피임제가 개발되어 나온 지 50여년만에 피임 성패의 주책임자가 여성에서 남성으로 뒤바뀔 수 있을 것인가?
셰퍼드 메디컬 컴퍼니社(Shepherd Medical Company)라고 하는 미국업체가 세계 최초로 임플란트型 남성용 피임기구를 개발 중이어서 이목이 쏠리게 하고 있다.
셰퍼드 메디컬社의 공동설립자인 닐 폴락 박사는 지난달 31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인트라 바스 디바이스'(IVD; Intra Vas Device)라는 이름의 이 피임기구가 정관절제술에 비해 시술이 훨씬 간편하면서도 효과는 동등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폴락 박사는 이제껏 수많은 정관절제 수술을 집도했던 장본인. '인트라 바스 디바이스'라는 이름은 정관(精管; vas deferens tubes)에서 따온 명칭이다.
2.5㎝ 크기의 실리콘 중공(中空) 삽입물 형태를 띄고 있는 IVD는 정자(精子)의 이동경로인 정관(精管) 내부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시술된다. 수술을 위한 입원을 필요하지 않고, 외래진료의 형태로 국소마취 후 7분 정도면 시술이 가능하다고 한다. 시술비용은 1,000달러.
폴락 박사는 "실험용 쥐들과 영장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던 실험에서 IVD가 정자의 이동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며 "IVD가 미래의 피임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자의 이동은 삽입물을 제거하면 원래의 상태로 회복될 뿐 아니라 이 경우 정관절제술에 비해 임신성공률이 훨씬 높다는 장점이 있다고 폴락 박사는 덧붙였다.
실제로 일단 정관절제술을 받았던 남성들은 회복수술을 받았더라도 임신에 성공할 확률이 60% 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폴락 박사는 "미국 국리보건연구원(NIH)으로부터 140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올해 말경 워싱턴州 시애틀에서 대규모 임상시험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오는 2007년경 FDA의 허가를 취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IVD의 최초 발매시장으로는 규제가 까다로운 미국과 캐나다보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폴락 박사는 덧붙였다. 미국과 캐나다 시장의 발매시기는 유럽에 비해 1년 정도 뒤로 잡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大 생식보건센터의 티모시 로우 소장은 "IVD가 별다른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데다 性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유해한 부작용도 초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며 높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