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위한 비대면진료 맞나…탈모·여드름 '비급여 의료쇼핑' 집중
취약계층 처방 '월 0건' 91.8%…약사 96.7% "주 이용층 20~30대"
약사 98.7% "편의성 위주로 변질"…약 배송 확대도 99.9% 반대
하루 7개 의료기관서 탈모약 90일분씩…총 630일분 처방 사례도
전하연 기자 │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10-07 11:20   수정 2026.10.07 11:27
실천하는 약사회 운영진들이 7일 서울시약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대면진료 제도 개선과 약 배송 확대 철회 등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약업신문=전하연 기자

의료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비대면진료가 실제 약국 현장에서는 탈모·여드름 등 비급여 의약품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의료쇼핑'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약사사회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의료취약계층의 비대면 처방을 한 달에 단 한 건도 경험하지 못했다는 약사가 10명 중 9명을 넘은 반면, 민간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처방은 20~30대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동일 환자가 하루 동안 7개 의료기관에서 탈모약을 각각 90일분씩 처방받아 총 630일분을 확보하거나, 검사 없이 당뇨병·고혈압·녹내장 치료제가 처방됐다는 사례도 공개됐다.

실천하는 약사회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시약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9월 18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약국 개설약사 및 근무약사 31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대면진료 및 약 배송 정책 관련 전국 약사 설문조사' 결과와 현장에서 수집한 사례를 공개했다.

조사는 약사단체와 지역약사회를 통해 참여자를 모집해 온라인으로 진행했으며, 이름과 약사면허번호, 휴대전화번호 등을 수집해 중복 및 자격 미달 응답자를 걸러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비대면진료를 통한 처방전을 1건 이상 조제해 본 약사는 89.4%인 2834명으로 나타났다.

이날 황은경 실천하는 약사회 부회장과 운영진 김태수 약사가 설문조사 결과와 직접 채증하거나 제보를 통해 수집한 비대면진료 사례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의료취약계층을 위해 도입됐다는 제도의 명분과 실제 이용 양상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나타났다.

섬·벽지 거주자, 65세 이상 장기요양등급자, 등록장애인, 희귀질환자, 1·2급 감염병 확진자 등 5대 취약계층의 비대면 처방 건수를 묻자 응답자의 91.8%인 2909명이 '월 0건'이라고 답했다.

반면 민간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처방을 경험한 약사 2850명에게 환자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연령대를 물은 결과 96.7%인 2756명이 20~30대를 꼽았다. 약국에 가장 빈번하게 접수되는 약물군은 비급여 탈모 치료제가 77%로 가장 많았고 비급여 여드름 치료제 68.5%, 감기약·알러지약 등 증상 치료제 38.6%, 인공눈물 32.9% 등의 순이었다.

이에 응답 약사의 98.7%는 현행 비대면진료가 의료취약계층의 접근성 개선이라는 본래 취지보다 탈모·다이어트·여드름 등 비급여 의료쇼핑과 편의성 위주로 변질됐다고 평가했다. 95.7%는 민간 플랫폼이 아닌 공공 플랫폼이 비대면진료를 주도해야 한다고 답했다.

실천약은 설문 결과와 함께 민간 플랫폼에서 환자가 진료에 앞서 원하는 의약품과 용량 등을 선택하거나 진료비를 기준으로 의료기관을 비교하는 등 진료보다 의약품 선택과 가격 경쟁이 앞서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다이어트·탈모·여드름 등을 별도 메뉴로 두고 환자가 약물과 용량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거나, 진료비순으로 병원을 나열하고 후기·별점과 포인트 할인 등을 통해 의료기관 선택을 유도하는 사례를 제시했다. 다이어트 주사제의 경우 플랫폼을 통해 의료기관을 예약한 뒤 병원에서 제품을 직접 수령·결제한 사례도 공개했다.

김태수 약사는 이 과정에서 전문의약품 광고와 자가주사제 원내조제 문제 등을 지적하며 "보건복지부는 자가주사제의 원내조제·판매가 원칙적으로 위법하다고 안내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실천약은 이 같은 사례가 플랫폼을 통한 원내조제를 사실상 중개하는 구조인지 관계기관의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진단과 처방 과정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실천약에 따르면 한 환자는 혈당 측정 등 검사 없이 비대면 초진으로 당뇨병 치료제를 60일분 처방받았으며, 또 다른 환자는 혈압약을 처음 복용하는 상황에서 혈압 측정 없이 혈압강하제를 처방받았다. 안압 검사 없이 녹내장 치료용 안약이 처방됐고, 약사가 확인한 결과 환자는 안구 보호 목적으로 사용하려 했다는 사례도 제시됐다.

피나스테리드 처방 사례도 공개됐다. 실천약에 따르면 30대 환자가 탈모 치료에 사용되는 피나스테리드 1mg 대신 전립선비대증 치료에 사용되는 5mg 제품의 보험 처방을 요청했고, 별도의 전립선 관련 검사 없이 환자가 요청한 대로 처방전이 발행된 사례가 확인됐다.

반복·과다처방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는 피나스테리드 1mg 630일분 처방 사례가 제시됐다.

동일 환자가 같은 날 서로 다른 7개 의료기관에서 피나스테리드 1mg을 각각 90일분씩 처방받아 하루 만에 총 630일분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실천약은 동일 환자의 동일 의약품 처방이 여러 의료기관에서 반복됐음에도 걸러지지 않은 점을 들어 중복·과다처방을 차단할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천하는 약사회 김태수 약사(왼쪽)와 황은경 부회장이 7일 서울시약사회관에서 열린 비대면진료 정책 플랫폼 문제점 고발 기자회견에서 비대면진료 실태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약업신문=전하연 기자

건강보험 재정 문제도 제기했다. 실천약은 목포·제주·군산 등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공눈물을 다량 처방받는 방법과 후기가 공유되고 있다며 인공눈물 9통을 한 번에 처방받은 실제 사례를 공개했다.

실천약이 제시한 인공눈물 9통 처방 사례에서는 진료비와 약제비를 합쳐 공단부담금이 총 17만690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본인부담금은 진료비 6800원과 약제비 6만6200원을 합쳐 7만3000원이었다. 실천약은 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경우 이 가운데 5만8000원을 실손보험으로 보전받을 수 있다며, 비대면진료를 통한 의약품 다량 처방이 건강보험과 민간보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자가 원하는 처방일수나 의약품을 지정하면 그대로 처방되는 사례도 공개됐다. 여드름 치료제와 항생제 등의 처방 사례와 함께, 플랫폼에서 의사를 별점과 후기로 평가하고 일부 의료진이 인공눈물 다량 처방 가능 여부 등을 안내하는 사례도 제시됐다.

플랫폼의 포인트 제도 역시 문제로 지목됐다. 실천약은 일부 플랫폼에서 여러 방식으로 포인트를 지급하고 이를 진료비 결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과 의료이용을 유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본인확인 절차의 허점도 제기됐다. 김 약사는 배우자 명의로 비대면진료를 신청한 뒤 약 13초간의 전화통화만으로 처방이 이뤄진 사례를 공개하며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고 있을 경우 명의도용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대면진료에서는 의료기관 본인확인 절차가 강화된 것과 비교해 비대면진료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본인확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약 배송 확대에 대해서는 조사에 참여한 약사들의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응답자의 99.91%인 3167명이 약 배송 확대에 반대했다.

반대 이유로는 '민간 플랫폼의 시장 독점으로 인한 보건의료 상업화 우려'가 91.6%로 가장 많았고, '약물쇼핑 증가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낭비' 89.1%, '비급여 의약품 오남용 및 의료쇼핑 조장' 70.9% 등이 뒤를 이었다.

비대면 처방에 대한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높았다. 비대면진료가 법제화될 경우 최대 조제일수를 3일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응답은 85%였다. 약국당 하루 비대면 조제 건수는 5건 이하가 적절하다는 응답을 더하면 66.75%, 10건 이하까지 넓히면 89.21%였다. 대한약사회가 제시한 약국당 하루 25건 제한에 대해서는 90.82%가 '더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또 96.34%는 비대면진료 법제화에 앞서 2023~2026년 시범사업 자료를 공개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가 민간 플랫폼에 약국 재고 등 민감정보를 제공하는 데에는 97.16%가 반대했고, 복지부가 비대면진료 및 약 배송 정책을 추진하면서 약사 의견과 사회적 우려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97.35%에 달했다.

황은경 부회장은 "2023년에도 비대면진료 플랫폼과 관련한 문제를 확인하고 지적했지만, 당시 제기했던 이른바 '화장실 진료'와 같은 행태가 여전히 확인되고 있다"며 "대부분 환자가 원하는 대로 처방해주는 '처방 자판기'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형태의 비대면진료가 과연 정식 사업으로 가는 것이 맞는지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 이번 기자회견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실천약은 이날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료 공개 및 객관적 평가 △의료취약계층 중심의 비대면진료 전면 재설계 △플랫폼의 의약품 쇼핑·환자 유인행위 규제 △반복·중복·과다처방 관리기준 마련 △비대면진료 처방 제한 의약품에 대한 하위법령 마련 및 의약품 안전관리 강화 △충분한 안전성 검토와 사회적 합의 없는 약 배송 확대 중단 △이동 곤란 환자를 위한 방문약료·대면 복약관리 등 약료서비스 보장 △약국 재고·운영 등 민감정보의 민간 플랫폼 제공 금지 등 8개 사항을 요구했다.

실천약은 "비대면진료는 지금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라며 "취약계층은 보이지 않고 비급여 진료가 중심이 됐으며, 진료보다 약과 가격을 먼저 고르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반복·과다처방은 환자 안전과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이고 여기에 약 배송까지 확대된다면 문제는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대면진료의 중심에는 사기업 플랫폼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놓여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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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개
  • 게시판 댓글 아이콘
    국민   2026.10.07 11:24
    2026.7.16. 보건복지부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공적 전자처방전’은 현재 법률상 ‘전자처방전전달시스템’으로 변경됐는데 이에 대해 책임져라
    공공플랫폼을 2028년 도입하기전에 뭐가그리 급하게 2026.12월에 민간 플랫폼이 먼저 비대면진료를 허용해주는 겁니까? 이에 대해 국민께 설명해라.
    “공공의료를 사익에 넘기는 공직자” 보건복지부장관 및 중기소 및 대통령등을 탄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