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첨생법'上…첨단바이오 산업계가 외치는 '인재 공백'
기업 현장 “개발·제조·임상·허가 잇는 실무교육 공백 커”
법정교육은 재생의료기관·세포처리시설 필수인력 중심
산업계, 수도권·현장 중심 실행형 교육체계 필요성 제기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7-20 06:00   수정 2026.07.20 06:01
무더위가 짙던 최근 서울의 한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업 대회의실. 창밖의 여름 햇살은 밝았지만, 회의실 안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은 한국 바이오산업의 미래 성장축으로 꼽히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산업으로 키울 교육·R&D·임상·사업화 트랙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ChatGPT(AI로 생성한 이미지)

첨단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은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제도적 기반도 점차 갖춰지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기술 개발, 인력 양성, 임상, R&D 지원, 사업화가 유기적으로 이어지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약업신문은 관련 기업 임원들과 산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번 기획은 이를 바탕으로 이 산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과제를 짚는다.<편집자 주>

첨생법 시행 이후 국내 첨단재생의료 제도는 지속적으로 정비되고 있다.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 지정, 세포처리시설 관리, 임상연구·치료계획 심의, 필수인력 교육 등 제도적 틀이 갖춰지면서 과거 제도권 밖에 있던 재생의료 영역은 공적 관리체계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또 다른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 안에는 첨단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이 함께 담겨 있지만, 실제 교육 체계는 재생의료기관과 세포처리시설 필수인력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조직공학제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을 개발·제조·임상·허가 단계로 끌고 가야 하는 기업 인력 대상 실무교육은 공백으로 남아 있다는 현장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첨단바이오 기업 임원은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의약품을 개발하는 트랙이고, 첨단재생의료는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임상연구·치료 체계로 봐야 한다”며 “두 영역이 같은 법 안에 있지만 필요한 교육과 지원 방식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첨단재생의료를 새롭게 접하는 병원과 연구자에게 법정교육이 필요했던 것은 맞다”면서도 “문제는 그 교육만으로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는 산업 인력의 수요를 채우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법 안의 두 축…의료와 의약품 개발은 다르다

첨단재생바이오 분야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하나는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환자에게 적용되는 첨단재생의료다. 다른 하나는 기업이 제품을 개발하고, 공정과 품질을 관리하며, 비임상·임상·허가 절차를 거쳐 의약품으로 상업화하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이다.

두 영역은 세포와 유전자, 조직공학 등 유사한 과학기술 기반을 공유하지만 작동 방식은 다르다. 첨단재생의료는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임상연구·치료 체계가 핵심이다.

반면 첨단바이오의약품은 후보물질 발굴 이후 공정개발, 제조품질관리(CMC), 비임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품목허가, 생산 스케일업까지 이어지는 의약품 개발 체계를 필요로 한다.

이 차이는 교육 현장에서도 드러난다. 첨단재생의료 필수인력 교육은 안전한 첨단재생의료 환경 조성과 직무역량 강화를 위한 체계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발 인력까지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는 기업 중에는 세포처리시설 역할을 함께 맡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며 “이 경우 기업 인력이 교육 체계 안으로 들어올 기회가 제한된다”고 말했다.

기업이 필요한 것은 ‘법 이해’ 넘어선 실행 교육

산업계가 요구하는 교육은 단순한 제도 설명이나 이론 강의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제품을 개발해 본 인력이 공정, 제조, 품질, 비임상, 임상, 허가 대응을 연결해 설명하는 실무형 교육이다.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일반 합성의약품이나 항체의약품보다 제조공정 의존도가 높다. 제품 특성에 따라 세포 채취, 배양, 유전자 도입, 보관, 운송, 투여까지 전 과정에서 품질 편차와 안전성 관리가 중요하다. 초기 연구 단계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도 공정 재현성, 품질 기준, 임상시험 설계, 규제기관 대응이 준비되지 않으면 제품 개발로 이어지기 어렵다.

또 다른 관련 기업 임원은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교육은 실제 생산해 본 사람, 개발해 본 사람, 임상을 해 본 사람, 인허가 대응을 해 본 사람이 직접 참여하는 교육”이라며 “이론 강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을 놓고 시뮬레이션하는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강의실에서 일방적으로 듣는 교육이 아니라 현장이 곧 강의실이 되는 방식이어야 한다”며 “기업이 원하는 교육은 제조시설 이해를 넘어 규제기관 대응, 임상 수행, 허가 전략까지 연결해 설명하는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은 연구성과를 논문이나 과제로 끝내지 않고 의약품으로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CMC 전략, 임상 진입 기준, 허가자료 준비까지 연결해 이해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수도권 기업 밀집도와 교육 접근성 불일치

교육 접근성도 현장의 주요 불만이다.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발 기업 상당수는 서울과 수도권에 모여 있다. 연구개발 인력, 임상개발 인력, 사업개발 인력이 수도권에 집중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교육이 특정 지역·시설 중심으로 운영될 경우, 직장인이 시간을 내 장거리 교육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업 대부분이 수도권에 있는데, 직장인이 1박 2일 시간을 빼 지방 교육에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이 정말 산업 인력을 대상으로 한다면 기업이 있는 곳, 인력이 움직일 수 있는 곳, 실제 개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곳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는 단순한 장소 문제가 아니다. 교육의 성격과도 연결된다. 기업 인력은 정해진 법정교육 이수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과 직접 연결되는 실무 지식을 원한다.

공정개발 담당자는 제조와 품질 기준을, 임상개발 담당자는 초기 임상 설계와 규제기관 질의 대응을, 사업개발 담당자는 기술이전과 글로벌 개발 전략을 필요로 한다. 교육 장소와 내용이 현장과 멀어질수록 참여 유인은 낮아진다.

산업계 자율 교육만으로는 지속성 한계

산업계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관련 협회와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첨단바이오의약품 산업 인력을 위한 실무교육을 구상하고 있다. 실제 생산·개발·임상·허가 경험을 가진 회원사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해 멘토링형 교육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관련 협회는 대형 교육기관처럼 상주 교육 인력과 독립 예산을 갖춘 조직이 아니다. 많은 경우 회원사의 자율적 참여와 전문가들의 재능기부에 의존해야 한다. 교육 콘텐츠를 기획하고, 강사를 섭외하고, 실습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교육자료를 축적하려면 별도 재원이 필요하다. 현재 구조에서는 안정적 운영이 쉽지 않다.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업 임원은 “산업계가 자체 교육을 하겠다고 해도 상주 교육 인력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며 “회원사 전문가들이 시간을 내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교육을 만들려면 교육 수익이 다시 다음 교육으로 재투자되고, 강사 네트워크와 자료가 축적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첨단바이오의약품 산업 인력 양성을 민간 자율에만 맡겨서는 한계가 있다. 현장 전문성은 기업에 있지만, 교육체계의 지속성과 공공성은 제도적 지원 없이는 확보하기 어렵다.

첨단바이오의약품 인력 양성, 별도 정책 세워야

첨단재생의료 교육과 첨단바이오의약품 산업교육은 대립하는 영역이 아니다. 재생의료 안전관리와 의료기관 교육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첨단바이오의약품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는 어렵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제조와 품질, 임상과 허가, 기술이전과 상업화가 맞물린 산업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재생의료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재생의료를 위한 교육과 첨단바이오의약품 산업 인력을 위한 교육은 목적과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별도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균형은 산업계 노력만으로 만들기 어렵다. 첨생법은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각각 첨단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을 함께 다루는 법체계다. 정부가 재생의료 안전관리와 첨단바이오의약품 산업 육성을 함께 목표로 삼는다면, 교육과 인력 양성도 두 축으로 설계해야 한다.

산업계는 이를 특혜가 아니라 기반 구축으로 본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실제 제품으로 개발할 인력을 키우는 최소한의 교육 기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첨단재생의료 제도가 뿌리내리는 동안,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업 인력을 제도 사각지대에 남겨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약바이오 산업 정책 전문가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은 더 이상 원천기술만으로 경쟁하는 분야가 아니다”라며 “일본은 의료현장에 연결했고, 미국은 신속 심사·허가 트랙을 제도화했고, 중국은 빠른 임상 진입 지원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이 첨단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을 함께 산업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법은 있어도 산업화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며 “지금 확보한 기술 경쟁력을 실제 제품과 시장으로 이어가지 못한다면 선도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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