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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못 따라갑니다. 중국 보세요. 수백조원을 쏟아붓는 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이제 안 하면 끝입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리가켐바이오) 김용주 대표는 최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LigaChemBio Global R&D Day 2025’ 행사에서 “이미 안정기에 접어든 성공한 바이오텍으로서, 현재 한국 바이오 산업을 어떻게 보십니까?”라는 약업신문 기자의 질문에 정부의 실질적인 바이오 산업 육성이 시급하다며 이 같이 답했다.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고, 글로벌 ADC(항체약물접합체) 분야에서 상업성과 경쟁력을 입증하며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다수 성사시킨 기업조차 겪고 있는 구조적 어려움을 언급한 그의 발언은,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라 현 제도의 맹점을 짚는 현실 진단에 가까웠다.
인력 수급? “대전에선 전문가 한 명 뽑는 게 하늘의 별 따기”
김 대표는 수도권 중심의 인력 쏠림 현상을 바이오 산업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구조적 한계로 지적했다. 그는 “리가켐바이오는 대전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지역적 한계 때문에 인력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리가켐바이오는 이미 글로벌에서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면서 “많은 기업이 서울이나 수도권, 또는 미국 보스턴 등으로 연구 거점을 옮기는 이유도 결국 사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바이오 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 전문가들은 수십년간 한국이 산업 생태계 자체가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특히 기술집약적인 바이오 산업에서 인재 확보는 곧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핵심 인재 없이 대규모 성장을 도모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데 산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바이오협회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국내 바이오 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바이오 산업 인력은 경기도가 1만7847명으로 전체의 27.5%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1만2418명, 19.1%)과 인천(8006명, 12.3%)까지 포함하면, 수도권 3개 지역에 전체 바이오 인력의 약 59%가 몰려 있다. 반면 광주(0.2%), 세종(0.6%), 전북(1.9%), 전남(1.7%), 경남(1.0%) 등 다수의 지방 거점 지역은 전체 인력의 2% 미만에 그쳐 지역 간 격차가 뚜렷하다.
대전은 2999명(4.6%)으로 지방 중 비교적 높은 수준이나, 여전히 수도권과는 최대 6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박사급 인력만 놓고 보면 대전은 131명에 그쳤다. 경기(776명)의 6분의 1, 서울(632명)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상황은 단순한 인력난을 넘어, 바이오 산업 전반의 성장을 저해하는 병목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김 대표는 지역 간 인력 수급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 바이오클러스터에 인재가 유입될 수 있도록 정책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지방 거점 바이오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자립하려면, 인재 인프라의 확대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바이오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규정한 만큼, 보다 실질적인 실행 전략과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지원이 함께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지금이야말로 바이오 산업의 골든타임이며, 정부의 판단과 실행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 정책의 개선 방향에 대해서도 제언을 이어갔다. 김 대표는 “정부 과제가 지나치게 정량 지표 위주로 평가되는 경향이 있는데, 바이오 산업은 제조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논문이나 특허 수만으로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기술 잠재력을 충분히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바이오 산업의 특성에 부합하는 지원 체계와 평가 기준이 함께 정비된다면, 국내 바이오 산업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도 기존 정책의 연장선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이뤄진다면 국내 바이오텍들도 세계 무대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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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는 마르고 상장 문턱은 솟구치고…기술특례 덫에 갇힌 바이오
리가켐바이오 박세진 부사장(COO·CFO)도 산업계 전반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그는 “리가켐바이오는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자립이 가능하지만, 현재 국내 바이오 산업 생태계를 보면 상황이 심각하다”고 운을 뗐다.
박 부사장은 최근 기술특례 상장 제도의 경직성을 아쉬워하며, 산업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을 지적했다. 리가켐바이오처럼 생존의 해법을 마련한 기업조차도, 산업 생태계의 전체 구조가 무너지면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했다.
그는 “기술특례 상장의 문턱이 몇 년 새 급격히 높아졌다”라며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더라도 선급금이 100억원 미만이면 상장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파이프라인이 반드시 라이선스 아웃 실적을 동반해야 하는 등, 초기 창업 기업이 충족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환경은 실제 벤처캐피털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 부사장은 “VC들은 상장 가능성을 전제로 투자하지만, 지금은 그 가능성이 너무 낮아져, 아예 투자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과적으로 시장에서는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고, 스타트업의 유입이 막혀 산업 전반의 진입 장벽만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진단했다.
실제 벤처캐피털 업계와 기술 중심 산업 전문가들은 최근의 기술특례 상장 제도에 대해 “성장은 막고, 퇴출은 못하는 이중 구조”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상장 진입 문턱은 과감히 낮추되, 실패한 기업은 정리할 수 있도록 퇴출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자본시장의 선순환 구조가 작동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 부사장은 정부의 공적 자금 운용 방식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태펀드를 포함한 정책 자금은 단순한 예산 편성에 그쳐서는 안 되며, 실제 시장에서 작동하는 집행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국거래소는 기술특례 상장 심사 기준에 더 다양한 요소와 유연성을 도입해야 한다”며 “이런 구조가 아니면 창업은 시도조차 할 수 없고, 결국 시장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박 부사장은 “지금은 상장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산업이 지속 가능해지려면 새로운 도전이 끊임없이 나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과감하게 투자와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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