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발 ‘퍼스트인클래스’ 신약 러시…세계 무대 흔드는 로컬 바이오?
혈액암부터 난소암, 통풍 치료제까지…중국 바이오, 세계 무대로 도약
“세계 최초 혈액암 신약 탄생”…중국, 혁신 항암제 4종 동시 승인
중국 신약들, 미국·유럽 빅파마와 글로벌 라이선스 딜 성사 잇따라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7-04 06:00   수정 2025.07.04 06:01

중국이 세계 최초 기전의 혈액암 신약을 포함해 4종의 혁신 치료제를 자국에서 승인하며,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은 최근, 로컬 바이오기업들이 개발한 신약 4종을 조건부 또는 정식으로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가장 주목받는 성과는 비베터 메드(BeBetter Med)가 개발한 ‘이푸피노스타트(ifupinostat, BEBT-908)’다. 이 약물은 세계 최초의 HDAC/PI3K 이중저해제로, 기존 두 효소를 개별 타깃으로 한 약물과 달리 하나의 분자로 두 기전을 동시에 억제한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다. 적응증은 최소 두 차례 치료에 실패한 확산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환자다.

이푸피노스타트는 글로벌 임상 2b상에서 전체 반응률(ORR) 33.8%를 보였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중의 프로토콜 변경을 제외한 재분석에서는 53.6%까지 상승했다. 특히 CAR-T 및 이중항체 치료 실패 환자군에선 67%의 반응률을 기록했다. 비베터 메드는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리툭시맙 병용 2차 치료제로 글로벌 3상 임상도 착수한 상태다.

CAR-T 치료제인 길리어드의 예스카타(Yescarta)가 보였던 70%대 ORR보단 낮지만, 가격과 접근성을 감안할 때 이푸피노스타트는 대안 치료로 주목받고 있다. 비베터 메드 측은 "소분자 약물 특성상 제조 및 유통 비용이 낮아, CAR-T나 T세포 관여 치료제 대비 접근성이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승인은 베타파마(Betta Pharma)의 CDK4/6 억제제 ‘티브렘시시클립(tibremciclib)’이다. 기존 엘리 릴리의 버제니오(Verzenio)와 유사한 구조를 가졌지만, CDK9에 대한 억제력이 낮아 부작용 부담을 줄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HR+/HER2-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3상 임상에서 풀베스트란트 병용 시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이 69% 감소했다.

세 번째 항암 신약은 심커(Simcere)가 개발한 항-VEGF 항체 ‘수벰시투그(suvemcitug)’다. 이 약물은 백금기반 항암제 내성 난소암 환자 중 1차 치료 이후에 사용 가능하며, 임상 결과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4% 줄였다. 전체 생존율(OS) 데이터는 아직 미성숙하지만, 사망 위험이 21% 낮은 경향을 보였다.

항암제 외에도, 장춘진센스(Changchun GeneScience)의 IL-1β 억제제 ‘피르세키바트(firsekibart, 이전 명칭 genakumab)’도 함께 승인됐다. 급성 통풍 발작 환자 중 비스테로이드 소염제(NSAID)나 콜히친에 반응하지 않거나 스테로이드 사용이 불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피르세키바트는 노바티스의 일라리스(Ilaris)와 같은 기전을 갖고 있지만, 후자가 중국에서 미승인 상태이기에 시장 선점 효과가 기대된다.

한편, 최근 중국 내에서 탄생한 세계 최초 기전의 신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아케소(Akeso)의 이보네시맙(ivonescimab)은 PD-1과 VEGF를 동시에 타깃하는 세계 최초 이중항체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NSCLC)에 대해 승인됐다. 이후 MSD 키트루다, BMS, 화이자 등도 중국산 항체 기술에 수천억 원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제약 전문가 및 시장 분석가들은 “중국 바이오 업계는 이제 더 이상 ‘복제약 국가’가 아닌, 글로벌 혁신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이번 4종 승인 사례는 그 대표적인 신호탄으로, 향후 글로벌 파트너링과 수출 확대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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