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과 생명공학산업 분야에서 오늘날 라이센싱 방식은 자체적으로 R&D를 진행하는 방식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국제적인 헬스케어 전문 시장조사·정보 서비스기관으로 알려진 윈드호버 인포메이션社(Windhover Information)의 로저 롱먼 회장이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州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 모건社 주최 제 22차 연례 헬스케어 회의에서 공개한 발표내용의 요지이다.
롱먼 회장은 "현재 제약업계에 몸담고 있는 누구도 그 같은 언급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오늘날 제약업계가 처해 있는 현주소를 감안할 때 눈길을 돌려볼 가치가 있는 지적"이라고 강조했다.
즉, 새로운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해 내놓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데다 이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 또한 상승일로를 치닫고 있어 금전적 관점에서 보면 의미를 찾기 어려운 케이스가 부쩍 늘어났다는 것.
게다가 이미 개발된 신약후보물질들의 가치를 (특히 초기단계에서) 올바로 간파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정작 신물질을 개발하는데 소요된 금액보다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기까지 치러야 했던 비용부담이 더 많은 사례가 잇따랐다는 것.
롱먼 회장은 "가령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의 경우 PDE5 저해제가 심혈관계 질환에 나타낸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아이코스社에 발매권을 넘겨줬지만, 훗날 아이코스측은 이 약물을 '시알리스'(타달라필)라는 이름의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해 대박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정작 글락소측은 바이엘社와 손을 잡고서야 '레비트라'(바데나필)를 확보하고, 황금마켓으로 팽창일로를 구가하고 있는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 합류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프록터&갬블社(P&G)의 경우 VEGF 트랩 저해제가 근육소모성 질환에 뚜렷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자 발매권을 레게네론社에 이양했던 사례도 눈에 띈다고 롱먼 회장은 지적했다.
레게네론이 지난해 아직 임상 1상 단계에 있던 VEGF 트랩 저해제 계열의 항암제를 아벤티스社에 8,000만 달러를 받고 발매권을 넘겨줬던 것을 염두에 둔 언급.
이 계약은 개발 초기단계에 있는 신약후보물질과 관련해 지난해 성사된 라이센싱 건들 가운데 액수 측면에서 최대 규모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롱먼 회장이 예시한 또 하나의 사례는 뉴로크린 바이오사이언스社가 도브 파마슈티컬스社에 불과 50만 달러를 주고 발매권을 확보했던 불면증 치료제 인디플론(indiplon)이었다. 도브측은 이 약물에 대한 권한을 와이어스社로부터 인수했었다.
그 후 뉴로크린측은 화이자社와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하고 인디플론을 넘겨주면서 최대 3억 달러를 보장받았다. 선지급급 100만 달러와 매출액의 25~30%를 로열티로 제공받게 된 것.
이 같은 전례를 근거로 롱먼 회장은 "이제 최선의 의약품 개발모델은 복잡한 화학공정을 거쳐 신물질을 개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개발되어 나온 신약후보물질들에 눈길을 돌리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소규모 제약기업들이나 생명공학업계에서는 이미 전략의 무게중심이 개발(discovery)이 아니라 올바른 가치판단(recognition)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메이저 제약업계의 경우 아직도 '무지의 구름'(cloud of ignorance)이 짙게 깔려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롱먼 회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다시 말해 라이센싱 비즈니스 모델의 가치를 간파하지 못한 채 블록버스터 신약후보물질을 합성하는데 주파수가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