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한약학회장이 10일 뒤면 결정된다.
제54대 대한약학회장 선거엔 김형식 교수(성균관대 약대)와 이병훈 교수(서울대 약대)가 출마했다.
대한약학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23일 오전9시부터 30일 정오까지 882명(총선거인수)의 회원을 대상으로 전자투표를 실시하고 같은날 오후 2시 회의를 개최해 투표 결과를 공지할 예정이다.
약업신문이 김형식 교수와 이병훈 교수(기호 순), 두 후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현재 약학회 운영의 아쉬운 부분과 개선 방향.
김형식 교수 : 그동안 약학회는 다양성과 규모를 확대하면서 조직도 확장됐고, 의사결정을 위한 단계도 복잡해져 기존의 틀을 벗어나 빠른 변화를 추진하는 속도가 다소 느려진 면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회원들과의 자유로운 소통에서의 혁신이 필요하다. 학회 발전을 위해 세운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 미디어 등 첨단화된 소통 채널을 도입해 활성화 시켜야 하고, 학회의 주요 활동과 운영 현황을 회원들이 손쉽게 접하고 참여하면서 투명한 운영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우리 학회는 15개가 넘는 다양한 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위원회 간의 활동 및 업무 범주에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일부 위원회는 형식적인 운영에 그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각 위원회별 운영과 성과를 돌이켜 점검해 보고 구성을 재정비하겠다.
그리고 편집위원회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한편, 학술지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학술지발전위원회를 설치해 심사와 운영에 대한 피드백 시스템을 적용함으로써 학술지의 질적 성장과 회원들의 요구 충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한층 더 국제적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학술지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병훈 교수 : 회원으로 학회에 참가하거나 임원이나 학회의 장으로서 학회를 운영하는 등의 경험에 비춰 보면 학회에서 가장 중요한 세 요소는 사무국, 예산, 학술지다. 대한약학회는 오랜 역사를 거쳐오면서 회원과 운영진 그리고 회장단이 협심을 통해 이 세 요소를 고르게 잘 갖춘 학회로 성장했다.
다만, 우리의 대표 학술지인 Archives of Pharmacal Research(APR)에 대해서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다. 회원들이 APR에 대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학술지가 다루는 학문의 영역이 본래와는 다르게 특정 분야에 많이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성장을 위해 전략적으로 운영 돼 온 점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본래의 취지에 맞게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논문들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겠다.
아울러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위한 학술지가 아닌, 약학회 회원 전체를 위한 학술지가 될 수 있도록 제도와 운영을 정비하겠다.
Q. 가장 강조하고 싶은 공약은?
김형식 교수 : 회원들과 대한약학회의 100주년을 향한 80주년의 모멘텀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2026년 창립 80주년을 맞이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학회장으로서, 대한약학회를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학회로 도약시키고자 한다.
출마 공약인 '약학의 균형발전과 지속 가능한 혁신'을 통해 명실상부한 세계 속의 대한약학회로 나아가는 도전이 그 중심에 있다. '세대와 지역, 전공 간의 균형 발전', '약학의 첨단화', '정부 R&D 지원 전환기의 중장기 로드맵 수립', '학회 내실화와 약학 가치의 확산'은 국제적 학술단체로의 저변을 확대하고 사회적 호응과 지원을 이끌어 낼 것이다.
또 현재 우리 학회에서는 매년 15개 이상의 대한약학회상을 선정해 수상하고 있지만 심사제도에서는 일부 상위권 대학에서 수상자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제도를 개선해 지역, 학연, 학문 간 균형 있는 선발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
이병훈 교수 : 약학회가 연구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회원들이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겠다는 공약을 가장 강조하고 싶다.
먼저 국가 연구비의 경우, 정부 부처를 설득해 BK21, MRC, BRL 등의 집단연구비 지원사업이 대학의 수에 비례해 선정되게 함으로써 약학 분야의 지원 비율을 높이겠다. 또 연구비 지원 부처와의 공동 기획을 통해 약학 관련 국책과제를 대폭 늘리겠다.
또 보건의료 체계 중 의약품 정책, 규제과학 등에서 전문 약사 인력 양성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식약처 등의 정부 부처와 협의하여 전문 약사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겠다. 이를 통해 전문인력 양성사업 등을 위한 예산을 배정받도록 하겠다.
그리고 당장 연구비 지원이 시급한 연구실이 국가 연구비 증액만을 기다리기엔 어렵다. 이에 국가 지원 연구비 이외에, 산학협력을 통한 연구비 확보 방안도 함께 제시한다. 산학협력 연구의 기회를 창출, 확대함으로써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연구와 연구비 확보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겠다.
Q. 상대 후보 공약의 아쉬운 점과 이를 보완할 방법이 있다면?
김형식 교수 : 상대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최우선으로 내세운 'APR을 다시 회원의 품으로'라는 공약은 그동안 APR의 위상 제고를 위한 역대 회장님들과 편집위원회 구성원들의 노력을 폄훼함으로써 학술지 개선이라는 목표에 앞서 학회 구성원 간의 불필요한 논란이 빚어지고 있어 매우 아쉽다.
이병훈 교수 : 특별히 아쉬운 점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함께 제시됐면 더 좋았을 것 같다.
Q. 상대 후보보다 확실한 강점은 무엇인지.
김형식 교수 : 지난 20년간 학회의 주요 위원회인 학술, 편집, 사업, 총무 등을 두루 섭렵하며 다양한 역할을 경험했다. 현 집행부의 사무총장으로서 학회 전반의 운영을 주도한 경험 등 역대 회장들과 협력하면서 실무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인 비전뿐만 아니라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해결 능력을 쌓아온 것이 저의 차별화된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또 대학교수가 되기 이전, 국립독성연구소(식약처 전신)에서 공직 생활을 하며 조직 관리와 제도 개발 및 추진에 대한 역량을 키웠고, 연구재단 RB(Review Board)로 활동하며 약학 분야 연구비 확충과 외연 확장에 기여했으며, 현재는 책임연구위원(CRB)으로서 약학 R&D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특히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3차 및 4차 BK21 인력양성사업단 단장을 역임하며, 단계평가 및 최종평가에서 전국 최우수 사업단으로 선정되는데 기여한 바 있다. 이 경험은 정부 R&D 분야에서 대한약학회의 역할을 확장하고, 지역과 학문의 균형발전을 위한 연구비를 더 많이 확보하는 데 중요한 강점이 될 것이다. 더불어, 저는 협력과 소통에 남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강점은 학회를 이끌어가는 데 있어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이병훈 교수 : 대한약학회는 4천여 명의 정회원을 포함해 1만 명에 육박하는 회원과 15억 원이 넘는 예산을 갖고 있는 초대형 학술단체다. 내부적으로는 연구자들의 연구 역량을 결집해 신약개발을 통한 제약산업 발전을 주도해야 하고 외부적으로는 대한약사회, 대한약국학회 등의 직능, 학술단체들과 협력해 미래 약사직능을 개발하고 비전을 만들어가야 한다. 아울러 한국약학교육협의회, 한국약학교육평가원 등의 약학교육 관련 단체들과도 협력해 약학 교육과 연구의 조화로운 발전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대한약학회에서의 다양한 실무경력뿐 아니라, 한국독성학회(‘18-’19)와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22-’23)의 회장으로 학회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 이들 학회는 회원들의 연구가 사회의 안전성 확보나 국가의 정책 수립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는 점에서 약학회와 유사한 면이 많다. 학회의 사회적 책임과 그 역할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체득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이러한 경험은 대한약학회를 운영하는 데에 있어 다른 무엇보다도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Q. 한국 약학, 그리고 대한약학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김형식 교수 : 한국 약학과 대한약학회는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회적 기여를 확대해야 한다. 특히 통합 6년제와 전문약사 제도가 시작된 지금, 미래를 대비하며 약학의 전반적인 구조를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연구의 질적 향상을 최우선으로 삼고, 혁신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한국 약학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산업계와의 실질적인 연계 부족이다. 대한약학회는 창의적 제품 개발과 상업적 성과를 도출하는 산학 협력의 장으로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또 통합 6년제 하에서 약사들의 제약산업 진출을 촉진하고, 학부 과정에서부터 산업계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와 도전 기회를 제공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헬스케어의 발전에 맞춰, 대한약학회는 데이터 사이언스, 인공지능(AI), 유전자 치료 등 첨단 분야의 교육 과정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미래 약학자 양성을 위한 R&E(Research & Education) 플랫폼을 2026년을 기점으로 출범시켜 신생 학문의 도입을 주도해야 한다. 또 대한약학회는 법적 문제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고,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약학적 관점이 반영된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병훈 교수 : 앞선 시대의 선구자들, 선배님들이 큰 흐름을 만들어 왔다. 우리의 역할은 현시대가 요구하는 바에 맞춰 이를 유연하게 조정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약학과 제약산업의 관점에서 현재 우리가 가장 유념해야 할 키워드는 ‘융합’과 ‘개별화’다. 약학의 기술은 통합되고 분야는 융합하고 있으며, 우리의 환경은 이런 융복합 기술을 이용해 정교하게 개별화된 맞춤 신약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패러다임과는 다른 접근방식과 방향성을 요구하고 있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산업과 연구자의 관심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결국 체감할 수 있는 위대한 도약을 이루어 낼 것이다.
약사의 직능 관련 중요한 키워드는 ‘역할의 확장’이다. 이미 세분된 전문직의 역할이 확장되려면 무엇보다 약사가 맡아야 할 전문 분야를 재설정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함으로써 미래 약사의 직능과 역할을 구체화해야 한다. 이는 약사의 미래 비전 설정에 매우 중요하다. 급변하는 사회적 요구에 약사들이 선제적으로 지혜롭게 대응할 수 있도록 약학회와 약사회가 공동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Q. 당선 된다면 취임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김형식 교수 : 2026년 대한약학회 80주년을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다. 80주년을 모멘텀으로 삼아 100주년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공약 실행과 학회 운영의 첫 단추인 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세대, 지역, 전공 간의 균형발전을 실현하고자 한다. 또 회원들과의 소통 채널을 강화해 비전을 공유하고, 회원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회원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8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 학술지 특별호 발행, 해외 석학 초청, 미래 학문 세대 발굴, 특별 시상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며, 이를 통해 공약과 회원들의 바람이 하나로 모아질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80주년 추진 TF팀을 신속히 구축해 운영할 계획으로, 80주년을 학회의 역사적 도약점으로 삼아 학회의 위상을 한층 더 발전시키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
이병훈 교수 : 기술과 수요를 매칭시켜 산학 연구를 진흥하고, 이를 통해 연구자들의 연구비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인 ‘맞춤형 기술매칭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맞춤형 기술매칭 시스템'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제안해 공개하면, 연구자가 해결할 수 있는 기술에 지원하고, 학회가 기업의 수요와 연구자의 전문성을 고려해 양자를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매칭을 통해 기업과 연구자가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함께 국가연구과제에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술매칭 시스템은 인적, 기술적 연구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산학연구를 적극적으로 증진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이러한 제도를 통해 산업계의 학회 참여를 독려할 수 있다. 이는 학회의 외연 확장이나 재정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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