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컴퍼니社가 최고경영진을 매년 새로 선출하는 방안을 15일 제안했다.
다시 말해 모든 임원진의 임기를 1년으로 단축하겠다는 파격적인 의미.
이 방안은 매년 임원진을 새로 뽑을 경우 책임경영을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일부 주주들에 의해 제기된 것이다.
현재 머크는 다른 대부분의 메이저 제약기업들이 그러하듯, 전체 임원진의 3분의 1을 매년 새롭게 선출하는 임기별 임원회(staggered board)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3년의 임기를 보장받아 왔던 셈.
임기별 임원회 제도는 선출시기를 달리하는 임원으로 구성된 경영진을 말하는 개념으로 회사경영의 독점을 방지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머크측은 "새 방안이 이미 최고경영진의 심의를 통과했으며, 오는 4월 열릴 주주총회에 상정되어 가부가 표결에 부쳐질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방안이 주총에서 가결될 경우 머크의 경영 시스템에는 획기적인 변화가 뒤따를 수 있을 전망이어서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전원이 재선에 실패할 경우 모든 경영진이 일시에 교체되는 시나리오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
이 같은 충격요법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세계 3위의 제약기업인 머크가 지난 2001년 말 이래로 간판급 제품들의 특허가 속속 만료되고, 후속신약 개발에 잇따라 실패했던 데다 올해 경영실적마저 제자리 수준을 맴돌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영 전반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임원진의 지도력에도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레이먼드 길마틴 회장의 경우 회사가 다시 성장가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쉐링푸라우社 등의 빅 메이커를 인수해야 할 것이라는 월街의 지적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아 압력에 직면해 있다는 후문이다.
또 줄줄이 불거지고 있는 미국 유수 기업들의 회계부정과 스캔들로 회사경영 관련기준이 크게 강화되고 있는 추세에 부응하려는 의도도 포함되었을 것으로 사료되고 있다.
실제로 머크 내부적으로는 지난해에도 현행 임기별 임원회의 폐지案이 제기됐으나, 최고경영진이 완강한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임기별 임원회가 회사경영의 일관성·안전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할 뿐 아니라 단기목표 보다는 장기적인 경영목적을 달성하는데 효과적이고, M&A에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케 해 준다는 것이 당시 최고경영진이 내세웠던 반대이유.
그러나 이번에는 현재 머크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 가운데 의결권株 오너들의 3분의 2, 비의결권株 오너들의 41%가 새로운 안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총 결과에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다.
머크의 크리스 로더 대변인은 "현재로선 임원진을 매년 새로 뽑는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이 주주들의 여망에 부응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머크가 임기별 임원회 시스템을 버릴 경우 지난해 이 제도를 폐지했던 화이자社와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社(BMS)의 뒤를 따르게 되는 셈이다.
임기별 임원회 시스템은 적대적 M&A 시도에 대한 방어막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1980년대에 대다수의 미국기업들이 앞다퉈 채택했던 제도. 머크의 경우 지난 1985년도에 이 제도를 수용했었다.
현재 머크의 최고경영진은 13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12명이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