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루이지 디 벨라 교수가 개발하여 한동안 비상한 관심을 끌어모았던 항암 칵테일 요법제...
'MDB'가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한낱 해프닝으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소마토스타틴(somatostatin) 치료법에 기초를 두고 있는 이 칵테일 요법의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진행되었던 9건의 임상시험중 4건에서 당초 적응증으로 지목된 4가지 유형의 암에 대해 별다른 효과가 없었으며,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까지 유발한다는 결론이 도출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소식은 비용에 관계없이(free of charge) 'MDB'를 복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제정하는 문제를 놓고 의회에서 표결이 이루어진 직후 알려졌다. 당시 표결은 'MDB'와 함께 복합비타민, 브로모크립틴, 멜라토닌 등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이들 4건의 임상시험은 총 134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는데, 이중 50%는 질병이 더욱 진전됐으며 25%는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13%는 부작용 발생으로 도중에 실험대상에서 제외되었고, 9%는 변화가 나타나지 았았다고 한다. 특히 환자의 49%에서 부작용이 나타났는데, 이중 30%는 심각한 수준의 것이었다는 후문이다.
'MDB'의 효능평가를 위한 임상시험은 유방암, 진행성 직장암, 두부 및 후두암(head and neck cancer), 진행성 고형암(advanced solid tumours) 등을 적응증으로 설정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이번 시험에 공동연구자로 참여한 伊 보건성 산하 국립보건연구원(ISS) 쥬세페 베냐지아노 원장은 "조사결과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며 "칵테일 요법이 癌의 진전 정도에 상관없이 주목할만한 아무런 항암활동을 나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심각한 수준의 부작용이 나타나 임상시험을 계속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조차 의문을 품게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디 벨라 교수와 그의 지지자들은 임상시험이 부적절한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그들이 과거 이용했던 논리를 인용,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디 벨라 교수측 변호인 엔리코 아이미는 "'MDB'가 부작용을 나타냈다면 그것은 임상시험 과정에서 약물을 올바르게 칵테일링(mixture)하지 않았거나 시험대상약물의 관리를 잘못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디 벨라 교수의 대변인 아이바노 캄포네시는 "디 벨라 교수의 측근들만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자체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것이며, 보건당국이 임상시험을 부적절하게 수행한 것에 대해서는 법적인 대응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ISS내에 조직된 'MDB' 조정위원회는 기자회견 석상에 서 디 벨라 교수가 진행시켜온 시험은 과학적인 근거가 미약하다며 이같은 주장을 모두 부인했다. 모든 임상시험 프로토콜과 치료방법은 시험에 앞서 디 벨라 교수를 동석시킨 가운데 있은 회의에서 동의받은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회의 석상에서 시험내용과 관련된 세부내용에 대해서까지 디 벨라 교
수로부터 일일이 결재를 받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디 벨라 교수가 좋지 않은 결과가 도출되자 임상시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그가 결재할 때 충분히 내용을 검토할만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베냐지아노 원장은 "디 벨라 교수는 교수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우며 시험에 사용된 약물을 잘못 관리했다는 주장은 거짓에 불과하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위원회측은 "극적이기까지 할 정도로(dramatically) 부정적인 결과가 도출된 문제가 이처럼 피상적인 수준에서 무관심하게 다루어지는 것은 환자들을 위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지극히 염려스럽고 위험한 일"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베냐지아노 원장은 개발자측으로부터 'MDB'가 효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소마스타틴 대신에 옥트레오타이드(octreotide:소마스타틴의 유사물질)를 사용했어야 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는 것과 관련, 임상시험에 앞서 디 벨라 교수측과 이 두가지 약물을 모두 사용키로 의견을 모았었다고 답변했다. 소마스타틴 또는 옥트레오타이드 중 어떤 약물을 사용한 경우라도 암의 진전에 있어 차이점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이처럼 부정적인 시험결과는 이미 어느정도 예견되었던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MDB'의 효능에 대해 이번 임상시험과는 별개로 진행되었던 한 연구의 중간평가 결과에 따르면 칵테일요법이 336명의 환자에게서 아무런 증상변화를 일으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 것. 이에 앞서 ISS측도 디 벨라 교수의 'MDB' 관련 임상차트는 암 환자의 생존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발표했었다.
'MDB'가 처음 세상에 알려졌을 당시부터 공개적으로 이를 비판해온 임상약물학자 실비오 가라티니 교수는 "이번 임상시험 결과가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번 임상시험에서 'MDB'가 효능을 나타냈다면 그것이야말로 놀라운 일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한가닥 치료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했었고, 이제 크게 실망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MDB'에 대한 보험급여(co-payment) 여부까지 논의되어온 것도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또 하나의 난처한(bizarre) 문제점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성측은 5건의 또 다른 임상시험들은 계속 진행중에 있으며, 앞서의 4건과 똑같은 방식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임상시험들이 중단될 경우 그동안 환자들로부터 보험급여 요구가 증가해 왔음을 감안할 때 별도의 기금을 조성하는 문제 등 쉽사리 결론을 찾기 어려운 문제점들이 잇따라 노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