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브라피쉬 신약개발 판도 바꾸나?..동물실험 규제 맞춰 점차 보편화 예상
"투명한 몸, 쉬운 배아 이식, 인간 닮은 등뼈"...유럽에선 꾸준히 사용 증가
이상훈 기자 jianhs@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04-13 06:00   수정 2023.04.13 18:32
제브라피쉬 암컷 성체. 사진=위키백과

국내 제약업계에서 제브라피쉬(Zebra fish)가 신약 개발을 위한 동물실험 대체제로 급부상하며 주목받고 있다이미 유럽에선 과학연구에 널리 사용 중이다.

제브라피쉬는 잉어과에 속하는 인도산 열대어다푸른색 몸에 흰색 줄무늬가 마치 얼룩무늬 같다 해서 제브라피쉬로 불린다성체 크기가 2인치 정도로 매우 작으며 특유의 형광 물질을 갖고 있다관상어로도 많이 키운다.

JW중외제약은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제브라피쉬 모델 전문 비임상시험기관인 제핏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JW중외제약은 자체 신약후보물질의 적응증 확장과 신규 혁신신약 과제에 제브라피쉬 모델을 활용한다제핏은 유전자 편집기술을 활용한 질환 맞춤형 제브라피쉬 모델과 약물 스크리닝 플랫폼을 제공한다.

제브라피쉬는 열대어류로 인간과 유전적 구조가 80% 이상 유사해 포유류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비임상 중개연구 모델이다.

JW중외제약은 제브라피쉬를 비임상(동물실험)에 활용 시 실험비용을 포유류 대비 1/10 수준으로 낮출 수 있으며 성체가 매우 작아 적은 약물로 실험결과를 신속하게 도출할 수 있어 비용 절감 및 연구기간 단축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또 포유류 실험과 결과 일치율이 최대 91%이며임상 성공률(2상 기준) 21.1% 높일 수 있다는 연구논문도 있다

2020년 기준 제브라피쉬는 유럽에서 과학 연구에 사용한 동물 중 네 번째로 흔한 동물이다모두 277328 마리가 사용돼 3.5%를 차지했다생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유전적으로 변형된 동물로전체 제브라피쉬의 23%가 연구 목적으로 변형됐다

유럽에선 설치류 등 다른 동물을 대체하기 위해 수년에 걸쳐 꾸준히 사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우울증 관련 유전적 돌연변이 연구 중 일부에도 제브라피쉬 배아를 쥐 대신 사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동물시험에 제브라피쉬를 사용하는 이유는 몸체가 투명해 물질의 독성에 신체가 어떻게 구조화되고 영향을 받는지 확인하는 데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또 인간과 유전자 구조가 비슷해 인간 유전 조건 연구에 적합하게 유전자 변형도 할 수 있다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희귀질환을 포함한 특정 질병이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수조에 다른 물질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유전자를 쉽게 수정할 수 있으며세포를 제브라피쉬 배아에 직접 이식하는 것도 비교적 간단하다기관을 재생하는 능력이 있어 부상과 치유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연구를 통해 재생의약품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또 인간과 같은 등뼈를 갖고 있어 신경계 발달을 연구하는 데에도 매우 유용하다

제브라피쉬를 이용한 연구는 이미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PHF21A 유전자가 희귀질환인 포토키-샤퍼(Potocki-Shaffer)증후군에서 머리와 뇌 이상에 관여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도 제브라피쉬를 활용한 연구를 통해서다

이외에도 뇌 질환행동연구암 연구대사질환재생의학, 나노의학 등 다양한 연구에 활용 중이며많은 정보를 얻고 있다

제브라피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을 받기 위해선  반드시 동물실험을 거쳐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올해부터 없어졌기 때문이다. 즉 이제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확인을 위해 더 이상 동물실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

1938년 제정한 동물실험 의무화 규정은 잠재적 약물의 안전성과 효능을 동물실험으로 검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하지만 지난해 9월 미국 상원에서 식품의약품화장품법 개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연말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해 84년 된 이 규정은 삭제됐다

충남대학교 생명과학부 김철희 교수는 아무래도 포유류가 아닌 어류이고인간과 유전자가 비슷해도 없는 것도 있어 한계가 없다고 할 순 없다면서도 검사해야 할 약물이 많은데 빠르게 결과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저렴한 비용 등 장점이 더 많아 국내에서도 점차 보편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항암제 개발 시 물질 하나를 검사하기 위해 동물실험을 맡기면 3억원 가까이 드는데 제브라피쉬는 상당부분 실험을 아주 간단하게 할 수 있다부족한 부분은 동물실험과 병행해서 진행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제브라피쉬는 수정 후 5일째까지는 동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동물실험 규제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노바티스 등 세계적인 빅파마들은 이미 2000년초부터 제브라피쉬 시스템을 도입해 신약 개발에 활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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