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ㆍ조류 사료 먹여 치킨으로..소비자에 먹힐까?
환경 관심도 높을수록 대체 단백질 공급원에 친화적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2-03-29 16:10   수정 2022.03.29 16:11


곤충이나 조류(藻類)를 사료로 먹여 키운 닭으로 치킨을 만든다면 일부 소비자들의 경우 고개를 가로저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친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소비자들에게는 건강이나 환경에 미치는 유익성에 대해 충분한 정보가 제공될 경우 곤충과 조류가 가금류 사료용 대체 단백질 공급원으로 오히려 환영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요지의 조사결과가 공개됐다.

캐나다 앨버타대학이 홈페이지에서 22일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 대학 농업‧생명‧환경과학부의 스벤 앤더스 교수(농업경제학) 연구팀은 학술지 ‘식품정책’誌(Food Policy)에 게재한 “정보가 소비자들의 대체 동물성 사료 선호도에 미친 영향”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앤더스 교수는 “작물재배와 가축사육을 결합한 유축농업에서 사료에 관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소비자 선호도를 위해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앤더스 교수에 따르면 가금류용 대체사료는 가금육의 색상이 아주 진한 붉은색이나 짙은 황색을 띄게 해 준다는 측면에서 일반사료와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아직은 낯선 이 같은 가금류용 대체사료는 현재 시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단계이다.

하지만 앤더스 교수는 “결국 대체사료가 가금류 사육에 활발하게 사용될 것”이라면서 “식품업계와 정책 입안자들의 대비태세가 필요해 보인다”고 피력했다.

소비자들에게 사육과정에서 대체사료가 사용된 가금육이라는 점을 상표에 명시하고, 대체사료의 장점에 대한 소비자 교육을 진행해 일부의 거부감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사전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와 관련, 현재 세계 각국에서 가축을 사육하는 데는 주료 콩 사료가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콩 사료를 공급하기 위한 대규모 경작용 토지와 다량의 물 공급이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곤충과 조류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볼 때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는 대체사료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앤더스 교수는 피력했다.

토지와 물 사용의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집약적인 생산이 가능한 데다 대량의 음식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품질높은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 등이 눈에 띄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앤더스 교수팀은 총 1,197명의 독일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치킨 가슴살을 사진으로 보여준 뒤 선호도 조사를 진행했다.

사진으로 보여준 치킨 가운에 일부는 콩 사료를 먹여 사육한 닭으로 만든 것이었고, 나머지 일부는 먹파리 유충 또는 남조류의 일종인 스피루리나를 먹여 키운 닭으로 만든 것이었다.

대체 단백질 공급원인 먹파리 유충과 스피루리나를 먹여 키운 닭으로 만든 치킨의 경우 붉은색과 황색이 한층 뚜렷하게 나타났다.

앤더스 교수팀은 조사대상자들 가운데 절반에는 대체사료의 영양정보와 친환경 유익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 반면 나머지 절반에는 그 같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두 그룹을 대상으로 연구팀은 가격과 사육과정에서 사용된 사료, 지속가능성 및 건강 유익성에 대한 정보가 상표에 표기된 두가지 치킨을 놓고 조사대상자들이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조사대상자들의 선호도가 다양하게 나타났지만, 평소 지속가능성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었던 이들의 경우 사료에 관한 정보를 접한 후에도 곤충과 조류를 먹여 키운 닭으로 만든 치킨을 선택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앤더스 교수는 “이들이 가금육의 색상이 낯설게 나타난 이유를 이해한 후에도 곤충을 먹여 사육한 닭으로 만든 치킨이라는 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친환경성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소비자들은 대체사료를 먹여 키운 닭으로 만든 치킨의 오메가-3 지방산 함량이 더 높게 나타난 점에서도 건강 유익성을 염두에 두고 구입을 망설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만 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소비자들은 곤충이나 스피루리나를 먹여 키운 닭으로 만든 치킨이라는 정보를 접한 후 구입할 의향을 표시하지 않았다고 앤더스 교수는 언급했다.

이에 따라 서구 문화권에서 곤충이나 조류로 만든 식품에 대한 거부감이 없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구체적인 정보의 제공이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앤더스 교수는 인식전환을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 전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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