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머크 "독일에선 R&D 못해먹겠다"
연구소 건립 백지화·기존 시설은 해외이전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3-08-26 18:27   수정 2003.08.26 23:28
"이렇게 가다간 연구개발 못해먹겠다."

미국 굴지의 제약기업들이 그 동안 강구해 왔던 독일 내에서의 R&D 강화플랜을 축소할 방침임을 25일 앞다퉈 천명하고 나섰다. 현재 독일에서 추진 중에 있는 의료개혁으로 인해 향후 수익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 불보듯 자명한 이치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와 관련, 독일의 의료개혁案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침체된 독일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머크 독일지사의 발터 쾨벨레 사장은 이날 '디 벨트'紙(Die Welt)와의 인터뷰에서 "독일 내에 R&D 센터를 건립하려던 계획을 백지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며, 그 이유는 이 나라에서 추진 중인 의료개혁 때문"이라고 못박았다.

쾨벨레 사장은 또 "신약에 대한 약가할인을 강제하려는 조치도 제약기업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미칠 악수(惡手)"라고 덧붙였다.

화이자社의 경우 "기존의 연구시설을 영국으로 이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 회사는 독일 내에서 6,000여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으며, 독일 남서부 프라이부르크에 소재한 R&D센터의 경우 150여명이 재직 중이다.

함부르크에 소재한 R&D 시설에 100여명의 인력을 보강할 계획이었던 일라이 릴리社도 "의료개혁 추진으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만큼 최종결정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미국 제약기업들은 의료개혁案에 리베이트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들에 대해 독일시장 매출액의 16%를 보험자단체에 납부토록 하는 조항이 포함된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6%에 비하면 지나치게 증액된 수준의 것이라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불만.

결국 독일의 의료재정 절감에 목적을 둔 이 조항은 제약기업들로 하여금 R&D에 투자할 의욕을 꺾고, 인센티브가 감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머크 독일지사의 슈테판 옥스만 사장은 "뮌헨에 유럽의 허브 R&D센터를 세우고 여기에 수 백명을 고용할 계획이었지만, 현재는 모든 결정이 동결된 상태"라고 말했다. 머크의 독일지사(머크 KGaA社와는 별개의 회사임.)는 지난해 6억 유로(6억5,3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었다.

화이자社의 대변인은 "영국이 획기적인 신약개발에 대한 보상체제가 잘 갖추어져 있는 데다 훌륭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음을 감안, 우리는 R&D 시설을 영국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R&D 시설의 영국이전이 실행에 옮겨진다면 독일 내 재직인력 150여명 중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을 전망이다.

이 대변인은 "의료개혁의 결과로 우리는 내년에 1억4,000만 유로 정도의 매출감소가 불가피할 것임은 물론 한자리수 매출성장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며 그 같은 결정이 이루어진 배경에 무엇보다 독일의 의료개혁이 자리하고 있음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오늘날 독일은 미국과 일본에 뒤이은 화이자의 세 번째 주요시장이다. 지난해 매출실적만 19억 유로(파마시아 독일지사 매출 합산치 기준)에 달했을 정도다.

머크의 옥스만 사장은 "정부도 야당도 이 문제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다른 기업들도 우리의 뒤를 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일 연방제약협회(BPI)는 "추진 중인 의료개혁 조치가 독일의 R&D 전초기지 역할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깊은 우려감을 표시했다.
약업신문 공식 SNS 채널 구독
블로그 유튜브 텔레그램 링크드인 페이스북 카카오톡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