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동네약국 개설과 관련한 완전 규제철폐 제안에 17일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개설지역을 불문하고 모든 약국들에 적용되어 온 규제를 완전히 철폐하자는 공정거래위원회(OFT)의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표한 것.
개국街에서는 그러나 당국에 의해 제시된 예외조항들로 인한 편법(back door)의 적용으로 약국시장이 사실상 규제가 상당부분 무의미해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영국 정부는 1만5,000평방미터 이상의 대형 쇼핑센터 내에 입주해 처방약 조제와 일반약 판매를 병행코자 하거나, 주당 100시간 이상 개문을 희망하는 약국에 대해서는 약국개설 관련규제 조항을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영국에서는 10,000여곳에 달하는 동네약국들이 각종 처방약과 OTC 제품들을 판매하면서 한해 86억파운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영국에서는 약국개설을 희망할 경우 반드시 해당지역 보건당국을 뜻하는 '프라이머리 케어 트러스트'(Primary Care Trusts)의 허가를 취득해야만 개설이 가능토록 엄격히 제한해 왔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가 제안했던 약국개설 규제완화案은 슈퍼마켓 내부에 개설될 점내(店內) 약국들과 치열한 경쟁에 내몰고, 결국 동네약국들의 연이은 폐점사태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고조되어 왔었다.
패트리샤 휴이트 통상산업장관은 "약국시장을 완전개방해 무한경쟁을 허용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본다"며 "규제완화가 최선의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약국개설에 제한을 두는 것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환자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는 공정거래위의 입장은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에 불과하다는 것.
또 지금처럼 약사 부족현상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데다 약국이 국가의료보장제도(NHS)에서 보다 많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정부가 원하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감안할 때 지금은 결코 약국개설 관련규제를 완화할 때가 아니라 생각된다고 휴이트 장관은 강조했다.
특히 휴이트 장관은 "약사는 단순한 상인(shopkeepers)이 아니라 훈련된 임상전문가(clinicians)이므로 약사직역을 위기에 빠뜨리는 일을 행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존 비커스 공정거래위원장은 "정부의 오늘 입장표명으로 환자들은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를 그대로 두기 보다는 완전 자율화가 바람직하다는 것.
비커스 위원장은 "약국개설을 규제하는 법은 공정한 경쟁풍토 조성을 저해해 왔고, 환자들의 이익향상을 억제했을 뿐 아니라 새롭고 보다 나은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에도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고 강조했다.
반면 '헬프 디 에이지드'(Help the Aged)라는 이름의 고령자 자선활동단체의 조나산 엘리스 대변인은 "규제가 철폐될 경우 수 천에 달하는 동네약국들의 존립의 위기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엘리스 대변인은 또 "동네약국들이 지역적으로 고립된 곳과 도시에서 떨어진 지방, 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건강을 사실상 책임져 왔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네약국 개설약사들의 모임인 약사협의회(PSNC)의 쑤우 샤프 회장도 "정부가 공정거래위의 권고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을 전폭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몇가지 예외조항을 두자는 견해를 추가함에 따라 당초 의도와 달리 음성적인 규제완화를 조장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입장을 내보였다.
'올-파티 파마시 그룹'(All-Party Pharmacy Group)이라는 약사단체의 하워드 스토이트 회장은 "공정거래위案에 대한 정부의 반대입장 표명이 동네약국들의 미래를 담보해 줄 보증수표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에 대해 슈퍼마켓 체인업체 아스다(Asda)는 "공정거래위案이 수용될 경우 향후 5년 동안 점내약국의 숫자를 대폭 확대할 계획을 강구해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