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학술대회' 시작했는데, 제약 등 '지원기준 아직'
정부·제약·의료계 논의중…6월중 회의열고 추계학술대회 적용 목표
이승덕 기자 duck4775@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0-05-21 06:00   수정 2020.05.21 07:05
코로나19 사태로 그동안 묻혀있던 보건의료계 학술대회에 대한 수요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방역당국이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동안 국내외 학술대회도 잇따라 취소하거나 연기됐는데, 5월 5일부터 '생활속 거리두기'로 수준이 완화되며 국내 학회 학술대회 개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당뇨병학회는 이달 8일부터 9일까지 제33차 춘계학술대회를 국내 최초 온라인 학술대회로 진행하기도 했다.

학술대회는 의약학적 최신 지견을 공유하는 자리로, 의료인 교육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행사이다. 제약업체나 의료기기 업체들은 이를 활용해 개발중이거나 판매 중인 자사 제품의 최신 임상결과 등을 의료인이 발표토록 하는 등 정보를 전달하면서 행사의 주요 스폰서로 재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

학술대회 비용항목은 인건비, 대관료, 식음료비, 기타비용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제약·의료기기업체의 기부금, 부스비, 광고비 등으로 충당해 왔다.

여기에 코로나19 상황에서 오프라인 학술대회가 제한되면서 대안으로 온라인 학술대회로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는 더욱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외 학술행사가 온라인으로 전환됐을 때, 지원기준이 오프라인 행사와 같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21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취재 결과, 현재 국내외 학술대회에 대한 온라인 지원방안에 대한 기준이 명확화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학술대회 지원에 대한 근거는 공정거래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의료재화 공급자단체의 '공정경쟁규약'에 담겨져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복지부와 의료단체, 제약-의료기기단체 등이 협의해 마련한 '학술대회 지원기준 개선방안'에서는 기부금과 부스·광고비를 중복하지 않도록 기부금 외 부수 및 광고비 추가 제공 금지 항목이 있다.

그런데, 온라인 학술대회와 관련해서는 공정경쟁규약에도 명시돼 있지 않아 모호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의료계 학회에서는 다소 혼란스러운 분위기였다.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온라인학회는 규정이 없어 부스비를 못 받는 상황으로, 현재 다수 학회들이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을학회까지 못하면 대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재정운영을 고려할 때)가을 학회 때는 더블부스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비만학회가 가을 국제대회를 준비중인데, 외국 연자가 불참이 발생하면 국제학회가 인정되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9월 첫주 국제학회 예정이지만,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제약·의료기기업체 등 산업계, 학회 등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기준마련을 위해 논의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내외 학술대회가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향후 포스트-코로나(Post-corona) 시대에는 이런 방식이 더 활성화될 수 있다고 전망된다"며 "이러한 인식 아래 e-부스 등과 같은 온라인 지원방안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료재화 공급자단체(제약·의료기기업체 등)와 의료단체 모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은 필요성 정도를 공유한 상태이고 구체적인 내용은 6월 중 회의를 열어 정하려고 한다"며 "가능한 한 신속히 방안을 마련해 추계학술대회에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가 언급한대로, 의료재화 공급자단체들도 학술대회 필요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명확한 기준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학술대회는 의료인에게 최신지견을 공유하고 교육하는데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온/오프라인 어떤 형태로든 활발히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며 "최근 일부 학회가 온라인 학술대회 시동을 걸면서 온라인 학술대회 지원에 대한 회원사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원 가능여부, 지원했을 때 지원방법과 수준 등이 주요 내용인데, 현 상황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예비해서라도 논의가 필요한 과제"라며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 의료계 등과 적극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온라인 학술대회 등의 수요와 필요성이 급격히 증가해 TF를 통해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가상부스(virtual booth) 지원방안 등 필요한 사항들이 공정경쟁규약 및 그의 운용에 조속히 반영 될 수 있도록 회원사 및 관련 단체들과의 협의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KRPIA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학술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며 "이러한 상황은 온라인 학술대회가 앞으로 효율적인 학술대회의 형태로 자리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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