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현안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어려울정도로 많은 법안이 발의되는 이른바 '의원입법안 홍수'가 이뤄지고 있어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중복발의, 품앗이 발의, 쪼개기 발의 등 그 법안 논의에 있어 효율성을 저해하고 법안 1개당 13.44분으로 심도있는 논의가 어렵다는 것.
국민입법연구&감시센터(R&W) 김정덕 연구위원은 '20대 국회 전반기 보건복지위원회 법률안 분석' 연구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분석에 따르면, 20대 국회 전반기(2016.5.30.-1018.5.29.)에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된 법률안은 전체 1,325개로, 의원입법안이 1,277개(96.4%)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개정법에서는 의료법(87건)이 가장 높았으며, 국민건강보험법(84건)이 그 뒤를 이었으며, 국민연금법(69건), 영유아보육법(56건), 노인복지법(54건), 아동복지법(54건), 약사법(53건), 장애인복지법(50건), 식품위생법(40건), 국민건강증진법(35건) 순으로 높았다.
20대 국회 전반기 전체 법률안 가결률은 30.3%였다. 의원입법안 처리 351건 중 가결 법안은 46건으로 가결률은 3.5%, 정부입법안 18건 중 가결된 법률안은 4건으로 가결률은 22.2% 였다.
법률안 심사의 경우, 1일당 법안 심사건수는 28.6건(회의일수 21일, 법률안 600건), 법안건당 심사 평균 시간은 13.44분(회의시간 8,068분, 법률안 600건)이었다.
이에 대해 김정덕 연구위원은 "하루 29건의 법률안을 심사하고 법률안 1건을 심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13.44분 밖에되지 않는 다는 것은 충실한 법률안 심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결과는 '의원입법안 홍수'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원입법안 홍수는 의원들이 법률안 심사를 하는데 필요한 제안설명, 검토보고, 대체토론 등이 회의 시간에 설명과 토론을 통해 해당 법률안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할 수 있고 입법적인 문제와 정책적인 문제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 홍수 속에 시간이 없는 구조적인 문제로 제안설명 등이 대부분 서면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입법안 홍수를 부르는 원인으로는 △중복 발의 △품앗이 발의 △쪼개기 발의 △무더기 발의 △단순법정비 발의 등을 들었다.
'중복발의'는 2인 이상 국회의원이 동일한 법률에 대해 같거나 유사한 내용을 입법발의하는 경우이다.
20대 국회 전반기 복지위에 제출된 제정법률안 54건 중 12개 법제정 사항에 대해 각 각 2개 내지 3개의 제정법률안이 중복으로 제출됐다.
특히 중복발의 유형중에서는 '품앗이 발의'도 포함돼 있는데, '품앗이 발의'는 2인 이상의 국회의원이 동일한 법률안에 대해 서로 번갈아 대표발의와 공동발의를 해 법률안을 제출하는 경우이다.
'쪼개기 발의'는 동일한 법률안인데 법조항을 달리해서 '1일 등의 간격으로 제출'하거나 동일한 법조항에 규정할 '내용이 적용 대상에 따라 달라짐'에 따라 동일한 법률안이 여러 개가 제출하는 경우이다.
'단순 법정비 발의'는 명칭 변경 등에 따른 ‘후속적인 법률 정비’나 법정형(1년을 1천만원으로 벌칙을 정함) 정비 등과 같은 단순 조문 정비를 위해 법률안을 제출하는 경우이다.
'무더기 발의'는 하루에 제출하는 법률안 건수가 매우 많은 사례였는데, 다른 사례와 달리 신중한 접근을 전제했다.
이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국회의원이 입법활동을 열심히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정책 실효성을 담보해야 하는 등 입안단계의 입법과정은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하루에 20건 이상 법률안 제출은 양적인 측면에서 적지 않은 숫자"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앞으로 법률안에 대한 내용 분석을 통해 ‘중복 발의’, ‘쪼개기 발의’, ‘단순 법정비 발의’ 등과 같은 법률안이 아닌 국민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책적인 내용이 담은 법률안인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덕 연구위원은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의원입법안 홍수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대 국회는 최근(2019.4.) '국회법'을 개정해 의원입법안 홍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법안소위를 1개에서 2개 이상으로 늘리고, 법안소위 회의를 월 2회 정례화하는 등의 개선방안을 마련했으나, 구조적 개선 없이 '의원입법안 홍수'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국회의원이 입법안을 제출하기 전에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하면 중복 여부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거나 '품앗이 발의'를 하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적 및 제도적인 장치 이전에 국회의원이 스스로 윤리의식을 고취하면 중복발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윤리적인 차원의 법적 장치로는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에 '중복 발의' 등 바람직스럽지 못한 입법행태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하여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좀 더 강력한 제도적인 장치로서 각 정당 차원에서 소속 당의 국회의원이 의원입법안을 발의할 때 '중복발의' 등에 대해 검증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중복 발의 등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확실하게 제도적인 차원에서 법적인 장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의원입법안의 경우도 정부입법안처럼 입안단계에서부터 법령에 따라 입안원칙을 준수하여 입안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국회에 제출되기 전에 법제처의 '입안 사전 심사 제도'를 도입한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단순 법정비 발의'와 같은 것은 해당 상임위원회가 관련 입법 내용을 취합해 '위원회안'으로 법률안을 제출해 의원입법안 심사의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미 20대 국회에서 일부 상임위원회에서 이러한 사례가 있었다"고 정리했다.
한편, 국민입법연구&감시센터(R&W)는 오늘(8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출범식과 함께 발표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으로 토론회를 진행한다.
'국민입법연구&감시센터(R&W)'는 전직 언론인과 대학교수, 변호사 의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50여 명으로 구성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입법 과정을 연구하고 질적으로 평가해 입법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구성된 시민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