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약품 공급관리법' 법안추진 '먹구름' 예고
소위회부 전부터 전체회의서 의원 간 공방…관련 기관 검토에는 '수용 곤란' 많아
이승덕 기자 duck4775@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7-08-24 06:00   수정 2017.08.25 09:03
공공제약사 설립 내용을 포함한 '국가필수의약품 공급관리법'이 법안상정 과정에서 뜻밖의 화두에 오르면서 논의에 험난한 앞날을 예고했다.

앞서 제작된 검토보고서에도 관계기관들의 신중 검토와 수용 곤란 의견이 이어졌으며, 특히 실행 주체가 되는 국무총리실에서는 식약처의 필수의약품 안전공급 협의회 역할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여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상정된 '국가필수의약품 공급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은 국가필수의약품에 관한 업무의 주체를 국무총리로 명시하고, 국무총리 산하에 국가필수의약품관리위원회를 설치해 관계 중앙행정기관 간 협력으로 국가필수의약품의 수급관리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관리체계를 정비하는 내용으로, 공공제약사의 설립 항목도 포함하고 있다.


김승희 '반발'-권미혁 '유감'…법안소위 전 도마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법안상정이 의결되기 전부터 '필수의약품 공급관리법' 제정에 반대하며 포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공공제약사를 통해 국가필수의약품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시장을 대신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이전에도 실제 BCG를 국가에서 생산한 적 있는데 효율성, 수익성 악화로 중단되고 민간 제약사로 지원해 현재까지 오고 있는데,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 부분을 하겠다는 것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제약사를 갖고 있지 않은 나라야 공공제약사가 있지만, 나머지 국가에서는 그렇지 않고,  의약품 생산·유통은 식약처의 고유 업무인데도 왜 컨트롤타워를 총리실에서 관리해야 하는가"라며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협조해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은 법안 취지를 강하게 피력하며 유감을 표시했다.

권 의원은 "동료 의원이 전문가들의 자료를 검토하고 현장까지 방문해 고심해 발의한 법안에 대해 의견개진도 아니고, 장관에게 이야기 한 점은 부적절하다"며 "곧 법안소위가 열릴 예정인데 김승희 의원은 소위의 위원으로 거기서 다룰 수 있는 사안을 전체회의 질의에서 강하게 문제제기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짚었다.

권 의원은 "살충제 계란 사태를 비롯해, 생리대 문제, 가습기 살균제, 화장품 등 여러 문제에 무능하고 안일하게 대처하는 식약처가 의약품에 대한 컨트롤타워로 식약처가 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며 "총리실이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하는 것은 감염병 테러와 지진, 방사능 유출 등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하는 사태들과 맞물려 있기 때문으로, 이것을 식약처가 수행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히 "민간 제약사는 이윤에 의해 의사결정을 한다"며 "단적으로 작년 식약처가 위탁생산을 위해 6억 예산 받고 다 쓰지 못하고 3억을 반환했는데, 2010년 이후 필수의약품 생산중단 538건 중 수익성이 없어 중단된 것이 248건에 이른다. 필수의약품 생산 부족으로 국민생명이 위협받는데 위탁생산만 이야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무총리 '수용 곤란'…제약업계 공공제약사 설립 한목소리로 우려도

이 같은 내용들은 앞서 보건복지위원회 석영환 수석전문위원이 정리한 검토보고서에도 종합적으로 정리돼 있었다.

전문위원은 우선 헌법에서 명시한 국민건강에 대한 국가 보호 의무를 고려할 때 제정안 입법 취지가 타당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최근 약사법이 개정돼 국가필수의약품 관리체계에 관한 사항이 법적 근거를 갖춰 운영 중이고, 제정안 내용과 약사법 개정 상 국가필수의약품 정의·관리체계가 다르게 이뤄져 혼란을 유발해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제정안에서 국가필수의약품을 생산·공급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규정한 '공공제약사 설립·운영'이 운영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점을 감안할 때 필수의약품을 위탁생산하거나 약가정책으로 대응하는 점이 절실하다는 입장도 대립하고 있어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계부처의 의견도 신중론 혹은 수용불가 입장이 지배적이었다.

우선 컨트롤타워로 지명된 총리실이 수용 곤란 입장을 내비쳤다. 국무총리는 '국가필수의약품관리위원회 설치 수용 곤란' 의견을 내면서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 주도의 '국가필수의약품 안전공급 협의회'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유사업무 추진·협의 체계를 다기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고, 국가필수의약품 관리업무가 요구하는 고도의 전문성 등을 고려할 때 현행 협의회에서 통합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관계부처인 복지부와 식약처는 모두 신중 검토 의견을 전달했다. 복지부는 국가필수의약품관리위원회 설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복지부가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국가필수의약품 컨트롤타워 운영방안' 등을 고려해 향후 반영해야 한다는 점과 공공제약사 설립에 대한 직접설립·위탁생산·약가측면의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도 국무총리와 마찬가지로 현재 마련된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체계'와의 중복입법 소지, 공공제약사의 비용·효과·관리 등 더 나은 대안인지 충분한 비교검토가 필요하다고 전달했다.

더불어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성격과 기능이 중복되는 위원회 설치를 제한하고 있어, 국가필수의약품관리위원회 신설 조항은 삭제할 필요가 있다며 수용 곤란 입장을 내기도 했다.

특히 제약단체들은 한목소리로 수용 곤란 입장을 밝혔는데, 특히 공공제약사 설립에 관한 반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공공제약사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의 경우 민간제약사 역량이 부족하여 국가기반의 제조시설에서 생산·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새로운 공공제약사 신설보다는 필수의약품 공급체계를 갖춘 기존 제약기업의 생산시설에 기반한 제조 협력을 통해 실효성 있는 필수의약품 공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도 "제정안 여러 규정이 현행 약사법규정과 중복되거나 배치돼 법체계상 문제가 있고, 국가필수의약품이나 공공제약사 관련 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면서 "별도의 공공제약사를 설립·운영 시 막대한 국가재정 투입 및 생산설비와 제조기술 문제 등이 고려돼야 하므로, 민간기업이 보유한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공공제약사 재원마련 방안도 조정사항 많아…기재부·행안부 반대

특히 전문위원은 공공제약사 설립·운영과 관련한 제정법 내 재원조달 방안에 대해 여러모로 검토했는데, 여기에서도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와 행정부가 반대에 나섰다.

복지부는 공공제약사에서 생산하는 국가필수의약품의 경우 민간에서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이 포함되는 점을 고려할 때 안정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므로 설립 준비 비용 및 운영비에 대한 지속적인 국고지원이 필요하다고 검토했다.

이와 관련 제정안은 공공제약사의 설립 및 운영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재원 부담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데, 기부금을 통한 재원 조달, 국유·공유재산을 통한 무상 대부 특례적용 등이 포함돼 있다.

전문위원은 우선 공공제약사 설립 단계에서는 공공제약사 운영을 통한 사업의 수익금이 확보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므로 설립준비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전제했다.

그런데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은 국가 출연 설립 법인이 기부금을 접수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어 사업 목적에 부합하는 범위에서 에외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건전성 유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유재산법' 및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도 '국유재산특례제한법' 별표에 규정된 법률이 아닌 경우에는 불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법을 함께 개정해야 한다고 전제조건을 설명했다.

재원에 대해 기재부와 행안부는 관련 법안들이 포함되는데 반대를 명확히 했다. 기재부는 "국가재정의 건전한 운용을 위해서는 국유재산의 무상대부가 아닌 유상사용이 바람직하다며, 공공제약사에 대해서는 예산 및 금융 지원 등의 수단을 통해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여기서 나아가 "공유재산은 자치단체 소유재산으로 모든 주민에게 공평한 이용기회를 부여하고 효율적인 활용·관리를 위해 사용·대부료 등에 대한 사항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으므로, 특정 단체에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은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해당 검토의견들과 관련해 정부 한 관계자는 "정부 기관과 제약업계의 우려들은 국가필수의약품 공급이 화두로 올랐을 때부터 변하지 않고 제기돼 온 문제"라며 "제정안에서 나온 국민건강권에 취지에 대해서는 어느 관계자도 공감하지만 정리돼야 할 사안이 쉽지 않은 만큼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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