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컴 파우더로 만든 항생제에서부터 쌀가루로 제조된 피임제에 이르기까지...
'워싱턴 포스트'紙는 "중국이 넘쳐나는 각종 불법복제 또는 가짜(counterfeit 또는 fake) 의약품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이와 관련, 중국관영 '심천석보'(深玔夕報)는 "지난해에만 줄잡아 19만2,000여명의 중국사람들이 가짜 의약품을 복용한 후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일부는 가짜제품에 함유된 독성물질로 인해, 또 다른 일부는 진품 항생제 대신 엉터리 알약(bogus pills)을 삼킨 결과로 감염증에 걸려 결국 사망에 이르렀으리라는 것.
이밖에도 불법으로 복제된 일부 의약품들은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컨설팅업체 리코네이즌스 인터내셔널社(Reconnaissance International)는 "전체 가짜 의약품들의 절반 이상이 유효성분을 전혀 함유하지 않았거나, 잘못된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아울러 10% 정도는 오염물질을 함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가짜 의약품들의 거래가 중국 내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상당한 물량이 인도에서도 제조되고 있으리라 추정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가짜 의약품들이 대부분 중국 내에서 소비되고 있지만, 일부가 세계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지적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 발행되는 의료저널 '란세트'誌(Lancet)는 지난해 한 발간호에서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태국, 베트남에서 판매되는 말라리아 치료제들의 3분의 1 가량이 유효성분을 함유하지 않은 엉터리 약일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또 미국 뉴욕에서는 올들어 사이버 거래를 통해 중국에서 유입된 가짜 '비아그라'가 적발되기도 했다.
크롤 어소시이츠 증권社의 중국담당 매니저 사무엘 D. 포르셔스는 "중국과 인도에서 생산된 가짜 약 원료들이 멕시코 등으로 유입된 후 제조과정을 거쳐 다시 미국 등으로 흘러들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의약품을 구입하려 찾아온 미국인들을 통해 가짜 의약품들이 알음알음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는 것이다.
가짜 의약품 사업이 번창하는 것은 무엇보다 높은 수익성에 끌리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가짜 의약품 사업에 손을 대는 범죄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중국에서 가짜 의약품 제조 및 유통으로 적발되더라도 민사처벌을 받는데 그치고 있는 현실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설령 형사처벌되더라도 최고 7년형을 선고받는 게 고작일 정도라는 것.
물론 가짜 의약품으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쳤을 경우에는 최고 사형구형도 가능하지만, 이 같은 케이스는 가물에 콩나는 겪으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후문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 제약협회(IFPMA)의 하비 E. 베일 주니어 총장은 "가짜 의약품의 제조·유통이 범죄단체들의 황금 비즈니스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헤로인이나 코카인 판매사업의 경우 오랫동안 축적된 정보망이 있어 추적이 가능한 반면 가짜 수막염 백신을 제조했을 경우 뚜렷한 단서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IFPMA는 오늘날 세계 의약품 판매량의 1~2% 정도를 가짜 의약품들이 차지하고 있으리라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수치가 IFPMA의 추정치 보다 높은 8%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지난해에만 320억달러치에 달하는 가짜 의약품들이 팔려나간 셈이 된다.
베일 총장은 "처방약의 85%는 규제와 단속이 엄격한 선진국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전체 의약품 판매량의 25% 가량이 가짜 의약품들일 것"이라고 피력했다.
포르셔스 매니저는 "중국의 경우 전체 거래량에서 가짜 의약품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육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령 광둥省 남동해안에 위치한 푸닝(普寧)시의 경우 오랫동안 의약품 도매업 중심지로 자리매김되어 왔으나, 현재는 가짜 의약품들의 집결지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중국 정부는 최근들어 가짜 의약품들을 색출하는데 심혈을 쏟기 시작했다. '중화일보'(中華日報)는 "지난해에만 1,300개 공장들이 폐쇄조치됐으며, 총 5,700만달러치에 달하는 각종 의약품들이 가짜품목 여부를 조사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제는 오늘날 중국에서 가짜 의약품을 색출하는 일이 매우 어려운 과제인 데다 때때로 상당한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빠른 시일 내에 근절을 기대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비쳐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