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화장품법 일부 개정안’이 오랜 진통 끝에 나왔다. 지난 3월 11일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는 사용상 제한이 필요한 원료, 수입상대국의 법률에 따라 제품 개발에 동물실험이 필요한 경우 등 7가지 예외조항이 포함됐다.
국제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네셔널(Humane Society International·HSI)이 펼치는 ‘비크루얼티프리 글로벌 캠페인’ 클레어 맨스필드(Claire Mansfield) 디렉터를 만나 이번 개정안에 대해 물었다. 클레어 디렉터는 문정림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하기 며칠 전 인터뷰했다. 개정안 발표 이후에는 이메일을 통해 추가 질문과 대답을 주고 받았다.
다음은 클레어 디렉터와의 일문일답.
- 동물실험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인간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아닌가.
= 동물실험은 1940년대에 개발된 것이 많은데, 과학적으로 한계가 있다. 다른 종의 동물은 같은 화학물질에도 다르게 반응한다. 이는 동물실험 결과가 사람과 관련이 없거나, 과소·과대 측정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동물실험결과는 변수가 있고, 해석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예측이 힘들고, 의존할 수 없는 동물실험 결과는 소비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이에 비해 비동물실험은 새로운 화장품 또는 원료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화학 기술을 보여준다. 그 대안 방법은 빠르고, 비용이 덜 들며 과거 동물실험보다 신뢰도가 높아 인간에게 적용성이 높다. 또한 화장품 화학물질을 인간에게 적용하면 반응을 더 잘 측정할 수 있다. 다시말해서 동물실험 금지는 인간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만약 원료의 안전성이 비동물실험으로 보장될 수 없다면, 판매되지 말아야 한다.
- 전면적인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가 가능한가. 과학적인 근거는.
= 동물실험은 화장품을 위해 필요하지 않다. 이미 수천 가지 현존하는 원료들이 오랜 시간동안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새로운 실험이 필요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유럽, 이스라엘, 인도가 전면 금지했는데, 한국이 전면금지를 못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완전한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는 비동물 실험 개발과 과학연구를 위한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가령, 2013년 인 비트로(in vitro) 마켓이 가장 큰 곳이 유럽연합이라는 조사가 있었다. 이는 유럽정부의 화장품동물실험 금지와 같은 비동물실험 규정이 기여를 했다는 분석이 있다.
- 동물실험이 제약, 의학 분야에서는 필요한가.
= 10개의 신약이 동물에게 안전하다고 판정되었다면 이중 90%는 인간에게 적용시 실패 확률을 보인다. 이는 돈을 낭비할 뿐 아니라 수만 마리 동물희생으로 인간 건강에 필요한 증명을 실패했다는 뜻이다. 이제는 21세기 과학을 위해 휴먼 바이올로지(human biology)에 기반을 두어 구시대적이고 비효율적인 동물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
- 이번 화장품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은.
= 예외 조항이 7가지로 많은데다 포괄적인 문구로 되어 있다. 이는 대체방안이 있음에도 불필요하게 동물실험을 계속 허용할 수 있다. (예외조항은 ‘△살균 보존제, 색소, 자외선차단제 등 사용상의 제한이 필요한 원료에 대하여 사용기준을 지정하거나 국민보건 상 위해 우려가 제기되는 화장품 원료 등에 대한 위해평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인정하는,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동물대체시험법이 존재하지 않아 동물실험이 필요한 경우△ 화장품 수출을 위해 해당국의 법률에 따라 동물실험이 필요한 경우 △수입상대국의 법률에 따라 제품 개발에 동물실험이 필요한 경우 △국내·외 다른 법률에 따라 동물실험을 실시하여 개발된 원료를 화장품의 제조 등에 사용하는 경우 △화장품의 제조판매업자 또는 제조업자, 화장품에 사용되는 원료를 제조하거나 취급하는 자가 아닌 제3자가 자신의 연구 등의 목적으로 실시한 경우 △그 밖에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는 경우’다.)
- 화장품법 개정안이 원안통과 후 예상되는 문제점은.
= 개정안은 대체시험이 있는 경우에만 화장품 동물실험을 금지한다. 따라서 화장품에 대한 대체시험이 없어도 전면 금지한 유럽, 이스라엘, 인도와는 다르게 화장품에 대한 동물실험을 계속 허용할 수 있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대체시험이 있어도 동물실험이 진행될 수 있는 틈이 있어 안타깝게도 동물실험이 계속 진행될 수 있다. (HSI는 이번 개정안이 발표되기에 앞서 국내 정부, 국회 관계자에게 전면적인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를 제안했다.)
- 한국은 중국이 큰 시장이기 때문에 전면적인 동물실험 금지는 한계가 있다는데.
= 한국과 중국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의 규정을, 중국이 한국의 규정을 좌지우지 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은 국내에서 동물실험금지와 동물실험을 거친 제품을 국내에서 판매금지 할 수 있다. 이는 한국 제품이 중국에 수출하는데 전혀 부정적인 영향을 끼지 않을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 HSI는 계속해서 관계 정부 관계자, 국회의원과 논의를 지속해 완전한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대체시험방법을 한국에서도 받아들여지도록 노력하고, 한국내에서의 대체실험 연구 및 21세기 과학기술 투자를 위해 활동할 것이다. 그리고 화장품 이외에 다른 산업분야에서도 동물실험 금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2007년 발효된 ‘REACH(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sation & Restriction of Chemicals(화학물질의 등록, 평가, 허가, 제한)를 통해 동물실험을 요구하고 있는데, EU는 ‘REACH’에서도 동물실험 금지를 논의중이다.)
이번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클레어 디렉터는 “한국이 시대에 뒤떨어진 동물실험 모델 사용에서 벗어나 경제적, 시간적으로도 더 효율적인 휴먼 바이올로지(human biology)를 기초로 한 과학으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타이완에서는 대체실험방법 존재 유무와 관계없이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을 자국 내에서 판매할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법안이 지난 17일 발의됐다. 다만 해외에서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의 자국 내 판매금지는 3년 유예했다. 미국은 140여개 화장품 기업이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를 찬성했다. EU, 노르웨이, 이스라엘, 인도, 뉴질랜드 등은 화장품 동물실험을 금지했다.
HSI의 슬로건은 ‘생명을 위해 잔인함에 맞서자’(Celebrating Animals, Confronting Cruelty)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