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한때 아일랜드 최고 블루칩 제약기업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2-08-08 06:19   
열심히 일한 당신, 하지만 (회사를) 떠나라!

한 동안 아일랜드의 국가대표격 제약기업으로 손꼽혀 왔던 엘란社(Elan)가 재직인원을 20% 이상 감원하고, 자산을 매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구책을 7일 발표했다.

비 핵심 사업부와 품목을 정리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내년 말까지 15억달러의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것. 이번 조치는 그 동안 쏟아부었던 돈을 날릴 수 있다며 크게 동요하고 있는 투자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온 것이다.

엘란社는 한때 아일랜드 최고의 블루칩 제약기업으로 각광받았었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할 경우 이 나라 최대의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되었고, 미국쪽 투자자들로부터 드높은 관심을 끌어모았던 것이 불과 얼마 전까지의 일.

그러나 분식회계 의혹과 엄청난 채무액수가 알려지면서 지금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려 있는 상황이다. 당장 2/4분기에만 8억2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해 전년동기에 1억3,43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것이 격세지감으로 느껴질 정도. <본지 인터넷신문 7월 11일자 참조>

특히 엘란社는 현재 회계내역 전반에 대해 美 증권감독위원회(USSEC)의 조사를 받고 있다. 회계조작 의혹이 일자 지난해 220억유로까지 치솟았던 이 회사의 (주식)시가총액은 올들어 95%나 빠져나간 7억유로(6억8,400만달러) 규모로 다이어트된 상태이다.

이 회사의 개로 아멘 회장은 "자구계획과 사업구조 재 조정작업을 실행에 옮겨 미래의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부서를 퇴출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으나, 채무를 변제할 충분한 수준의 유동성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아멘 회장은 또 "향후 몇 년 동안은 수익창출 보다 자금 유동성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더블린에 본사를 두고 있는 메리온 캐피톨증권社의 애널리스트 피터 프롤리는 "엘란社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지 못하지만, 이 회사의 유동성과 채무변제 능력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엘란측은 "전체 4,500명의 재직인력 가운데 올해 말까지만 1,000명 이상을 감원하는 등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3억달러 가량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우려감 불식에 진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50여건에 달하는 기업간 제휴관계를 정리하면 추가적인 감원이 자연스레 뒤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의 신뢰회복을 위해 추진될 이 같은 플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엘란社는 신경계·통증억제·자가면역성 질환 등 3개 분야에 주력하는 제약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한편 엘란측은 "앞으로 1년 6개월 동안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실행에 옮기는데 2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매각할 사업부서나 자산, 품목들의 면면에 따라서는 비용규모가 다소 증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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